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상 작가님] 꼼꼼수선집 수선 아가씨
[권영상 작가님] 꼼꼼수선집 수선 아가씨
by 권영상 작가님 2019.05.23
창에 새로 만든 커튼을 쳐본다.
커튼 때문에 방안이 온통 참나무 새잎 피는 5월 숲속처럼 연둣빛으로 환하다. 커튼은 우리 동네 꼼꼼수선집 수선 아가씨가 만들었다.
안성에 있는 내 창문 커튼은 암막 롤스크린 커튼이다. 집 앞 둥게 아저씨네 고추밭가에 서 있는 보안등 불빛이 너무 세기 때문이다. 밤이어도 밤 같지 않게 불빛이 온통 쏟아져 들어왔다. 이럴 때 암막 롤스크린은 좋다. 외부 불빛을 완전 차단한다. 낯선 시골 밤이 쏘는 무섬증까지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한 6년 살다 보니 이제는 무섬증도 사라지고, 오히려 달빛이나 보안등 불빛을 방안으로 이끌어 들일 궁리를 하게 됐다.
서울로 올라온 김에 아내에게 커튼 할 만한 천 이야기를 꺼냈다. 머뭇거리던 아내가 있긴 한데, 하며 장롱 속에서 천 두 조각을 꺼냈다. 하나는 민무늬 연두색이고 또 하나는 체크무늬 연두색인데 커튼 만들기엔 모두 좁고 길다.
“결혼할 때 엄마가 신혼이불을 싸준 보자기야.”
그 이불보를 여기저기 잘라 쓰고 남은 거란다. 색상이 마음에 들었다. 만져봤다. 그 시절 이렇게 좋은 이불보를 썼구나, 싶을 만큼 두텁고 탄탄한 면혼방 천이다. 다른 천도 아니고 아내가 신혼이불을 싸온 이불보자기라니!
“마트 가는 길에 맡기지 뭐.”
창문 크기를 적어온 내 손의 쪽지를 받아들고 아내가 나를 이끌었다.
가는 길에 집 앞 ‘꼼꼼수선’에 들렀다. 예쁜 수선 아가씨가 단번에 나를 알아봤다. 아니, 내가 아니라 내가 입고 있는 크림색 남방셔츠다.
“역시 잘 어울리네요, 아버님한테.”
나는 고마움에 또 한 번 꾸벅 인사를 했다. 지금이 입기에 딱 좋은 이 남방셔츠도 수선 아가씨 손을 본 거다. 한때 딸아이가 입던 옷이었는데 버리기 아까워 품 조절을 조금 하여 내가 입는다.
“시골 저의 엄마도 오빠 윗도리 입는 거 좋아하시거든요.”자식 옷을 물려받아 입는 아버지의 기쁨을 수선 아가씨가 만들어주었다.
아내는 수선 아가씨에게 내 방 창문에 대해 이야기하고 천을 맡겼다.
문을 나서는데, 일 보고 돌아오는 길에 찾으러 와도 좋다는 말을 했다. 마트에 가 이런저런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에 다시 들렀다.
“신혼 이불 보자기라 산뜻한 느낌을 살리려고 나름대로 머리 좀 썼어요.” 그러면서 만든 커튼을 펴 보였다. 연두색 민무늬 천과 체크무늬 천을 오리고 이어 예쁘게 잘 만들었다. 꼼꼼수선집 수선 아가씨는 맡은 물건을 그냥 기술적으로 조작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다. 아내 말에 의하면 나름대로 창의적으로 만들어보려고 애쓴다. 내 크림색 남방셔츠에도 본디 없던 파란 가슴 주머니를 붙여주었다.
안성으로 내려와 창문에 커튼을 달았다. 단지 커튼을 달았을 뿐인데 방안이 연둣빛 달그림자처럼 마음을 설레게 한다. 예전 장모님께서 손수 솜을 넣어 만드신 신혼이불, 어쩌면 그런 느낌이랄까. 밤의 방안 분위기가 포근하면서도 새롭다.
방안 불을 끄면 더욱 좋다. 보안등 불빛이 얼비쳐 방안이 은은하다. 나는 괜히 설레는 소년처럼 바깥에 나가 창문을 본다. 새순이 피는 참나무 숲속 같이 연두색이 곱다.
커튼 때문에 방안이 온통 참나무 새잎 피는 5월 숲속처럼 연둣빛으로 환하다. 커튼은 우리 동네 꼼꼼수선집 수선 아가씨가 만들었다.
안성에 있는 내 창문 커튼은 암막 롤스크린 커튼이다. 집 앞 둥게 아저씨네 고추밭가에 서 있는 보안등 불빛이 너무 세기 때문이다. 밤이어도 밤 같지 않게 불빛이 온통 쏟아져 들어왔다. 이럴 때 암막 롤스크린은 좋다. 외부 불빛을 완전 차단한다. 낯선 시골 밤이 쏘는 무섬증까지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한 6년 살다 보니 이제는 무섬증도 사라지고, 오히려 달빛이나 보안등 불빛을 방안으로 이끌어 들일 궁리를 하게 됐다.
서울로 올라온 김에 아내에게 커튼 할 만한 천 이야기를 꺼냈다. 머뭇거리던 아내가 있긴 한데, 하며 장롱 속에서 천 두 조각을 꺼냈다. 하나는 민무늬 연두색이고 또 하나는 체크무늬 연두색인데 커튼 만들기엔 모두 좁고 길다.
“결혼할 때 엄마가 신혼이불을 싸준 보자기야.”
그 이불보를 여기저기 잘라 쓰고 남은 거란다. 색상이 마음에 들었다. 만져봤다. 그 시절 이렇게 좋은 이불보를 썼구나, 싶을 만큼 두텁고 탄탄한 면혼방 천이다. 다른 천도 아니고 아내가 신혼이불을 싸온 이불보자기라니!
“마트 가는 길에 맡기지 뭐.”
창문 크기를 적어온 내 손의 쪽지를 받아들고 아내가 나를 이끌었다.
가는 길에 집 앞 ‘꼼꼼수선’에 들렀다. 예쁜 수선 아가씨가 단번에 나를 알아봤다. 아니, 내가 아니라 내가 입고 있는 크림색 남방셔츠다.
“역시 잘 어울리네요, 아버님한테.”
나는 고마움에 또 한 번 꾸벅 인사를 했다. 지금이 입기에 딱 좋은 이 남방셔츠도 수선 아가씨 손을 본 거다. 한때 딸아이가 입던 옷이었는데 버리기 아까워 품 조절을 조금 하여 내가 입는다.
“시골 저의 엄마도 오빠 윗도리 입는 거 좋아하시거든요.”자식 옷을 물려받아 입는 아버지의 기쁨을 수선 아가씨가 만들어주었다.
아내는 수선 아가씨에게 내 방 창문에 대해 이야기하고 천을 맡겼다.
문을 나서는데, 일 보고 돌아오는 길에 찾으러 와도 좋다는 말을 했다. 마트에 가 이런저런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에 다시 들렀다.
“신혼 이불 보자기라 산뜻한 느낌을 살리려고 나름대로 머리 좀 썼어요.” 그러면서 만든 커튼을 펴 보였다. 연두색 민무늬 천과 체크무늬 천을 오리고 이어 예쁘게 잘 만들었다. 꼼꼼수선집 수선 아가씨는 맡은 물건을 그냥 기술적으로 조작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다. 아내 말에 의하면 나름대로 창의적으로 만들어보려고 애쓴다. 내 크림색 남방셔츠에도 본디 없던 파란 가슴 주머니를 붙여주었다.
안성으로 내려와 창문에 커튼을 달았다. 단지 커튼을 달았을 뿐인데 방안이 연둣빛 달그림자처럼 마음을 설레게 한다. 예전 장모님께서 손수 솜을 넣어 만드신 신혼이불, 어쩌면 그런 느낌이랄까. 밤의 방안 분위기가 포근하면서도 새롭다.
방안 불을 끄면 더욱 좋다. 보안등 불빛이 얼비쳐 방안이 은은하다. 나는 괜히 설레는 소년처럼 바깥에 나가 창문을 본다. 새순이 피는 참나무 숲속 같이 연두색이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