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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님] 호스피탈과 호스피탤러티

[한희철 목사님] 호스피탈과 호스피탤러티

by 한희철 목사님 2018.05.30

두 달 전 미국을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포틀랜드 인근의 작은 도시에서 병원 원목을 하는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친구의 지인이었는데, 처음 만나는 사이였지만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많은 가치를 공감할 수가 있어 마치 오래된 벗을 만나는 듯한 즐거움을 누릴 수가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마칠 즈음 그가 한 가지 제안을 하였습니다. 시간이나 마음이 괜찮으면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을 소개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미국병원을 둘러보는 일도 드문 경험이겠다 싶어 기꺼운 마음으로 동행을 했습니다.
건너편 저 멀리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이 그림처럼 마주보이는 언덕 위에 세워져 있는, 아담한 규모의 병원이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병원 로비에 걸려 있는 그림들이었습니다. 병원이 삭막할까 싶어 그랬을까요, 벽에 걸린 다양한 그림들은 병원의 분위기를 한결 밝고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있었습니다.
인상 깊게 다가온 그림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하나는 동그란 형태의 그림들이 나란히 붙어 있는 연작이었습니다. 타일처럼 나란히 붙어 있는 네모난 아크릴 안에 쉽게는 짐작이 되지 않는 동그란 형태의 그림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안내를 해 준 분의 설명을 들으니 금방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림은 모두 사람들의 눈동자, 즉 동공을 그린 것이었습니다.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인데 다양한 빛깔과 무늬를 가진 눈동자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표현한 것이라 했습니다.
다른 하나의 그림은 족자 형태로 걸려 있었습니다. 키 작은 꽃들이 가득 피어난 화단처럼 보이는 그림 사이로 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모두를 사랑하되 특히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자비로운 봉사를 통해 사랑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꽃처럼 보였던 그림들은 수많은 손바닥을 물감을 묻혀 찍은 것이었습니다. 손바닥 사이로 적힌 글의 내용은 마치 선한 다짐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날 둘러본 병원의 모습 중에서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던 것은 병실의 배치였습니다. 상태가 중한 환자일수록 바깥 경치가 좋은 쪽의 병실을 배정한다고 했습니다. 넓은 창을 통해서 만년설의 산이 한 폭의 그림처럼 자리 잡고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을 가까이서 내다볼 수 있는 멋진 방이 중환자들의 병실이었습니다. 병원장은 물론 병원 직원들의 방은 멋진 풍경과는 상관없는, 복도 반대편에 자리를 잡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들려준 말이 ‘병원’이라는 말의 유래였습니다. ‘병원’을 뜻하는 ‘호스피탈’(hospital)은 ‘환대’를 뜻하는 ‘호스피탤러티’(hospitality)에서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병원이라는 말의 뜻이 명확하게 다가왔습니다. 가장 경치가 좋은 곳을 가장 위중한 환자에게 배려한 것이야말로 환대를 구체화한 것이었습니다. 병원은 몸과 마음이 아픈 이들이 찾아가 가장 따뜻한 환대를 받는 곳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