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박사님] 동백꽃
[김민정 박사님] 동백꽃
by 김민정 박사님 2019.04.08
말 없어도
내 다 안다
네 마음 붉은 것을
야무진 봄
꿈꾸며
엄동 견딘 그 속내도
결국은
온 몸 태워낼
숨 막히는 그 절정도
- 정기영, 「동백꽃」
시인의 사물에 대한 깊은 천착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한 송이 뜨겁게 피어날 동백을 보며 시인은 그 붉은 동백의 마음을 읽고 있다. 한 송이 붉은 꽃송이를 피워내기 위해 따뜻한 봄날을 기다리며 엄동을 견뎌내는 동백꽃의 인내와 고뇌를 생각하고, 그 깊은 의지와 속마음을 또한 생각하고 있다. 언 땅에서 물을 빨아올려 추운 겨울 눈 속에서도 붉게 꽃을 피우는 동백꽃. 시인은 그 동백을 들여다보며 ‘말 없어도 내 다 안다 네 마음 붉은 것을/ 야무진 봄 꿈꾸며 엄동 견딘 그 속내도/ 결국은 온몸 태워낼 숨 막히는 그 절정도’라는 표현으로 온 열정을 사르어 자신의 몸을 태우며 활짝 만개해 절정을 보여줄 아름다운 동백꽃의 개화를 기다린다. 아니 확신하고 기대하며 축원하는 시인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있다. 동백꽃을 사람에 비유하여 말하고 있다.
지난 3월 1930년대 시문학파 시인이었던 김영랑과 김현구의 고향인 강진을 가게 되었다. 그들은 자유시를 쓴 자유시인들이지만 문학관개관 7주년 행사로 한국시조시인협회 세미나를 그곳에서 개최했기 때문이다. 해마다 모란이 흐드러지게 핀 김영랑의 생가를 교과서에서만 보면서 ‘모란이 피기까지는’이란 시만 외우다가, 평소에 일부러 찾아가기에는 너무 먼 곳이라, 마침 기회가 왔을 때 가보자는 심정으로 바쁜 일정 모두 제쳐두고 그곳 행사에 참가하기로 했다.
살아갈수록 아는 사람이 많아지고 모임이 많아지다 보니 늘 같은 날 이중, 삼중 행사가 겹쳐질 때가 많아 선택의 갈등을 해야만 한다. 경중이 비슷하면 선약팀으로 가고, 더 중요한 일이 생기면 그것으로 결정을 하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생활 패턴일 것이다. 같은 날 부산에서 수석회 오픈 행사가 있었지만, 문학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던 것이다.
‘동백’하면 서정주의 ‘선운사 동백’을 생각하게 되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선운사의 동백을 보러 2월 말이나 3월이 되면 선운사에 가기도 한다. 나도 아이들이 어렸을 때 가족여행을 선운사 쪽으로 잡고 동백꽃을 보러 간 적이 있다. 2월 말경이라 동백꽃은 망울만 부풀어 있었고 활짝 피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서정주의 ‘선운사 골짜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라는 시만 읊조리며 아쉬움을 달랬던 기억이 난다.
강진에도 동백꽃으로 유명한 백련사가 있다. 백련사에 오르는 길 양옆으로 선운사 동백나무보다 큰 아름드리 동백나무들이 동백꽃을 달고 있다. 3월 중순경이었는데, 3월 말쯤이 만개 시기라고 한다. 3월 말쯤이면 정말 아름다운 동백꽃들을 볼 수 있다고…. 빠알간 꽃망울을 달고 있는 동백나무 아래를 걸어가며 300년이 넘은 동백나무들을 경외롭게 쳐다보았다. 파아란 하늘 아래 붉은 꽃망울을 단 나무들이 아름다웠다. 동백은 질 때 꽃송이 채로 떨어져서 아직 마르지 않은 꽃잎이 동백나무숲 아래 떨어져 또 하나의 꽃밭을 이루기도 한다.
올해도 변함없이 악천후의 꽃샘추위 속에서도 바야흐로 봄은 오고 꽃은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다. 선운사에도 백련사에도 동백은 이미 피었다지고 동백숲엔 빠알간 동백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으리라. 서울은 지금 윤중로의 벚꽃놀이가 한창인 아름다운 봄이다.
내 다 안다
네 마음 붉은 것을
야무진 봄
꿈꾸며
엄동 견딘 그 속내도
결국은
온 몸 태워낼
숨 막히는 그 절정도
- 정기영, 「동백꽃」
시인의 사물에 대한 깊은 천착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한 송이 뜨겁게 피어날 동백을 보며 시인은 그 붉은 동백의 마음을 읽고 있다. 한 송이 붉은 꽃송이를 피워내기 위해 따뜻한 봄날을 기다리며 엄동을 견뎌내는 동백꽃의 인내와 고뇌를 생각하고, 그 깊은 의지와 속마음을 또한 생각하고 있다. 언 땅에서 물을 빨아올려 추운 겨울 눈 속에서도 붉게 꽃을 피우는 동백꽃. 시인은 그 동백을 들여다보며 ‘말 없어도 내 다 안다 네 마음 붉은 것을/ 야무진 봄 꿈꾸며 엄동 견딘 그 속내도/ 결국은 온몸 태워낼 숨 막히는 그 절정도’라는 표현으로 온 열정을 사르어 자신의 몸을 태우며 활짝 만개해 절정을 보여줄 아름다운 동백꽃의 개화를 기다린다. 아니 확신하고 기대하며 축원하는 시인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있다. 동백꽃을 사람에 비유하여 말하고 있다.
지난 3월 1930년대 시문학파 시인이었던 김영랑과 김현구의 고향인 강진을 가게 되었다. 그들은 자유시를 쓴 자유시인들이지만 문학관개관 7주년 행사로 한국시조시인협회 세미나를 그곳에서 개최했기 때문이다. 해마다 모란이 흐드러지게 핀 김영랑의 생가를 교과서에서만 보면서 ‘모란이 피기까지는’이란 시만 외우다가, 평소에 일부러 찾아가기에는 너무 먼 곳이라, 마침 기회가 왔을 때 가보자는 심정으로 바쁜 일정 모두 제쳐두고 그곳 행사에 참가하기로 했다.
살아갈수록 아는 사람이 많아지고 모임이 많아지다 보니 늘 같은 날 이중, 삼중 행사가 겹쳐질 때가 많아 선택의 갈등을 해야만 한다. 경중이 비슷하면 선약팀으로 가고, 더 중요한 일이 생기면 그것으로 결정을 하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생활 패턴일 것이다. 같은 날 부산에서 수석회 오픈 행사가 있었지만, 문학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던 것이다.
‘동백’하면 서정주의 ‘선운사 동백’을 생각하게 되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선운사의 동백을 보러 2월 말이나 3월이 되면 선운사에 가기도 한다. 나도 아이들이 어렸을 때 가족여행을 선운사 쪽으로 잡고 동백꽃을 보러 간 적이 있다. 2월 말경이라 동백꽃은 망울만 부풀어 있었고 활짝 피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서정주의 ‘선운사 골짜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라는 시만 읊조리며 아쉬움을 달랬던 기억이 난다.
강진에도 동백꽃으로 유명한 백련사가 있다. 백련사에 오르는 길 양옆으로 선운사 동백나무보다 큰 아름드리 동백나무들이 동백꽃을 달고 있다. 3월 중순경이었는데, 3월 말쯤이 만개 시기라고 한다. 3월 말쯤이면 정말 아름다운 동백꽃들을 볼 수 있다고…. 빠알간 꽃망울을 달고 있는 동백나무 아래를 걸어가며 300년이 넘은 동백나무들을 경외롭게 쳐다보았다. 파아란 하늘 아래 붉은 꽃망울을 단 나무들이 아름다웠다. 동백은 질 때 꽃송이 채로 떨어져서 아직 마르지 않은 꽃잎이 동백나무숲 아래 떨어져 또 하나의 꽃밭을 이루기도 한다.
올해도 변함없이 악천후의 꽃샘추위 속에서도 바야흐로 봄은 오고 꽃은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다. 선운사에도 백련사에도 동백은 이미 피었다지고 동백숲엔 빠알간 동백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으리라. 서울은 지금 윤중로의 벚꽃놀이가 한창인 아름다운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