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섭 시인님] 선비의 피서, 농부의 피서
[이규섭 시인님] 선비의 피서, 농부의 피서
by 이규섭 시인님 2018.08.10
침리부과(沈李浮瓜). ‘붉은 자두를 찬 물에 담그고 참외를 시냇가 물에 띄우며’ 더위를 피한다는 사자성어다. 어원은 조조(曹操)의 아들 조비(曹丕)가 태자 자리를 놓고 동생 조식(曹植)과 경쟁하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비는 측근인 오질(吳質)이 정치적 견제를 받아 시골 현령(縣令)으로 떠나자 위로의 편지를 쓴다. ‘다디단 참외를 시원한 샘물에 띄우고 붉은 자두를 찬물에 담그며 함께 즐겼으나 헤어지게 되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적벽부(赤壁賦)’를 쓴 중국의 시인 소동파는 ‘무더위 가운데 부과침리(浮瓜沈李)하는 것은 실로 유쾌하지 아니 한가’라고 읊었다. 조선시대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도 ‘석양 무렵 차가운 물에 자두를 담그고 참외를 시냇가 우물에 띄우니(沈李浮瓜近夕陽)/산중 손님 맞아들여 즐거운 자리 마련했네(會邀山客作歡場)’ 여름날의 정취를 노래했다. 자두와 참외는 대표적인 여름 과일이다. 물에 띄워 차게 하여 먹으며 더위를 피했던 소박한 풍경이 떠오른다.
다산은 ‘소서팔사(消暑八事)’라는 시를 통해 더위를 식히는 8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솔밭에서 활쏘기, 느티나무 아래서 그네타기, 넓은 정각에서 투호하기, 대자리 깔고 바둑 두기, 연못 연꽃 구경하기, 숲속에서 매미소리 듣기, 비오는 날 한시 짓기, 달밤에 탁족하기다. 자연을 활용한 피서가 대부분이지만 사대부나 벼슬아치가 아니면 실천하기 어렵다.
다산은 젊은 시절 뜻이 맞는 열네 명의 선비들과 풍류계 ‘죽란시사(竹欄詩社)’를 결성했다. 복사꽃 필 때, 참외가 무르익을 때, 서련지에 연꽃이 만개할 때, 첫눈이 내릴 때, 한 해가 저물 때 만나 회포를 풀며 풍류를 즐겼다. 벌칙 조항이 재미있다. 연회 때 큰 소리로 떠들며 품위를 훼손하거나 남의 허물을 들춰내면 벌주 한 잔, 이유 없이 불참하면 벌 주 석 잔이다.
장안(한양)의 선비들은 연꽃이 피는 새벽녘에 ‘서련지(西蓮池)’를 찾았다고 한다. 옛 서대문은 새문안길 강북 삼성병원과 경향신문사 사이에 있었다. 서련지는 그 부근에 인왕산의 화기(火氣)를 잡으려고 조성한 인공 연못이다. 연꽃은 보통 새벽에 피는데 이때 작은 소리가 난다는데 들어보진 못했다. 연못에 배를 띄우고 연꽃이 피는 소리를 들으며 그윽한 연꽃 향기를 맡는 청계화성(廳開花聲)은 선비들의 빼놓을 수 없는 피서 방법 중 하나다.
다산의 ‘소서팔사’ 가운데 서민들이 할 수 있는 피서는 매미소리 듣기와 탁족이 고작이다. 농부들은 일손을 잠시 멈추고 느티나무 아래서 쉬며 매미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청량감의 느낌은 선비와 다를 것이다. 흐르는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는 탁족(濯足)은 쉬운 피서법이다. 발바닥은 온몸의 신경이 집중되어 발만 물에 담그고 있어도 전신이 시원해진다.
체면을 중시하는 선비들은 탁족도 달밤에 했다. 서민들에겐 탁족도 호사다. 비지땀 흘리며 일한 뒤 돌아와 팔다리를 뻗고 엎드린 채 아내가 해주는 목물로 더위를 씻었다. 여인들은 어둠이 짙어지면 개울가에 나가 멱을 감으며 더위를 잊었다. 옛날 피서도 계층에 따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적벽부(赤壁賦)’를 쓴 중국의 시인 소동파는 ‘무더위 가운데 부과침리(浮瓜沈李)하는 것은 실로 유쾌하지 아니 한가’라고 읊었다. 조선시대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도 ‘석양 무렵 차가운 물에 자두를 담그고 참외를 시냇가 우물에 띄우니(沈李浮瓜近夕陽)/산중 손님 맞아들여 즐거운 자리 마련했네(會邀山客作歡場)’ 여름날의 정취를 노래했다. 자두와 참외는 대표적인 여름 과일이다. 물에 띄워 차게 하여 먹으며 더위를 피했던 소박한 풍경이 떠오른다.
다산은 ‘소서팔사(消暑八事)’라는 시를 통해 더위를 식히는 8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솔밭에서 활쏘기, 느티나무 아래서 그네타기, 넓은 정각에서 투호하기, 대자리 깔고 바둑 두기, 연못 연꽃 구경하기, 숲속에서 매미소리 듣기, 비오는 날 한시 짓기, 달밤에 탁족하기다. 자연을 활용한 피서가 대부분이지만 사대부나 벼슬아치가 아니면 실천하기 어렵다.
다산은 젊은 시절 뜻이 맞는 열네 명의 선비들과 풍류계 ‘죽란시사(竹欄詩社)’를 결성했다. 복사꽃 필 때, 참외가 무르익을 때, 서련지에 연꽃이 만개할 때, 첫눈이 내릴 때, 한 해가 저물 때 만나 회포를 풀며 풍류를 즐겼다. 벌칙 조항이 재미있다. 연회 때 큰 소리로 떠들며 품위를 훼손하거나 남의 허물을 들춰내면 벌주 한 잔, 이유 없이 불참하면 벌 주 석 잔이다.
장안(한양)의 선비들은 연꽃이 피는 새벽녘에 ‘서련지(西蓮池)’를 찾았다고 한다. 옛 서대문은 새문안길 강북 삼성병원과 경향신문사 사이에 있었다. 서련지는 그 부근에 인왕산의 화기(火氣)를 잡으려고 조성한 인공 연못이다. 연꽃은 보통 새벽에 피는데 이때 작은 소리가 난다는데 들어보진 못했다. 연못에 배를 띄우고 연꽃이 피는 소리를 들으며 그윽한 연꽃 향기를 맡는 청계화성(廳開花聲)은 선비들의 빼놓을 수 없는 피서 방법 중 하나다.
다산의 ‘소서팔사’ 가운데 서민들이 할 수 있는 피서는 매미소리 듣기와 탁족이 고작이다. 농부들은 일손을 잠시 멈추고 느티나무 아래서 쉬며 매미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청량감의 느낌은 선비와 다를 것이다. 흐르는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는 탁족(濯足)은 쉬운 피서법이다. 발바닥은 온몸의 신경이 집중되어 발만 물에 담그고 있어도 전신이 시원해진다.
체면을 중시하는 선비들은 탁족도 달밤에 했다. 서민들에겐 탁족도 호사다. 비지땀 흘리며 일한 뒤 돌아와 팔다리를 뻗고 엎드린 채 아내가 해주는 목물로 더위를 씻었다. 여인들은 어둠이 짙어지면 개울가에 나가 멱을 감으며 더위를 잊었다. 옛날 피서도 계층에 따라 달라도 너무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