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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님] 지금은 모두가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한희철 목사님] 지금은 모두가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by 한희철 목사님 2020.03.18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至誠이면 感天’이라는 말이니, 지극한 정성이면 하늘도 감동한다는 뜻이 되겠지요. 무슨 일이든지 정성을 다하면 어려운 일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일러주는 말입니다. 제가 목사이기 때문일까요, 저는 기도의 의미를 ‘지성’에서 찾고 싶습니다. 지극한 정성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기도요, 지극한 정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기도라 생각합니다.
호랑이에게 쫓겨 나무 꼭대기로 피한 오누이가 가지 끝에서 드린 기도를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오누이는 자기들을 살려달라고 기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살리시려거든 산 동아줄을 주시고, 죽이시려거든 썩은 동아줄을 달라고 구했지요. 살고 죽는 것을 하늘에 맡겼던 것이었고, 하늘은 오누이의 지극한 마음을 받아주신 것이었고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고통과 두려움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가 마침내 세계적 대유행을 뜻하는 ‘팬데믹’을 선언할 때, 그 모습은 마치 대항할 수 없는 적군 앞에 항복을 선언하는 것처럼 다가왔습니다.
나라마다 황급히 문을 걸어 잠그는 선택을 하지만, 어디 바이러스가 잠긴 문 앞에 멈춰 서서 닫힌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릴까요? 허락받을 것도 없이 철통같이 잠근 문을 통과한 바이러스는 얼마든지 사람 사이를 휘저어 수많은 사람들을 두려움의 수렁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충분히 엉뚱하게 들리겠지만, 지금은 모두가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믿는 종교가 무엇이든, 종교가 없는 이라도 모두가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하늘이 감동할 수 있도록 이 땅에 사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정성으로 모아야 합니다.
하늘이 감동할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을 정성으로 모은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겸손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겸손’(humility)이라는 말은 ‘흙’을 의미하는 라틴어 ‘humus’에서 왔습니다. 겸손은 우리가 흙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기에 흙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지요.
지극히 비과학적으로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 겸손을 이야기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전 세계를 혼란과 두려움에 빠뜨리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자연이 우리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의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이유를 모르게 죽은 거구의 고래 뱃속을 채우고 있는 것은 인간이 버린 쓰레기들입니다. 깊이를 헤아리기 힘들 만큼 깊은 바다에 사는 심해어의 몸속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은 발견됩니다. 지구의 기후를 조정해왔던 빙하는 무서운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북극곰은 자기 새끼를 잡아먹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우리는 겸손의 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았던, 자연 위에 함부로 군림하려고 했던 교만함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지성의 자리로, 겸손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기도입니다. 지금은 모두가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