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판권 교수님] 화(花)가 난다
[강판권 교수님] 화(花)가 난다
by 강판권 교수님 2019.04.15
나무들이 꽃을 피워 봄을 비단처럼 아름답게 만든다. 나무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꽃을 피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장미과의 나무들 중 매실나무, 살구나무, 벚나무, 산사나무 등의 나무에 핀 다섯 장의 꽃잎들은 때가 되면 바람에 날아간다. 같은 장미과의 나무인 모과나무는 꽃잎이 다섯 장이지만 매실나무와 살구나무 및 벚나무 꽃보다 무겁기 때문에 바람에 잘 날아가지 않는다. 꽃잎이 바람에 날리는 것을‘꽃비’라 부른다. 꽃비를 한자로 표현하면‘화우(花雨)’다.
꽃비는 세상에서 내리는 비중에서도 사람들이 아주 좋아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봄철에만 맞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다. 꽃비는 옛사람들도 아주 큰 선물로 여겼다. 조선시대 사가(四佳) 서거정(徐居正)의 다음 시는 음력 삼월, 양력 사월의 풍경을 멋지게 표현하고 있다.
날 화창하고 모래톱 따뜻한 삼월 하늘에
홀로 술병 들고 이 강변에 와서 노닐어라.
높은 데 올라 수천 리를 한번 바라보니
꽃비 자욱이 내려 풀빛이 연기 같구나.
계곡에서 꽃비를 맞으면서 술을 마시는 풍경이 눈에 선한 시다. 이 같은 풍경은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문제는 놀이에 대한 안목이다. 꽃비는 멀리 떠나지 않아도 누구든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맞이할 수 있다. 아침에 출근할 때도 저녁에 퇴근할 때도 마음만 있으면 맞이할 수 있는 것이 꽃비다.
꽃비는 불교에서도 소중한 단어다. 불법을 지키는 여러 신인 제천(諸天)은 부처가 설법한 공덕에 감동해서 꽃을 비처럼 뿌렸다.『인왕경(仁王經)·서품(序品)』에 “그때 무색계(無色界)에서 향화(香華)가 내렸는데, 그 향기가 수미(須彌)와 같았고 그 꽃잎이 거륜(車輪)과 같았다”고 했다.
나는 꽃비가 바람에 날려 꽃잎들이 어느 한 곳에 모여 있는 장면을 무척 즐긴다. 수북하게 쌓인 꽃잎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서 사진을 찍는 모습은 요즘 결코 낯설지 않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꽃비를 즐긴다. 나도 해마다 이 같은 놀이를 즐긴다. 그러나 간혹 사진을 찍기 위해 나뭇가지를 흔들어 꽃비를 맞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무척 안타깝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나는 나무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무의 주인은 곧 나무다. 나무가 그런 사람을 나무라지도 않는데 내가 나서서 그런 사람을 야단치면 싸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나무에서 꽃이 떨어지는 시간은 짧지만 꽃잎이 땅에 떨어져 사람들의 눈에서 멀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나무에서 꽃잎이 떨어지는 것을 아쉬워만 할 것이 아니라 땅에 떨어진 꽃잎을 감상할 줄 아는 마음만 있으면 한층 오랫동안 꽃잎을 즐길 수 있다. 땅에 떨어진 꽃이 바람에 날리는 동안 나무들은 열매를 맺거나 잎을 만든다. 이처럼 탄생과 죽음은 동시에 일어난다. 어느 것이 먼저인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운 것이 삶이다. 아마도 분간하는 순간 고민과 고통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꽃비는 세상에서 내리는 비중에서도 사람들이 아주 좋아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봄철에만 맞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다. 꽃비는 옛사람들도 아주 큰 선물로 여겼다. 조선시대 사가(四佳) 서거정(徐居正)의 다음 시는 음력 삼월, 양력 사월의 풍경을 멋지게 표현하고 있다.
날 화창하고 모래톱 따뜻한 삼월 하늘에
홀로 술병 들고 이 강변에 와서 노닐어라.
높은 데 올라 수천 리를 한번 바라보니
꽃비 자욱이 내려 풀빛이 연기 같구나.
계곡에서 꽃비를 맞으면서 술을 마시는 풍경이 눈에 선한 시다. 이 같은 풍경은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문제는 놀이에 대한 안목이다. 꽃비는 멀리 떠나지 않아도 누구든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맞이할 수 있다. 아침에 출근할 때도 저녁에 퇴근할 때도 마음만 있으면 맞이할 수 있는 것이 꽃비다.
꽃비는 불교에서도 소중한 단어다. 불법을 지키는 여러 신인 제천(諸天)은 부처가 설법한 공덕에 감동해서 꽃을 비처럼 뿌렸다.『인왕경(仁王經)·서품(序品)』에 “그때 무색계(無色界)에서 향화(香華)가 내렸는데, 그 향기가 수미(須彌)와 같았고 그 꽃잎이 거륜(車輪)과 같았다”고 했다.
나는 꽃비가 바람에 날려 꽃잎들이 어느 한 곳에 모여 있는 장면을 무척 즐긴다. 수북하게 쌓인 꽃잎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서 사진을 찍는 모습은 요즘 결코 낯설지 않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꽃비를 즐긴다. 나도 해마다 이 같은 놀이를 즐긴다. 그러나 간혹 사진을 찍기 위해 나뭇가지를 흔들어 꽃비를 맞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무척 안타깝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나는 나무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무의 주인은 곧 나무다. 나무가 그런 사람을 나무라지도 않는데 내가 나서서 그런 사람을 야단치면 싸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나무에서 꽃이 떨어지는 시간은 짧지만 꽃잎이 땅에 떨어져 사람들의 눈에서 멀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나무에서 꽃잎이 떨어지는 것을 아쉬워만 할 것이 아니라 땅에 떨어진 꽃잎을 감상할 줄 아는 마음만 있으면 한층 오랫동안 꽃잎을 즐길 수 있다. 땅에 떨어진 꽃이 바람에 날리는 동안 나무들은 열매를 맺거나 잎을 만든다. 이처럼 탄생과 죽음은 동시에 일어난다. 어느 것이 먼저인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운 것이 삶이다. 아마도 분간하는 순간 고민과 고통이 시작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