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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님]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

[한희철 목사님]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

by 한희철 목사님 2018.09.19

왜 그랬을까요, 단강마을 외진 골짜기 안골로 올라가는 초입에 선 느티나무 큰 가지가 부러져 떨어져 내린 것을 보는 순간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수령이 수백 년이 넘어 해마다 단옷날이면 그네가 걸리곤 하던 나무였습니다. 더 이상 그네를 타는 이들도 없고, 찾아와 가지며 나무 구멍 속을 드나들 만한 아이들도 없는지라 외진 곳에서 까마득히 잊힌 나무로 서 있던 느티나무였습니다.
자기 무게를 감당하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나무속은 썩어서 큰 구멍이 생겼는데, 다른 방책 없이 견디기만 했으니 결국은 갈라져 내릴 수밖에요. 그 굵은 가지가 부러져 길을 막자 차와 사람이 다니라고 한쪽 편으로 밀어놓은 상태였습니다. 그냥 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나무, 그 순간 떠오른 사람이 있었던 것이지요.
귀래에 살고 계신 교수님이었습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정년퇴임을 한 뒤 귀촌을 하여 조용한 시골에서 살고 있습니다. 교수님은 평소에 가지고 있는 꿈을 은퇴와 함께 실천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무 공방을 연 것입니다. 몇 종류의 공구를 갖추고 나무를 만지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나무들은 주변에서 버려진 것들이었습니다. 지나가다가 버려진 나무가 눈에 띄면 차에 실어와 나무를 살피며 나무와 대화를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마침내 그 나무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의미를 살려내는 작업을 합니다. 버려진 나무를 그렇게 살려내는 것이 참으로 의미 있다 싶었고, 바로 그런 이유로 한 쪽에 버려져 있는 느티나무를 보는 순간 교수님이 떠올랐던 것이었습니다.
한 달 전쯤이었습니다. 서울에 사는 아들네 집에 들를 일이 있었던 교수님은 일부러 선물 하나를 챙겨와 전해주었습니다. 새로 이사를 한 내게 전하는 선물이었는데, 내게는 꼭 필요했던 물건이었습니다.
키도 몸집도 아주 작은 스탠드였습니다. 글을 읽고 원고를 쓰는 일이 많기에 불빛 아래 앉는 시간이 많습니다. 혼자 책상에 앉으면서 방 안 전체를 밝히는 전등을 켜는 것은 분위기도 어울리지 않고 에너지 면에서도 과한 일, 책을 보고 글을 쓸 만한 알맞은 불빛이 필요했던 터였습니다.
전해주신 스탠드는 교수님이 직접 만든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내가 본 스탠드 중 가장 단순한 스탠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면서도 가장 효율적인 스탠드이기도 합니다. 기둥 윗부분과 중간 부분에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자리 잡은 두 개의 등이 불을 밝힙니다. 전등의 크기는 작아도 LED 전구를 사용하여 불의 밝기를 조정할 수도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작은 기둥이 쓰러지면 안 되니 맨 아래에는 기둥을 지탱하는 나무가 있는데 대추나무로 보입니다. 밑바닥 바로 위에는 역시 대추나무지 싶은 구멍이 뚫린 작은 크기의 나무가 있어 펜을 꽂아둘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이 글도 작은 스탠드 아래 앉아 씁니다만, 이 단순한 스탠드야말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오직 하나뿐인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