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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은 대표님] 행복은 해프닝?

[김재은 대표님] 행복은 해프닝?

by 김재은 대표님 2019.12.05

한 해가 저물어간다. 한 장 남은 달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어떤 한 해를 보냈는지 생각해보니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난 진정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까?
그러다 문득 ‘행복’이 어떤 녀석인지 궁금하여 찾아보았다.
행복(Happiness)’의 어원은 ‘Happen(일어나다ㆍ발생하다)’이라고 한다. happy의 어근은 ‘hap’인데 이 말은 ‘chance’(우연), ‘luck’ 또는 ‘fortune’(운)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동사 ‘happen’은 ‘발생하다’,‘생기다’의 뜻이고 ‘happening’은 사건 또는 사고를 가리키는 말이다. ‘mishap’은 불운한 일이나 재난을 뜻하는 명사이고 ‘hapless’는 ‘재수가 없다’는 뜻의 형용사이다. 정리해보면 ‘happiness’는 운이 좋은 상태로 발생하다는 뜻이 된다.
결국 행복이란 발생하는 것이다. 좋은 일이 일어나면(happen) 그때 사람들은 행복하다(happy)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좋은 일이 일어나도록 우리 자신을 움직여야 된다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것, 이것은 세렌디피티와도 닿아있다. 뭔가를 할 때 얻어지는 뜻밖의 행운, 예상치 않은 즐거움인 세렌디피티가 결국 행복의 원천인 것이다.
세상을 살아갈 때 바른 양심을 드러내는 의미인 덕(德)에는 ‘복’이나 ‘행복’의 뜻이 있다고 한다. 복이 덩굴째 들어온다는 말이 있지만 복은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나의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다. 덕으로서 복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복은 받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짓는 것이다. 공짜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행복에 대한 중요한 사실 하나를 만나게 된다. 우리는 늘 행복을 추구하며 쫓아다니지만 행복은 그렇게 생겨나는 것, 발생되는 것이지 쟁취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행복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자 배울 수 있는 기술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마음처럼 되지 않는 조건이나 상황에 매여 쉽게 행복을 놓쳐버리는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그대로 가지고 있는데 말이다.
다시 지난 시간들을 돌아본다. 가만히 앉아 행복은 물론 이것저것 얻으려 했던 내 삶이 겨울비를 맞으며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또한 잘 보이려 애쓰고 체면이나 형식에 매여 어떤 작은 일탈도 허용치 않으려 했던 무미건조한 바른 생활 사나이도 그 곁에 서 있다.
행복은 뭔가를 하는 것, 그것을 통해 일어나는 해프닝이라는 것을 진즉에 알았으면 지난 시간들이 조금은 더 행복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다시 한번 새기지만 행복은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하는 것, 그것을 느끼는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저 ‘행복’이라는 목표에서 눈을 떼고 해프닝을 만들어가면 될 뿐이라는데 누군들 기꺼이 즐겁게 하지 않겠는가?
지난 시간들을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든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즈음에 행복의 비밀이자 힌트 하나를 내 삶에 녹인다. 한 달 남은 지금은 물론 다가오는 새해에도 기꺼이 뭔가를 시도하고 해봄으로써 ‘해프닝’의 삶을 만들어 보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