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박사님] 행군
[김민정 박사님] 행군
by 김민정 박사님 2019.07.08
여명 푸르스레한 실루엣 풍경 속으로
절뚝거리며 길을 가는 깃발 든 청춘들
저들이 끌고 가는 게 어디 한 생 뿐이랴
구리빛 물이 배어 까칠해진 얼굴, 얼굴로
등에 진 군장보다 겨운 짐 나눠지고
피멍 든 동토의 경계를 체득하며 가는 거다
낯선 능선 훑어서 몇 굽이 돌다보면
살갗 쓸리는 동통, 고름 든 물집쯤이야
허리에 철망을 두른 너의 모국만 하겠느냐
우리 울며, 졸며 일방으로 가더라도
내 안에 길을 내어 다다를 그곳으로
희망의 경단 굴리며 아슥한 길 가는 거다
- 김진길, 「행군」 전문
호국보훈의 달인 6월, 6.25전쟁을 떠올리며 군인들을 생각하며 슬픈 ‘비목’의 가사를 떠올리기도 했다. 이 시조를 보면 군인들의 유격훈련이 생각난다. 군인들의 훈련 중 여름의 유격훈련이 있고 겨울의 혹한기훈련. 그냥 햇볕 속에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나는 뜨거운 여름, 그런 가운데 행군을 한다면…. 그리고 추운 겨울날 행군을 한다면 어떨까? 분명 더위와의 싸움, 추위와의 싸움으로 강도 높은 훈련을 하기 위한 것이리라. 무더위의 날씨 속에서도 또 혹한의 추위 속에서도 아무런 문제없이 전쟁이나 긴급 상황시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숙달 훈련이라고 볼 수 있다.
시의 화자는 깃발 든 청춘들이 햇볕에 그을린 채 “등에 진 군장”의 무게를 이겨내고, “살갗 쓸리는 동통, 고름 든 물집”으로 살갗이 받는 그 어려운 고통을 이겨내는 훈련이 조국 수호를 위한 사명감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훈련조차 “허리에 철망을 두른” 채 분단된 모국의 아픔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된 나라,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쟁을 쉬고 있는 휴전선이 있는 나라. 내부에서 느끼는 우리보다, 외부에서 우리를 보면 얼마나 아파 보이겠는가. 조국의 멍에를 짊어지고 행군하는 젊은이들….
‘구릿빛 물이 베어 까칠해진 얼굴, 얼굴로/ 등에 진 군장보다 겨운 짐 나눠지고/ 피멍 든 동토의 경계를 체득하며 가는 거다’고 한다. 춥고, 배고프고, 힘들고 아픈 시간을 견디면서 고행의 행군을 하는 그러한 젊음이 있기에 조국의 낮과 밤은 평안한지도 모른다. 그것이 절뚝거리며 길을 가는 깃발 든 청춘들이 존재하는 당위성임을 말하고 있다. ‘우리 울며, 졸며 일방으로 가더라도/ 내 안에 길을 내어 다다를 그곳으로/ 희망의 경단 굴리며 아슥한 길 가는 거다’고 다시 맞은 봄을 기다리는 화자의 마음이 나타난다. 다다를 그곳이 우리의 평화통일이 있는 곳이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 시조와 더불어, 전쟁의 뒷모습을 표현한 유치환의 「보병과 더불어」란 시가 생각난다. ‘여기는 외금강 온정리 정거장/ 기적도 끊기고 적군도 몰려가고/ 마알간 정적만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빈 뜰에/ 먼저 온 우군들은 낮잠이 더러 들고/ 코스모스 피어있는 가을볕에 서량이면/ 눈썹에 다달은 금강의 수려한 본연에/ 악착한 전쟁도 의미를 잃노리/ 시방 구천 밖으로 달아나는 적을 향해/ 일제히 문을 연 여덟 개 포진은/ 찌릉찌릉 지각을 찢어 그 모독이/ 첩첩 영봉을 울림하여 아득히 구천으로 돌아들고/ 봉우리 언저리엔 일 있는 듯 없는 듯/ 인과처럼 유연히 감도는 한자락 백운’- 유치환의 「보병과 더불어」전문.
전쟁의 비참함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기를, 이 땅에 평화통일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절뚝거리며 길을 가는 깃발 든 청춘들
저들이 끌고 가는 게 어디 한 생 뿐이랴
구리빛 물이 배어 까칠해진 얼굴, 얼굴로
등에 진 군장보다 겨운 짐 나눠지고
피멍 든 동토의 경계를 체득하며 가는 거다
낯선 능선 훑어서 몇 굽이 돌다보면
살갗 쓸리는 동통, 고름 든 물집쯤이야
허리에 철망을 두른 너의 모국만 하겠느냐
우리 울며, 졸며 일방으로 가더라도
내 안에 길을 내어 다다를 그곳으로
희망의 경단 굴리며 아슥한 길 가는 거다
- 김진길, 「행군」 전문
호국보훈의 달인 6월, 6.25전쟁을 떠올리며 군인들을 생각하며 슬픈 ‘비목’의 가사를 떠올리기도 했다. 이 시조를 보면 군인들의 유격훈련이 생각난다. 군인들의 훈련 중 여름의 유격훈련이 있고 겨울의 혹한기훈련. 그냥 햇볕 속에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나는 뜨거운 여름, 그런 가운데 행군을 한다면…. 그리고 추운 겨울날 행군을 한다면 어떨까? 분명 더위와의 싸움, 추위와의 싸움으로 강도 높은 훈련을 하기 위한 것이리라. 무더위의 날씨 속에서도 또 혹한의 추위 속에서도 아무런 문제없이 전쟁이나 긴급 상황시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숙달 훈련이라고 볼 수 있다.
시의 화자는 깃발 든 청춘들이 햇볕에 그을린 채 “등에 진 군장”의 무게를 이겨내고, “살갗 쓸리는 동통, 고름 든 물집”으로 살갗이 받는 그 어려운 고통을 이겨내는 훈련이 조국 수호를 위한 사명감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훈련조차 “허리에 철망을 두른” 채 분단된 모국의 아픔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된 나라,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쟁을 쉬고 있는 휴전선이 있는 나라. 내부에서 느끼는 우리보다, 외부에서 우리를 보면 얼마나 아파 보이겠는가. 조국의 멍에를 짊어지고 행군하는 젊은이들….
‘구릿빛 물이 베어 까칠해진 얼굴, 얼굴로/ 등에 진 군장보다 겨운 짐 나눠지고/ 피멍 든 동토의 경계를 체득하며 가는 거다’고 한다. 춥고, 배고프고, 힘들고 아픈 시간을 견디면서 고행의 행군을 하는 그러한 젊음이 있기에 조국의 낮과 밤은 평안한지도 모른다. 그것이 절뚝거리며 길을 가는 깃발 든 청춘들이 존재하는 당위성임을 말하고 있다. ‘우리 울며, 졸며 일방으로 가더라도/ 내 안에 길을 내어 다다를 그곳으로/ 희망의 경단 굴리며 아슥한 길 가는 거다’고 다시 맞은 봄을 기다리는 화자의 마음이 나타난다. 다다를 그곳이 우리의 평화통일이 있는 곳이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 시조와 더불어, 전쟁의 뒷모습을 표현한 유치환의 「보병과 더불어」란 시가 생각난다. ‘여기는 외금강 온정리 정거장/ 기적도 끊기고 적군도 몰려가고/ 마알간 정적만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빈 뜰에/ 먼저 온 우군들은 낮잠이 더러 들고/ 코스모스 피어있는 가을볕에 서량이면/ 눈썹에 다달은 금강의 수려한 본연에/ 악착한 전쟁도 의미를 잃노리/ 시방 구천 밖으로 달아나는 적을 향해/ 일제히 문을 연 여덟 개 포진은/ 찌릉찌릉 지각을 찢어 그 모독이/ 첩첩 영봉을 울림하여 아득히 구천으로 돌아들고/ 봉우리 언저리엔 일 있는 듯 없는 듯/ 인과처럼 유연히 감도는 한자락 백운’- 유치환의 「보병과 더불어」전문.
전쟁의 비참함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기를, 이 땅에 평화통일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