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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판권 교수님] 역경을 무릅쓰고 피는 꽃

[강판권 교수님] 역경을 무릅쓰고 피는 꽃

by [강판권 교수님] 2019.04.01

아름다운 모습은 언제나 역경(逆境)을 무릅써야 한다. 식물은 언제나 역경을 딛고 난 후에야 꽃을 피운다. 이른바 꽃샘추위는 봄철에 꽃을 피우는 식물을 무척 힘들게 한다. 그러나 힘든 시기를 겪고서야 피어나는 꽃이야말로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꽃샘추위 같은 역경을 이기지 못한 꽃은 떨어져서 결국 열매를 맺지 못한다. 봄철에 꽃을 피우는 나무만이 역경을 딛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니다. 여름철에 꽃을 피우는 아욱과의 무궁화나 부처꽃과의 배롱나무도 더위를 극복해야만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더운 여름철에 꽃을 피운 무궁화의 배롱나무는 다시 잎을 만들 때까지 열매를 달고 있다. 늦가을과 초겨울에 꽃을 피우는 차나무도 갑작스럽게 부는 차가운 바람을 맞고서 열매를 맺는다. 공자는 역경을 추운 날씨, 즉‘세한(歲寒)’이라 표현했다. 역경은 한 존재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가난도 역경이다. 가난을 극복하는 방법은 아주 많지만 가난 속에서도 도를 즐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공자의 수제자였던 안연은 가난 속에서도 도를 즐긴, 즉 안빈낙도(安貧樂道)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안빈낙도는 인간이 어디에 가치를 둘 것인지를 고민케 하는 개념이다. 인생의 목적이 행복에 있다면 안빈낙도는 행복을 찾아가는 방법 중 하나다. 가치의 삶을 살 때 안빈낙도가 가능하다.
순경(順境)의 삶은 순간 편할지 모르지만 아름다운 삶을 만들기 어렵다. 부귀와 영달은 많은 사람들이 쫓는 순경이다. 그러나 부귀와 영달이 반드시 행복을 안겨주지 않는다. 부귀와 영달을 쫓다가 불행에 빠진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자신의 노력이 아닌 부모에게 그저 물려받은 부귀와 영달은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이 같은 사례를 끝없이 만나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가 기회의 균등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회의 균등은 한 사회의 수준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우리나라 젊은 사람들이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것도 기회의 균등을 누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면 절망의 삶에서 희망의 삶으로 살아갈 수 있다.
한 존재의 가장 위험한 순간은 자포와 자기다. 자신을 해치고 자신을 버리는 자포자기는 중국 전국시대 맹자가 언급한 말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자포자기의 상태에 빠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나무는 어떤 경우에도 자포자기의 삶을 살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무는 언제나 공평한 기회를 갖기 때문이다. 나무는 언제나 자신의 노력으로 살아갈 수 있다. 자신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만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거뜬히 이길 수 있다. 반면에 자신의 노력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자포자기 상태에 있으면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 수 없어서 아주 쉬운 일조차 해낼 수 없다.
기후는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변화무쌍한 기후는 역경을 만들지만 나무는 그런 역경을 거부하지 않는다. 역경은 거부한다고 해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역경은 나무처럼 온전히 수용하면서 이기는 방법을 온몸으로 터득할 때 극복할 수 있다. 역경을 이길 때 순경의 삶은 가능하지만 순경을 선호할 때 역경의 삶이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