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상 작가님] 오토바이 위의 세 식구
[권영상 작가님] 오토바이 위의 세 식구
by 권영상 작가님 2019.03.28
점심 무렵부터 날이 컴컴하다. 몸살 기운이 있는 것 같다며 자리에 누운 아내가 기척이 없다. 엊그제 집안 행사가 있어 시골에 내려갔다가 그 길로 늦은 밤에 올라왔다. 운전을 한 나도 힘들지만 행사를 거든 아내도 예전 같지 않게 피로를 느낀다.
나는 매화에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매화 아저씨가 자장면 두 그릇을 가지고 왔다.
“진눈깨비가 오네요.”
매화 아저씨가 입은 우의에 젖은 눈이 얹혀있었다.
“공들여 만들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씩 웃어 보이며 매화 아저씨가 문을 나섰다.
자장면을 안으로 들이며 진눈깨비에 젖은 그의 얼굴에서 빨갛게 피던 웃음을 생각한다. 매화 아저씨는 나보다 훨씬 젊다. 40대 후반이거나 50대 초반. 아담한 키에 얼굴이 소년 같이 발그레하다. 반들거리는 도시 사람 얼굴이 아니다. 시골 밭두렁에서 일하다가 길가는 사람을 위해 문득 토마토 하나 따서 건넬 줄 아는 그런 순수하고 착한 얼굴이다.
그는 매화집 사람답게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빨간 소형 오토바이 뒤엔 노란색 플라스틱 커다란 바구니가 실려 있고, 거기엔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철가방이 담겨 있다.
“안녕하세요?” 골목을 돌아 나오는 그를 새벽길에 문득 만나면 나는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그도 새벽공기에 더욱 불그레해진 얼굴로 인사를 하며 부르릉 달려 나간다. 그렇게 달려가는 오토바이 뒷자리의 노란 플라스틱 바구니에는 양파거나 대파 묶음이 실려 있다. 나는 매화 아저씨와 특별한 사이가 아니다. 새벽길에 가끔 만나고, 가끔 음식을 시켜놓고 보면 그이가 배달해 주어 익힌 얼굴이다.
“공들여 만들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매화 아저씨는 꼭 그런 말을 하고 집을 나선다.
공들이지 않은 음식이 있을까만 그런 말 할 줄 아는 그이가 정직하고 성실해 보였다.
요 며칠 전이다.
동네 산에 갔다가 아파트 뒷길로 내려올 때다. 오토바이 한 대가 다가오는 데 보니 그 매화 아저씨다. 그가 특유의 불그레한 웃음을 보이며 달려오더니 내 앞에 섰다. 나는 그의 웃음이 더욱 붉은 까닭을 알았다. 오토바이 뒷자리에 그분의 어린 아들이 아빠를 안고 있고, 그 뒤엔 아내임 즉한 여자분이 앉아있었다.
“모처럼만에 외식하러 가려구요.”매화 아저씨가 수줍은 듯 또 한 번 씩 웃어보였다.
“아유, 부럽네요. 맛있게 들고 오세요.”
가볍게 인사를 하고 그들을 보냈다.
좀 작아 보이는 오토바이 위의 세 식구. 아이는 아빠를 껴안고, 그 뒤의 엄마는 아이를 껴안고 정오의 햇빛 속으로 달려 들어가는 모습이 왠지 오붓하고 달콤해 보였다. 나는 한참동안 그들이 사라진 골목안길을 바라보다가 돌아섰다.
가족만큼 사랑스럽고, 가족을 사랑하는 일만큼 아름다운 것이 어디 있을까. 매화 아저씨에겐 오토바이 위의 그림 같은 세 식구가 있어 진눈깨비 내리는 날에도 공들인 음식과 발그레한 웃음을 행복하게 배달할 수 있는 거겠다.
나는 매화에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매화 아저씨가 자장면 두 그릇을 가지고 왔다.
“진눈깨비가 오네요.”
매화 아저씨가 입은 우의에 젖은 눈이 얹혀있었다.
“공들여 만들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씩 웃어 보이며 매화 아저씨가 문을 나섰다.
자장면을 안으로 들이며 진눈깨비에 젖은 그의 얼굴에서 빨갛게 피던 웃음을 생각한다. 매화 아저씨는 나보다 훨씬 젊다. 40대 후반이거나 50대 초반. 아담한 키에 얼굴이 소년 같이 발그레하다. 반들거리는 도시 사람 얼굴이 아니다. 시골 밭두렁에서 일하다가 길가는 사람을 위해 문득 토마토 하나 따서 건넬 줄 아는 그런 순수하고 착한 얼굴이다.
그는 매화집 사람답게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빨간 소형 오토바이 뒤엔 노란색 플라스틱 커다란 바구니가 실려 있고, 거기엔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철가방이 담겨 있다.
“안녕하세요?” 골목을 돌아 나오는 그를 새벽길에 문득 만나면 나는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그도 새벽공기에 더욱 불그레해진 얼굴로 인사를 하며 부르릉 달려 나간다. 그렇게 달려가는 오토바이 뒷자리의 노란 플라스틱 바구니에는 양파거나 대파 묶음이 실려 있다. 나는 매화 아저씨와 특별한 사이가 아니다. 새벽길에 가끔 만나고, 가끔 음식을 시켜놓고 보면 그이가 배달해 주어 익힌 얼굴이다.
“공들여 만들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매화 아저씨는 꼭 그런 말을 하고 집을 나선다.
공들이지 않은 음식이 있을까만 그런 말 할 줄 아는 그이가 정직하고 성실해 보였다.
요 며칠 전이다.
동네 산에 갔다가 아파트 뒷길로 내려올 때다. 오토바이 한 대가 다가오는 데 보니 그 매화 아저씨다. 그가 특유의 불그레한 웃음을 보이며 달려오더니 내 앞에 섰다. 나는 그의 웃음이 더욱 붉은 까닭을 알았다. 오토바이 뒷자리에 그분의 어린 아들이 아빠를 안고 있고, 그 뒤엔 아내임 즉한 여자분이 앉아있었다.
“모처럼만에 외식하러 가려구요.”매화 아저씨가 수줍은 듯 또 한 번 씩 웃어보였다.
“아유, 부럽네요. 맛있게 들고 오세요.”
가볍게 인사를 하고 그들을 보냈다.
좀 작아 보이는 오토바이 위의 세 식구. 아이는 아빠를 껴안고, 그 뒤의 엄마는 아이를 껴안고 정오의 햇빛 속으로 달려 들어가는 모습이 왠지 오붓하고 달콤해 보였다. 나는 한참동안 그들이 사라진 골목안길을 바라보다가 돌아섰다.
가족만큼 사랑스럽고, 가족을 사랑하는 일만큼 아름다운 것이 어디 있을까. 매화 아저씨에겐 오토바이 위의 그림 같은 세 식구가 있어 진눈깨비 내리는 날에도 공들인 음식과 발그레한 웃음을 행복하게 배달할 수 있는 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