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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시인님] 자식 훈육 어떻게 하십니까

[이규섭 시인님] 자식 훈육 어떻게 하십니까

by 이규섭 시인님 2020.06.18

달궈진 프라이팬에 아이의 손가락을 지지고, 뜨거운 쇠젓가락으로 발바닥을 찔렀다. 밥은 하루 한 끼만 줬다. 말을 듣지 않는다고 목에 쇠사슬을 감아 4층 빌라 꼭대기 테라스에 묶어 뒀다. 자물쇠가 채워진 채 이틀을 견디던 아이는 부모가 잠시 사슬을 풀어준 사이 높이 10m 지붕을 타고 옆집으로 넘어가 도망쳤다. 아홉 살 된 여자아이의 목숨을 건 탈출이다. 경남 창녕에서 벌어진 끔찍하고 참혹한 아동학대의 실상이다. 30대 계부와 20대 친모의 폭력과 학대는 고문에 가깝다.
충남 천안에서는 40대 계모가 아홉 살 남자아이를 7시간 동안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했다. 좁고 캄캄한 가방 속에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고통을 겪었을 아이를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지며 진땀이 흐른다. 처음 뉴스를 접했을 땐 채널을 의식적으로 돌렸다. 신문은 제목만 읽고 건너 띄었다. 그런대도 숨통이 조여 오는 고통을 느꼈다.
계부나 계모도 인간인데 이렇게 잔혹할 수 있는가. 의붓자식뿐 아니라 친자식을 키우는 부모가 아닌가. 아홉 살 아이의 계모는 이미 피해 아동을 학대했다는 의심 정황으로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 그때 제대로 분리하여 보호했으면 죽음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 아닌가. 위기의 아동을 파악하는 제도는 헛바퀴만 돌고, 아동학대 처리 시스템의 허점이 그대로 노출되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한국에서 아동학대 사건은 공식 집계만 해도 2014년 1만 27건에서 2018년 2만 4604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아동 사망은 5년간 130여 명에 달한다. 아동학대 가해자의 77%가 친부(44%), 친모(30%) 등 부모이며 발생 장소 79%가 집 안이었다. 피해 아동 10명 중 1명은 다시 학대를 당했다.
학대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에도 82%의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갔고, 재학대로 신고된 아이조차 69%가 귀가 조치됐다. ‘원가족 보호원칙’을 강조한 아동복지법 영향이다. 빈곤으로 인한 가족 해체를 막고 한 부모 가정 등의 양육을 지원하기 위해 2016년 개정된 아동복지법에서 명문화됐다. 외국의 경우 아동학대가 발생하면 학대 가해자와 아동의 분리가 우선이다. 재발 방지를 위해 양형을 높여 처벌을 강화하라는 목소리도 높지만, 아동학대로 치사에 이르면 무기징역까지 줄 수 있다. 처벌 수위는 높은 편인데도 아동학대는 줄지 않는다.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 법무부가 민법의 ‘자녀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고 체벌 금지를 법제화하겠다고 나섰다. 민법은 부모를 비롯한 친권자에게 아이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고(913조), 이를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915조)고 규정하고 있다. 오랜 가부장적 가족문화 속에서 훈육을 위해 징계가 필요하고 체벌을 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의 뿌리는 의외로 깊다.
국가가 부모의 훈육 방식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론도 있다. 아이가 나쁜 행동을 하면 말로 타이른다고 고쳐지는 것도 아니고 체벌을 가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자식 키우는 부모의 공통된 고민이자 딜레마다. 훈육의 적절한 방식을 모색하여 법제화하기란 녹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