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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나ㆍ너가 아닌 ‘우리’가 어떨까?!

[정운 스님] 나ㆍ너가 아닌 ‘우리’가 어떨까?!

by 정운 스님 2019.12.03

“옛 친구를 찾아가 보니, 마음이 아프다.
해 지나도 그저 홀로 병실에 누워 있으니,
찾는 사람 하나 없고, 터진 창살이 씁쓸할 뿐이다.
화로 속에 차가운 재, 방바닥에 앉으니 찬 기운이 감돈다.
병든 뒤에 몸뚱이가 고통인 줄 알게 되나니,
건강할 때 부지런히 남을 위해 헌신하소.”- <치문>

앞의 내용은 어느 스님이 옛 친구를 찾아갔다가 병들어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심정을 읊은 시 구절이다. 석가모니 부처님 때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한 수행자가 간밤에 복통이 나서 설사를 하고 탈진 상태가 되었다. 그 수행자는 몸을 가눌 수 없을 만큼 병이 깊어 길에 쓰러져 있었다. 부처님께서 그 모습을 보고 제자 아난에게 물을 길어 오게 해서 병든 비구의 몸을 씻겼다. 그런 뒤 부처님은 병든 비구의 머리를 들고 아난은 두 다리를 들어 침상에 눕혔다. 이후, 부처님은 스님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출가 수행자로서 병이 나도 간호해줄 부모ㆍ형제도 없는데, 누가 간호해 줄 것인가? 누군가 아프면 서로 서로 간호해주고 보살펴주어라. 오늘 이후로 병든 비구가 있거든 서로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받들어 공경하라.”
독자님들께서 이 내용을 접하면서 ‘스님들도 그렇게 살아가나?’ 하고 의아할 것이다. 스님들의 삶도 일반 사람들의 삶과 비슷하다. 병으로 아플 때도 많은데, 특히 홀로 살면 돌봄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서로서로 보살피라는 부처님의 지극한 말씀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비단 이런 문제는 혼자 사는 스님들만이 아닐 것이다. 요즘 일반 사람들의 경우, 혼자 앓다가 고독사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게다가 이 고독사가 노년층에 한정되지 않고, 젊은 층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일전에 30대 중반 여성이 고독사한지 2달이 지나 백골이 되어 발견되기도 하였다.
고독사가 뉴스화될 때마다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복지를 한탄하고 국가의 사회 구조를 지탄한다. 하지만 꼭 그렇게만 생각할 수 없다. 고독사가 느는 것은 개인주의가 발달하고, 개인 사생활 보호라는 명목으로 이기주의가 팽배한 점도 한 몫 한다는 점이다.
고독사와 정반대 이야기가 있다. 근자에 미국에서는 죽음을 앞둔 이들이 병원에서 가족과 벗들에 둘러싸여 맥주를 마시며, 행복하게 웃으며 임종하는 사진과 내용이 sns를 타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미국 호스피스 재단의 케네스 도카 박사는 “생을 마감하는 순간에 평생 사랑했던 누군가와 함께 하며, 그 순간의 의미를 공유하면서 웃으며 떠나는 일”이라고 하며 죽음의 미를 말한다.
어느 누군들 홀로 죽는 순간을 원하겠는가?! 하지만 현실이 자신의 뜻과 맞지 않은 것을 어찌하랴! 그렇다면 주위의 고독한 이들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자. 설령 피붙이 식구가 아닐지라도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나’ㆍ‘너’가 아닌 ‘우리’라는 의식을 가져보자. 연말이 다가오는 이즈음, 그대의 손길을 기다리는 간절한 이들이 가까이 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