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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님] 땀과 땀이 모여 강을 이루기를

[한희철 목사님] 땀과 땀이 모여 강을 이루기를

by 한희철 목사님 2020.03.11

장대높이뛰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수치는 내남없이 모두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어둡게 했습니다. 감염 확진자 숫자와 사망자 숫자는 꺾일 줄 모르고 그렇게 늘어만 갔습니다. 세상에,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마스크 구하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곳곳에 길게 이어진 줄을 보면서도 어디 남의 나라 일 같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런 중에도 마음을 시원하게 하는 소식들도 아주 없지가 않았습니다. 바쁜 일을 뒤로하고 대구로 달려간 의료진들이 있었고, 봉사자들이 있었습니다. 병상을 내어준 기관들이 있었고, 가래로 막아도 어려운 것을 호미로 막느라 잠을 미루며 사투를 벌이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나도 어렵지만 이 어려움을 위해 써달라며 지갑과 봉투를 연 이웃들도 적지가 않습니다. 어디 그들뿐이겠습니까, 다른 사람들을 위해 마스크 구매를 삼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도 모두가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사막 어디엔가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공감합니다.
오래전에 썼던 ‘땀방울’이라는 짤막한 글이 있습니다. 마음으로야 달려가 수고하는 분들에게 시원한 냉수 한 그릇씩이라도 대접하고 싶지만 마음뿐입니다. 미안하고 송구한 마음을 담아 서툰 글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빨리 빨리 서둘러! 늦으면 큰일 난단 말이야!”
하루 종일 내린 비가 한밤중까지도 계속되자 숲이 소란스러워졌습니다. 점점 불어난 물이 겁나게 흘러 산 아래 마을이 위태로워진 것입니다.
그칠 줄 모르는 장대비에 마을이 곧 물에 잠길 것만 같습니다. 깨어있던 나무들이 잠든 나무와 풀을 깨웠습니다.
“뿌리로부터 가지 끝까지 양껏 물을 빨아들여! 빈틈일랑 남기지 말고.”
나무마다 풀마다 몸 구석구석 물을 채우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좀 더 많은 물을 빨아들이기 위해 있는 힘을 다했습니다. 숨쉬기조차 어렵도록 온몸에 물을 채웠습니다.
한밤이 어렵게 갔습니다. 날이 밝았습니다.
개울물 소리가 요란했을 뿐 마을은 아무 일이 없었습니다. 언제 비가 왔냐는 듯 아침 햇살은 거짓말처럼 찬란했습니다.
찬란한 햇살에 숲은 무리를 이룬 반딧불처럼, 보석처럼 빛났습니다. 잎새 끝 영롱하게 맺힌 물방울들, 다들 빗방울이라 했지만 아닙니다. 실은 땀방울입니다. 나무와 풀이 밤새 흘린 땀방울인 것입니다.>
이 땅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함께 흘리는 굵은 땀방울들, 그 땀이 한 방울 한 방울 모여 마침내 우리를 살리는 은총의 강으로 생명의 강으로 흘러가기를 기대합니다. 남모르는 곳에서 땀 흘리는 모든 분들을 위해 남모르는 곳에서 기도와 응원의 두 손을 모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