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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판권 교수님] 경주 대릉원의 메타세쿼이아와 까마귀

[강판권 교수님] 경주 대릉원의 메타세쿼이아와 까마귀

by 강판권 교수님 2019.02.18

경상북도 경주는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상징 공간이자 우리나라에서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문화유산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는 고도(古都)다. 그래서 경주는 우리나라 사람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 사람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다. 그러나 경주를 찾는 사람들은 결코 이곳에 오랫동안 머물지 않는다. 그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관광에 대한 시각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광은 여전히 명소 중심의 인문생태에 머물고 있다. 그래서 경주의 관광객들은 불국사, 석굴암, 동궁, 첨성대, 천마총, 계림 등 찾는 장소가 거의 비슷하다. 아울러 우리나라 관광의 또 다른 특징은 최근 개인 혹은 소단위의 관광객이 늘고 있지만 대부분 단체 관광이라는 점이다. 단체 관광은 짧은 시간에 중요한 관광지를 많이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만족도는 그렇게 높지 않다.
경주 관광객 중에서 대릉원을 찾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더욱이 대릉원의 낙우송과 갈잎큰키나무 메타세쿼이아(이하 메타)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이유는 자연생태를 관광의 중요한 요소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경주의 관광해설가들도 대부분 인문생태만을 안내할 뿐이고, 숲 해설가들은 숲만 안내할 뿐이다. 최근에 자연생태와 인문생태를 융합하는 움직임이 있지만 여전히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다. 나는 경주에 갈 때마다 대릉원의 메타를 찾는다. 이곳의 메타는 다섯 그루다. 내가 경주 방문 때마다 대릉원의 메타를 자주 찾는 것은 메타의 장엄한 모습과 대릉원의 아름다운 자태를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이곳을 찾았을 때 까마귀 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이 날 이곳에서 까마귀 떼를 처음 만났다. 대릉원, 메타, 까마귀를 동시에 만난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벅찼다. 왜냐하면 죽은 자의 무덤에서 새로운 생명체를 만났기 때문이다.
내가 대릉원의 메타를 즐겨 찾는 또 다른 이유는 이곳의 메타가 위대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메타는 은행나무 및 소철과 더불어 ‘살아 있는 화석’이다. 그래서 이곳의 메타는 대릉원의 주인공이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했던 위대한 생명체다. 나는 이곳 메타의 사계절 모습을 카메라로 담고 있다. 그 이유는 대릉원 자체의 모습은 사계절 크게 다르지 않지만 메타의 사계절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메타의 사계절을 통해 대릉원의 다양한 모습을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대릉원과 메타 및 까마귀는 문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경주의 문화재를 메타 및 까마귀처럼 바라본다면 경주를 찾는 사람들의 만족도도 훨씬 올라갈 뿐 아니라 머무는 시간도 길어질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은 단지 경주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 모든 관광지에도 해당한다. 따라서 관광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관광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관광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천년 고도 경주를 몇 칠 만에 관광하는 저급한 단계에서 고급 단계로 발전하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