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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님] 콩 반쪽도 나눠먹는다

[한희철 목사님] 콩 반쪽도 나눠먹는다

by 한희철 목사님 2020.04.22

‘콩’이 우리에게 중요한 곡식이기 때문이었을까요, 콩에 관한 속담이 제법입니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곧이듣지 않는다’는, 무슨 말을 해도 믿지를 않는 것을 말합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원인에 따라 결과가 나타남을 말하지요.
콩의 크기가 작아서 그럴까요, 콩과 관련된 속담 중에는 ‘콩알 반쪽’에 관한 속담도 여럿입니다. ‘콩 반 알도 남의 몫 지어 있다’는 속담은,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주인이 따로 있다는 것을 일러줍니다. ‘콩 반쪽이라도 나의 것이라면 손 내민다’는 속담은,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제 몫이라면 챙기게 마련인 사람의 심리를 표현합니다. ‘콩 반쪽이라도 남의 것은 손대지 않는다’는 속담은, 아무리 보잘 것 없는 것이라 해도 남의 것은 욕심내선 안 된다는 것을 일러줍니다.
‘콩 반쪽도 나눠 먹는다’는 속담은 늘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아무리 부족해도 나눌 것이 있다는 의미로도 다가오고, 어려울 때 나누는 것이 가장 소중한 나눔이라는 의미로도 다가옵니다. ‘콩 반쪽에 정 붙는다’는 속담 또한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그것을 나누면 정이 생기게 마련임을 일러주고 있고요.
생뚱맞게 콩 이야기를 한 것은 독일에서 전해진 뜻밖의 뉴스 때문입니다.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까지 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독일의 북부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에 있는 <노이뮌스터 동물원>은 최근 영업 중단 등에 따른 비용 절감을 위해 동물 안락사 등을 포함한 비상계획을 세웠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동물원은 연간 15만 명에 달하는 방문객의 입장료로 운영비 대부분을 충당해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달 15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적 봉쇄 조처가 내려졌고, 그로 인해 입장료 수입이 사라지자 기부금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재정난이 극심해지면서 사료 공급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처지에 놓이고 말았습니다.
상황이 악화되자 동물원은 동물들을 차례로 안락사 시키고, 안락사를 시킨 동물을 다른 동물의 먹잇감으로 사용하는 극약 처방 계획을 세운 것이었습니다. 비상계획에는 100여종에 달하는 동물 700마리에 대해서 순서를 정해 안락사 시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어떤 동물이 첫 번째 희생양이 될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거대한 북극곰을 마지막 순서로 정한 것은 알려졌습니다.
굶어죽게 두는 것보다는 안락사를 시켜 다른 동물들의 먹이로 주겠다는 것인데, 오죽하면 그런 계획을 다 세웠을까 싶으면서도 섬뜩한 마음을 지우기가 어렵습니다. 모두에게 닥친 어려움을 너무 쉽게 동물들에게만 지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허리띠를 졸라매고서라도 공생의 길을 찾는 것이 마땅한 도리일 텐데 말이지요.
독일에도 그런 속담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 속담 하나를 일러주고 싶습니다. ‘콩 반쪽도 나눠 먹는다’는, 우리에겐 너무도 익숙한 속담을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