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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판권 교수님] 여름은 하夏하夏

[강판권 교수님] 여름은 하夏하夏

by 강판권 교수님 2020.05.29

한국의 여름은 푸르고 푸르다. 대부분의 갈잎나무들이 잎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뭇잎은 광합성을 통해 나무의 성장을 이끌 뿐 아니라 열매를 보호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운 매실나무, 살구나무, 왕벚나무, 배나무, 자두나무, 복사나무, 산수유 등의 열매들은 지금 잎의 보호를 받고 있다. 어린 열매들은 강렬한 빛을 받으면 화상 입을 가능성이 높다. 잎의 보호를 받고 있는 열매들은 성숙하기 전까지 사람들과 동물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래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어린 열매를 볼 수 없다.
나무들이 푸른 잎으로 열매를 키우는 시간은 인간의 일상에도 아주 중요하다. 특히 한국의 여름처럼 더운 날씨에는 푸른 나무 없이는 일상이 무척 힘들다. 그래서 숲의 가치는 한국의 여름에 더욱 빛난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이 찾는 곳은 숲보다는 도시의 명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얼마 전 천년고도 경주를 찾았더니 코로나19시대 이전을 방불케 할 만큼 많은 관광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찾는 곳은 첨성대, 반월성, 천마총, 동궁과 월지, 박물관 등 거의 같은 동선이다. 심지어 경주 유명 관광지와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계림과 오릉에서는 관광객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릉과 계림은 경주 도심의 관광지 중에서도 숲이 울창한 곳이다.
코로나19는 세계인들에게 삶의 변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사람들의 삶은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유명 관광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서 북적대는 모습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큰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정부에서는 사회적 거리를 쉼 없이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삶의 방식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주 선덕여왕릉을 찾았더니 주차장 옆에는 15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서 음식을 먹고 있었다. 근처의 선덕여왕 숲에는 찾지도 않은 채 촘촘히 모여서 먹는데 만 몰두하고 있었다. 이 같은 현상은 전국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아주 익숙한 풍경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의 삶은 그간의 익숙한 풍경을 허용하지 않는다.
먹는 문제는 관광의 중요한 즐거움이다. 그러나 이제 관광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 경주 나정을 찾았더니 젊은 부부가 아이들 데리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박혁거세가 태어난 나정에는 소나무 숲이 아주 아름답다. 이곳에서는 소나무 향기를 맡으면서 가족과 연인끼리 행복한 순간을 가슴 깊이 품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1시간 정도 머무는 동안 이곳을 찾은 사람은 젊은 부부와 어린아이 외에 중년 부부뿐이었다. 경주에는 나정 외에도 수많은 명소가 있다. 경주의 신라 왕릉에는 거의 예외 없이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있다. 소나무 숲은 우리나라 숲 중에서도 피톤치드가 가장 많다. 그래서 소나무 숲은 면역력을 높이는 데도 안성맞춤이다.
코로나19 탓에 많은 사람들이 웃음을 잃고 살아간다. 특히 꽃 만발한 봄을 느끼지도 못한 채 생존에만 급급했다. 이제 여름을 맞아 하하 웃으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웃고 살기 위해서는 삶의 방식을 빨리 바꿔야만 한다. 인류는 코로나19 이전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 그렇다면 시대의 변화에 맞게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 삶의 방식을 바꾸면 나무가 보인다. 일상에서 나무를 만나면 언제나 웃으면서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