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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시인님] 쓰레기 처리 삼위일체

[이규섭 시인님] 쓰레기 처리 삼위일체

by 이규섭 시인님 2019.09.20

일회용품이 썩어서 없어지는데 걸리는 기간은 얼마나 될까?. 학생 대상 환경 강의 때 가끔 인용하는 질문이다. 비닐봉지 10∼12년, 일회용 컵 20년 이상, 이쑤시개 20년 이상, 스티로폼은 500년 이상 걸린다.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환경을 좀 먹는 시간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회용품을 왜 줄여야 하는지 이해하기 쉬운 사례다.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올해 1월부터 실시해온 1회용 비닐봉지 무상제공 금지가 점차 정착돼 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대형마트나 슈퍼에서 비닐봉지를 주지 않아 초창기엔 불편했으나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게 됐다.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은 5개월 동안 비닐봉지를 84%나 줄여 발 빠르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규제 대상에서 빠진 소매업소와 전통시장도 동참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고 형평성에도 맞다.
또 다른 변화는 종이 영수증이 줄어드는 추세다. 환경 당국이 13개 대형 유통업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종이 영수증을 없애기로 한 게 효과를 톡톡히 본다. “영수증 필요하세요?” 계산대 직원이 물으면 그냥 발행해주면 되지 왜 귀찮게 묻는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영수증 발급을 해주지 않으려는 꿍꿍이 속셈이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까지 들었다. 정책을 인지하지 못한 무지의 탓이다.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전자 영수증 발급을 늘려간다는 취지다. 13개 업체가 지난해 발급한 종이 영수증은 14억 8690만 건으로 이 영수증을 모두 합치면 1079t이라고 한다.
요즘은 포장지 쓰레기가 새로운 골칫거리다. 신선식품 온라인 배송과 스마트폰을 통한 각종 음식 배달 앱 이용이 보편화 되면서 포장재와 식품용기 폐기물이 급증하고 있다. 냉동식품 1개를 위해 아이스박스 안에 드라이아이스 보랭팩을 3개씩 넣는다. 냉장식품용 종이 박스는 보랭 효과를 내려고 일반 박스 보다 두 배 두터운 걸 쓴다. ‘뽁뽁이’라 불리는 에어캡으로 감싼다. 업계도 배보다 배꼽이 큰 과도한 포장재로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다. 신선도 유지가 핵심 서비스이니 울며 겨자 먹기로 추가 비용을 감수한다. 보랭팩은 은박을 제거하면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제거가 불편하고 귀찮다보니 일반쓰레기로 처리해 버린다. 배달 음식을 담는 각종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용기의 사용도 폐기물 쓰레기를 늘리는 요인이다. 신선식품 배송포장재와 배달음식 용기 등 재활용품에 대한 종합 감축대책을 환경부가 10월쯤 발표할 계획이라니 어떤 안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쓰레기와의 전쟁은 끝이 없다. 대형마트 종이 박스에도 제동이 걸렸다.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 비치하던 종이 박스와 포장 테이프를 업계와의 자발적 협약에 따라 이르면 연내에 없애기로 했다. 가정으로 간 테이프와 노끈은 고스란히 폐기물이 되고, 종이 박스 재활용률은 떨어진다는 게 이유다. 시민들은 식료품과 생필품을 한꺼번에 구입할 때 장바구니나 종량제 봉투는 약해 종이 박스를 이용하는 데 실상을 모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한다. 쓰레기를 줄이고 깨끗한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생산자, 정부가 삼위일체가 되어 합의를 도출하고 사회구성원 모두가 동참해야 탄력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