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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다툼’이라는 괴물과 마주쳤을 때

[정운 스님] ‘다툼’이라는 괴물과 마주쳤을 때

by 정운 스님 2018.07.31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 헤라클레스는 제우스의 아들이다. 헤라클레스는 반은 사람이고 반은 신의 몸인데, 신이든 인간이든 어느 누구와의 싸움에서도 패배한 적이 없는 천하무적의 용사였다. 이런 그가 어느 날 숲길을 걷고 있는데, 매우 작고 초라한 생명체가 헤라클레스에게 달려들어 공격했다. 그는 간단히 손으로 치고, 제 갈 길을 걸었다. 그런데 얼마 안 되어 그 생명체는 괴물이 되어 다시 헤라클레스를 공격했다. 그런데 그 괴물은 헤라클레스가 이전에 만났을 때보다 더 강해져 있었다. 이번에도 헤라클레스는 겨우 그를 물리치고 다시 제 갈 길을 걸었다. 헤라클레스가 막 숲길을 벗어나려는 즈음, 그 괴물이 다시 공격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두 번째 만났을 때보다 더욱 강한 괴물이 되어 덤볐다. 한 번도 적에게 진 적이 없는 헤라클레스는 이번에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판단되어 괴물과 상대하지 않고 줄행랑을 쳤다. 자존심이 구겨진 헤라클레스는 전쟁과 지혜의 여신 아테나를 찾아가 자신이 이전에 겪었던 괴물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정체에 대해 물었다. 아테나는 헤라클레스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그 괴물은 맞서면, 맞설수록 더욱 강해지는 괴물입니다. 혹 그런 괴물을 만나면, 상대하지 말고, 함께 말도 섞지 말며, 그냥 못 본 척 지나치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그 괴물은 점점 작아져 힘이 사라질 겁니다. 그 괴물의 정체는 ‘다툼’입니다.” 역사는 다툼과 다툼으로 이어져 왔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그 다툼이 일어나는 원인은 바로 인간의 자만심과 자기애로부터 비롯된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자만심과 자기애를 내려놓지 못하고 살아간다. 자신에 대한 자만심을 내려놓는다면 어떤 관계이든 평화로워질 것이다. 그런데 어디 말만큼 쉬운 일인가?! 그러니, 상대를 품어줄 자비심이 부족하다면, 어떤 방법으로 자신을 다스릴 수 있을까? 바로 앞의 아테나가 말한 것처럼, 상대와 대면해 그를 피한다면 상대는 점점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수그러들 것이다. 불교 경전에도 이런 다툼에 대한 조언이 많이 있다.
“화를 내면서 다툼이 있는 곳에 머물지 말라.
산양과 염소가 서로 싸울 때, 무고한 파리와 나비가 거기서 죽었다.
지혜로운 사람은 다툼을 멀리한다. 어리석은 자와 함께 하지 말라.”
언쟁이 생길 곳에 가까이 가지도 말고, 어떤 다툼에 휘말리지 말라는 것이다. 또 <출요경>이라는 경전에 “어리석은 자는 상대에게 욕하고 비난하면서 어떤 수단방법을 동원해서 이기지만 진정한 승자는 어떤 분쟁이나 다툼에서 침묵을 지킨다.”라고 하였다. 근자에는 언론이나 SNS 확산으로 인해 거짓을 참으로 만들고, 참을 거짓으로 만드는 세상이 되었다. 괜히 휘말리면 괴물에게 더 큰 상처를 입을지 모른다. 그러니 어떤 억울한 일을 당할 때나 상대가 태클을 걸어올 때, 그 다툼에 휘말리지 말고 묵묵히 침묵을 지켜보라. 시간이 지나면 원인과 결과가 반드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