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박사님] 득음
[김민정 박사님] 득음
by 김민정 박사님 2018.11.12
소리는 날고 싶다 들바람 둠벙 건너듯
휘몰이로 돌아서 강물의 정수리까지
아름찬 직소폭포의 북벽에 닿고 싶다
적벽강 채석강을 품어 안은 변산반도
북두성 견우성이 어우러져 통정하고
윤슬의 만경창파는 진양조로 잦아든다
결 고운 그대는 국창國唱이 되어라
깨진 툭바리처럼 설운 난 바람이 되어
한바탕 쑥대머리나 부르며 놀다 가리니
그날은 찾아올까 우화등선은 이뤄질까
가을빛 스러지면 어느 새 입동 무렵
노래는 구만리 가고 기러기는 장천 간다
- 이달균, 「득음」 전문
산은 요즘 만산홍엽이다. 아니 이미 산마다 골짜기마다 노랗게 붉게 물든 나뭇잎이 가을비에, 가을바람에 쏟아지고 있다. 무척 아름답고도 쓸쓸한 풍경이다. 가을이면 모든 것은 열매를 맺으며, 결실을 향한다. 젊은 시절 외웠던 「가을날」이란 시가 떠오르는 건 아직 내 안에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서일까?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얹으시고/ 들녘엔 바람을 놓아 주십시오.//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하시어/ 이틀만 더 남국의 햇살을 베풀어/ 과일들의 완성을 재촉하시고,/ 포도에는/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더는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 남아/ 깨어서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낙엽이 흩날리는 날에는 가로수 길을/ 이러저리 불안스레 헤매일 것입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 전문.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는데, 2018년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릴케는 지금 집을 짓지 않은 사람은 더는 집을 짓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 남아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라 했다. 이 시의 후반의 모습은 가을날의 시인의 쓸쓸한 모습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위 소개된 시조도 제목이 ‘득음’이다. 소리를 하는 사람은 득음을 하여 명창이 되듯, 시를 쓰는 사람도 자기 목소리를 내며 득음의 경지에 이르러야 명시가 되는 것이리라. 이 시조의 시적 화자도 그것을 바라고 있다. 명시를 빚는 시인이 되기 위해, 시인은 밤을 새우며 시를 쓸 것이다.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시를 빚는 일, 명시를 쓰는 일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수 백편, 수 천편, 수만 편을 쓰다가 보면 좋은 시가 탄생될 것이다. 우화등선을 꿈꾸는 시인, 그건 바로 명시를 탄생시키고픈 마음일 것이다.
일상을 살아가는 많은 독자들도 이맘때가 되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유난히 모임도 많고, 행사도 많은 달이 10월이다. 11월에 접어들면 크고 작은 자신의 한 해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마음이 바빠지기도 한다. 올해 안에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한 해를 반성해 보는 시간이다. 하지만 거둔 알곡도 없는 한 해라고 자신을 다그칠 필요는 없다. 돌이켜보면 매 순간 우리는 최선을 다해 살아왔고 살고 있다. 그러니 주눅 들지 않아도 된다. 자신을 심하게 탓하지 않아도 된다. 차라리 큰일 없이 무탈하고 건강하게 한 해를 건너왔음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러니 오늘도 잘 살고 있다고 자신에게 격려와 칭찬을 해 주어야 한다. 자신에 대한 긍정의 마인드로 올해의 남은 시간을 보낸다면 당신은 더욱 행복해질 것이다.
휘몰이로 돌아서 강물의 정수리까지
아름찬 직소폭포의 북벽에 닿고 싶다
적벽강 채석강을 품어 안은 변산반도
북두성 견우성이 어우러져 통정하고
윤슬의 만경창파는 진양조로 잦아든다
결 고운 그대는 국창國唱이 되어라
깨진 툭바리처럼 설운 난 바람이 되어
한바탕 쑥대머리나 부르며 놀다 가리니
그날은 찾아올까 우화등선은 이뤄질까
가을빛 스러지면 어느 새 입동 무렵
노래는 구만리 가고 기러기는 장천 간다
- 이달균, 「득음」 전문
산은 요즘 만산홍엽이다. 아니 이미 산마다 골짜기마다 노랗게 붉게 물든 나뭇잎이 가을비에, 가을바람에 쏟아지고 있다. 무척 아름답고도 쓸쓸한 풍경이다. 가을이면 모든 것은 열매를 맺으며, 결실을 향한다. 젊은 시절 외웠던 「가을날」이란 시가 떠오르는 건 아직 내 안에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서일까?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얹으시고/ 들녘엔 바람을 놓아 주십시오.//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하시어/ 이틀만 더 남국의 햇살을 베풀어/ 과일들의 완성을 재촉하시고,/ 포도에는/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더는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 남아/ 깨어서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낙엽이 흩날리는 날에는 가로수 길을/ 이러저리 불안스레 헤매일 것입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 전문.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는데, 2018년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릴케는 지금 집을 짓지 않은 사람은 더는 집을 짓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 남아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라 했다. 이 시의 후반의 모습은 가을날의 시인의 쓸쓸한 모습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위 소개된 시조도 제목이 ‘득음’이다. 소리를 하는 사람은 득음을 하여 명창이 되듯, 시를 쓰는 사람도 자기 목소리를 내며 득음의 경지에 이르러야 명시가 되는 것이리라. 이 시조의 시적 화자도 그것을 바라고 있다. 명시를 빚는 시인이 되기 위해, 시인은 밤을 새우며 시를 쓸 것이다.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시를 빚는 일, 명시를 쓰는 일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수 백편, 수 천편, 수만 편을 쓰다가 보면 좋은 시가 탄생될 것이다. 우화등선을 꿈꾸는 시인, 그건 바로 명시를 탄생시키고픈 마음일 것이다.
일상을 살아가는 많은 독자들도 이맘때가 되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유난히 모임도 많고, 행사도 많은 달이 10월이다. 11월에 접어들면 크고 작은 자신의 한 해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마음이 바빠지기도 한다. 올해 안에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한 해를 반성해 보는 시간이다. 하지만 거둔 알곡도 없는 한 해라고 자신을 다그칠 필요는 없다. 돌이켜보면 매 순간 우리는 최선을 다해 살아왔고 살고 있다. 그러니 주눅 들지 않아도 된다. 자신을 심하게 탓하지 않아도 된다. 차라리 큰일 없이 무탈하고 건강하게 한 해를 건너왔음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러니 오늘도 잘 살고 있다고 자신에게 격려와 칭찬을 해 주어야 한다. 자신에 대한 긍정의 마인드로 올해의 남은 시간을 보낸다면 당신은 더욱 행복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