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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님] 은혜를 갚는다는 것

[한희철 목사님] 은혜를 갚는다는 것

by 한희철 목사님 2020.05.19

‘앙갚음’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자기에게 해를 입힌 사람에게 보복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지요. 내가 받은 괴로움보다 더 크게, 더 고통스럽게 갚으려는 마음이 우리에게는 있습니다.
앙갚음과 비슷한 말 중에 ‘안갚음’이 있습니다. 혹시 글자만 보고는 복수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나 생각할지 몰라도, 그렇지가 않습니다. ‘안갚음’이라는 말은 ‘마음을 다해 키워 주신 부모의 은혜, 받기만 했던 부모의 은혜에 보답한다.’는 뜻입니다. 그런 점에서 안갚음은 ‘반포보은’(反哺報恩)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까마귀를 흉조라며 싫어합니다. 까마귀가 울면 사람이 죽거나 흉한 일이 생긴다는 말을 많이 들어, 어디선가 까마귀가 나타나면 마음이 불안했던 어릴 적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까마귀는 갸륵한 효심을 가진 효조(孝鳥)여서, 다 자란 후에는 자기 입에 머금었던 먹이를 내어 늙은 제 어미를 먹여 살리며 은혜를 갚는다고 합니다. 박효관의 시조가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합니다. <뉘라서 까마귀를 검고 흉타 하였던고/ 반포보은이 그 아니 아름다운가/ 사람이 저 새만 못함을 못내 슬퍼하노라>
최근에 반포보은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미국의 인디언 거주 지역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하자 아일랜드 사람들이 그들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인디언 나바호 자치지역에서는 2,400명 이상의 원주민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70여 명이 숨졌다고 합니다.
아일랜드 사람들이 인디언 원주민을 돕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173년 전의 은혜를 잊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감자를 주식으로 하던 아일랜드 사람들은 1847년 감자 역병으로 흉작이 들어 약 100만 명의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사망을 했습니다. 그때 아일랜드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한 이들이 있었습니다.
촉토족은 인디언 강제 이주 정책인 '눈물의 여정'으로 인해 고향 미시시피주에서 오클라호마주로 강제 이주했는데, 그 과정에서 부족의 1/3분이 기아와 질병으로 사망을 했습니다. 촉토족은 자신들이 당한 아픔으로 아일랜드 사람들의 아픔에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꼈고, 170달러를 모아 구호 단체에 전달을 했습니다. 현재 가치로 따지면 5천 달러에 해당하는, 아픔을 함께 나누려는 촉토족의 귀한 정성이었습니다.
그때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던 아일랜드 사람들이 미국 인디언 원주민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곤경에 처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기꺼이 돕는 일에 나선 것입니다. 한 아일랜드인의 말이 그들의 마음을 잘 담고 있습니다. “170년이 지나 아일랜드가 미국 원주민 형제와 자매들에게 보답하게 됐다. 미국 원주민들은 가장 어두웠던 시기에 우리를 도왔고, 당시의 호의에 보답하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
받은 은혜를 잊지 않고 고마움으로 갚는다는 것은 언제 어디서라도 아름다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