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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박사님] 군함도

[김민정 박사님] 군함도

by 김민정 박사님 2020.07.03

갱도 저 깊은 곳 말라붙은 나무껍질
그 검은 상처를 캐며 분노를 감춘다
소년의 찢긴 꿈들이 그 섬에 갇혀 있다
싱그런 유년기가 폐광이 되어가고
막장에 내몰려 굳은 사랑 한 줄기
겹겹의 안개에 갇혀 내젓는 검은 손
- 이송희, 「군함도」 전문

이 시조에서는 군함도에 끌려간 소년의 모습이 제재가 되고 있다. ‘군함도’, 요즘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기도 한 용어다. 송중기가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로도 유명하다. 섬이 군함 모양을 닮았다 하여 군함도로 불린다. 원래 이름은 하시마섬. 일본 나가사키현 노모 반도 서쪽, 나가사키항에서 18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섬이다. 처음부터 석탄을 채취하기 위해 개발됐고, 오로지 석탄 산업을 위한 시설과 노동자의 주거와 편의시설만 있다.
하시마섬 탄광은 지하 1km가 넘는 해저 탄광이다. 갱도는 좁고 온도가 45도를 넘는다. 유독가스도 수시로 분출된다. 작업 도중 해수가 쏟아져 들어오는 등 육지 탄광에 비해 채굴 조건이 매우 열악하다. 이런 곳에 일제는 조선인들을 투입하여 하루 12시간 동안 채탄 작업을 시켰다고 한다. 이와 같은 혹독한 자연환경과 노동조건 탓에 '감옥섬'이라 할 만하다.
조선인 노동자의 존재가 처음 확인된 것은 1917년, 미쓰비시가 탄광 노동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조선인을 모집했다. 1918년 941명 광부 중 70명이 조선인이었다. 1944년 조선인은 800여 명이었다.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은 비인간적 환경에 고통을 겪었다. 외부와도 철저히 격리된 채 고된 노동과 열악한 환경을 견디지 못한 이도 많다. 조선인 122명이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장기간 노동과 영양부족 그리고 질병은 물론 도망치다 바다에 빠져 죽은 이, 그리고 질식사, 탄광 사고로 죽은 이 등 다양하다. 또한 일부는 원폭 피해까지 입은 사례도 있다. 하지만 일본은 해당섬을 근대문화유산이라고 주장하며 세계문화유산에 등재(2015)했다. 일제 식민시대의 강제 노역과 수탈, 인권, 탄압의 현장을 숨기면서 말이다. (북클럽에서 인용)
우리 정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쟁 말기인 1945년 군함도에서 일하던 조선인의 사망률은 일본인의 3배에 달했다고 하며 골절과 같은 외부 상처나 탄광 매몰 등 사고로 인한 죽음은 절반이 넘었다고 한다. 구타나 가혹행위, 사고 등이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가장 위험한 현장에는 조선인과 중국인이 주로 투입되었다고 한다.
유령처럼 남아 있는 군함도, 한국인 노동자들은 그곳을 ‘감옥이자 지옥’이라고 부른다. 일본은 2015년 군함도 등 일본 근대산업시설 23곳을 세계유산에 올리면서 1940년대 수많은 조선인이 군함도 등 시설에서 일제에 의해 강제 노역을 한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이 지난 14일 외부에 공개한 도쿄 산업유산 정보센터에는 강제 노역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조치는 전혀 없고, 조선인의 강제 노역 사실을 부정하는 내용의 증언 및 자료만 전시되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유네스코에 서한을 보내 일본이 군함도와 관련한 왜곡된 내용의 전시물을 도쿄 산업유산 정보센터에서 전시한 사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군함도 세계유산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강제징용으로 군함도에 끌고 가 인권을 유린한 한국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도 보여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