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박사님] 눈은 느려 터져도
[김민정 박사님] 눈은 느려 터져도
by 김민정 박사님 2018.09.21
햇살 자글자글한 밭 저 고추 언제 다 따노
일하기 싫다고 한숨 푹푹 쉴라치면
철부지 달래시면서 젊은 어매 하신 말씀
밭고랑 쳐다보고 지레 걱정하지 마라
눈은 느려 터져도 손만은 재발라서
조금씩 따다가 보면 하마 다 땄나 할 끼다
그렇게 부지런해서 열명길도 서두르셨나
오십 연치 겨우 넘겨 먼 길 가신 우리 어매
아들은 환갑 지나도 게으른 눈만 앞세웁니다
- 손증호, 「눈은 느려 터져도」 전문
추석이 지났다. 그 무덥던 여름이 가고, 계절은 어김없이 돌아왔다. 고추 농사를 지으며 고추를 따던 때를 그리워하는 아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허리를 못 펴고 일만 하는 우리 농촌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작은 밭, 작은 농사에도 손은 어찌 그리 많이 가는지. 정성과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만큼 농사도 잘 되는 법이라 늘 쉴 틈 없이 풀 뽑고, 김매며 일하시던 부모님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필자도 어려서 강원도 산골에서 오랍뜰에 있는 밭농사를 어머니 따라 다니면서 보아서이지, 이 시에 퍽 공감이 간다.
감자밭에 감자를 캘 때도, 고추밭의 고추를 딸 때도 시작하기 전에는 언제나 늘 일이 많아 보여 언제 끝낼까 아득하게 느껴지지만, 열심히 하다가 보면 어느새 일은 끝나 있었다. 이 시의 화자도 어려서 어머니를 도와 고추를 땄나 보다.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고추밭, 눈으로 보이는 그 넓은 고추밭의 고추를 다 따야 한다는 부담감을 어머니는 “눈은 느려 터져도 손만은 재발라서/ 조금씩 따다가 보면 하마 다 땄나 할 끼다”고 위로하며 덜어주신다. 그렇게 부지런하시던 어머니가 오십을 겨우 넘기고, 열명길조차 서둘러 가신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셋째 수에 나타난다. 환갑을 넘기고도 아직도 게으른 눈만 앞세운다고 어머니의 부지런한 손을 그리워하고 있다. 농부들의 부지런한 손놀림 있었기에 가을이 되어 모든 농작물들이 여물고 우리는 풍성한 가을을 맞이할 수 있어, 새삼 농부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고유의 큰 명절 중에 하나인 한가위, 추수한 오곡백과를 차려놓고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고, 헤어진 동기간들이 모이는 때인지라 부모님과 형제들이 더욱 그리워질 것이다. 또 둥글게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을 보면서, 저마다 감사와 소원도 빌 것이다. “어머니 송편 빚는/ 툇마루가 어두울까// 조상님 찾는 발길/ 자손들이 길 잃을까// 해 진 걸 어떻게 알고 저리 밝게 떠올랐나// 빚어낸 송편 속에 정을 담은 저 손길들/ 차례 뒤 둘러앉아/ 탕국 속에 나눈 정담// 오는 길/ 천 리라 해도/ 가까운 듯 모였어라// 타향 삶 힘들어도/ 즐거운 듯 이겨내라// 챙겨 준 풋나물에/ 저려 있는 깊은 모정// 어머니/ 여윈 모습에/ 미어지는 가슴 한 쪽// 올해도 풍년 돼라/ 밤새워 돌봐 주며// 땀 흘린 농작물을 지켜 주려 지새운 밤// 아침 해/ 불러다 놓고/ 돌아서는 보름달” - 이종기, 「보름달」 전문.
서양에 추수감사절이 있다면 한국에는 한가위가 있다. 일 년의 농사를 끝내며 하늘에게 들에게 농부에게 가족에게 감사하는 마음, 그리고 늘 그 중심에 계시는 어머니께 감사의 마음을 다시 한 번 가져본다. 일이 많다고, 태산이 높다고, 오르는 것을 포기하기 전에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생각과 함께 고민하고 걱정할 그 시간에 일부터 시작하는 습관을 가져야겠다.
일하기 싫다고 한숨 푹푹 쉴라치면
철부지 달래시면서 젊은 어매 하신 말씀
밭고랑 쳐다보고 지레 걱정하지 마라
눈은 느려 터져도 손만은 재발라서
조금씩 따다가 보면 하마 다 땄나 할 끼다
그렇게 부지런해서 열명길도 서두르셨나
오십 연치 겨우 넘겨 먼 길 가신 우리 어매
아들은 환갑 지나도 게으른 눈만 앞세웁니다
- 손증호, 「눈은 느려 터져도」 전문
추석이 지났다. 그 무덥던 여름이 가고, 계절은 어김없이 돌아왔다. 고추 농사를 지으며 고추를 따던 때를 그리워하는 아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허리를 못 펴고 일만 하는 우리 농촌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작은 밭, 작은 농사에도 손은 어찌 그리 많이 가는지. 정성과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만큼 농사도 잘 되는 법이라 늘 쉴 틈 없이 풀 뽑고, 김매며 일하시던 부모님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필자도 어려서 강원도 산골에서 오랍뜰에 있는 밭농사를 어머니 따라 다니면서 보아서이지, 이 시에 퍽 공감이 간다.
감자밭에 감자를 캘 때도, 고추밭의 고추를 딸 때도 시작하기 전에는 언제나 늘 일이 많아 보여 언제 끝낼까 아득하게 느껴지지만, 열심히 하다가 보면 어느새 일은 끝나 있었다. 이 시의 화자도 어려서 어머니를 도와 고추를 땄나 보다.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고추밭, 눈으로 보이는 그 넓은 고추밭의 고추를 다 따야 한다는 부담감을 어머니는 “눈은 느려 터져도 손만은 재발라서/ 조금씩 따다가 보면 하마 다 땄나 할 끼다”고 위로하며 덜어주신다. 그렇게 부지런하시던 어머니가 오십을 겨우 넘기고, 열명길조차 서둘러 가신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셋째 수에 나타난다. 환갑을 넘기고도 아직도 게으른 눈만 앞세운다고 어머니의 부지런한 손을 그리워하고 있다. 농부들의 부지런한 손놀림 있었기에 가을이 되어 모든 농작물들이 여물고 우리는 풍성한 가을을 맞이할 수 있어, 새삼 농부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고유의 큰 명절 중에 하나인 한가위, 추수한 오곡백과를 차려놓고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고, 헤어진 동기간들이 모이는 때인지라 부모님과 형제들이 더욱 그리워질 것이다. 또 둥글게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을 보면서, 저마다 감사와 소원도 빌 것이다. “어머니 송편 빚는/ 툇마루가 어두울까// 조상님 찾는 발길/ 자손들이 길 잃을까// 해 진 걸 어떻게 알고 저리 밝게 떠올랐나// 빚어낸 송편 속에 정을 담은 저 손길들/ 차례 뒤 둘러앉아/ 탕국 속에 나눈 정담// 오는 길/ 천 리라 해도/ 가까운 듯 모였어라// 타향 삶 힘들어도/ 즐거운 듯 이겨내라// 챙겨 준 풋나물에/ 저려 있는 깊은 모정// 어머니/ 여윈 모습에/ 미어지는 가슴 한 쪽// 올해도 풍년 돼라/ 밤새워 돌봐 주며// 땀 흘린 농작물을 지켜 주려 지새운 밤// 아침 해/ 불러다 놓고/ 돌아서는 보름달” - 이종기, 「보름달」 전문.
서양에 추수감사절이 있다면 한국에는 한가위가 있다. 일 년의 농사를 끝내며 하늘에게 들에게 농부에게 가족에게 감사하는 마음, 그리고 늘 그 중심에 계시는 어머니께 감사의 마음을 다시 한 번 가져본다. 일이 많다고, 태산이 높다고, 오르는 것을 포기하기 전에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생각과 함께 고민하고 걱정할 그 시간에 일부터 시작하는 습관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