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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노년 인생, 화이팅!

[정운 스님] 노년 인생, 화이팅!

by 정운 스님 2020.07.06

일반적으로 퇴직을 하는 분들은 마음이 착잡할 거라고 본다. 한창 왕성하게 활동할 나이인데다 100세 시대에 60이나 65세에 퇴임을 해야 하는 현실이다. 그런데, 대체로 퇴직자들은 두 부류가 있다. 하나는 무언가 열심히 하려는 사람, 두 번째는 분노하고 억울하다고 사회나 타인을 원망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후자인 경우, 분노하고 억울하게 생각한다면 결국 우울증이 생길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육신의 병으로 와전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자신을 비롯해 가족까지 힘들어진다.
나이가 들어도 분명 가치 있는 일이 있다. 나이 들어 인생을 바라보는 각도가 달라질 때, 오롯이 자신을 위한 삶이든 타인을 위한 삶이든 인생의 새 기획을 세워보면 어떨까? 필자는 스님으로 불교와 관련된 노인 한 분을 소개하려고 한다.
중국 송나라 때, ‘허’씨 성을 가진 노부인이 살았다. 그녀의 나이 삼십에 남편이 세상을 떠났고, 홀로 자식 둘을 키웠다. 이런 역경 속에서도 그녀는 불교를 믿으며 두 아들을 훌륭하게 키웠다. 아들 둘이 모두 재상의 자리에 올랐다. 그녀는 나이 칠십에 이르자, 무언가 공부를 해야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던 차에 당시 유명한 대혜 종고의 제자인 도겸 스님이 집에 찾아왔다. 부인은 스님에게 ‘경산에 계시는 대혜 스님에게 수행 지도를 받고 싶은데, 여기서 그곳까지 너무 멀어 찾아가 보지 못한다’고 하였다. 도겸은 그녀에게 명상하는 방법을 잘 설명해 주었다.
설명을 들은 그녀는 밤낮 잠을 자지 않으면서 열심히 명상하였다. 이렇게 정진한지 얼마 안 되어 그녀는 깨달음을 얻었다. 출가한 스님들도 어려운데, 그녀는 간절한 마음으로 명상을 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그녀는 대혜 스님에게 깨달음의 인가를 받았다.
또 한 얘기가 있다. 필자는 또 10년 전 미얀마 파옥(Pa-Auk) 센터에서 두어 달 명상한 적이 있다. 내가 머문 숙소 옆방에 베트남 여성 출가자 두 분이 있었는데, 이들은 모녀지간으로 어머니는 80세가 넘었다. 모친은 미얀마에 오기 전, 신장 암에 걸려 오래 살지 못한다는 사형선고를 받고 몇 차례 대수술까지 받았다. 수술이 어느 정도 회복된 뒤 그녀는 죽기 전에 수행해야겠다고 서원을 세우고, 딸과 함께 미얀마로 와서 출가해 명상하였다. 그곳에서는 수행의 진척도를 점검받는데, 그녀는 자신보다 먼저 출가한 딸보다 수행 진척이 매우 빨라 스승으로부터 늘 칭찬을 받았다.
어떻게 살아야 인생을 잘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필자는 아직 젊은데도 인생의 멋진 회향이 뭘까(?)를 고민한다. 노년의 인생! ‘노년’을 슬프게만 바라보지 말자. 자식들이나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아도 혼자 추진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해보는 거다[다른 사람들과 늘 함께하는 것도 좋지만, 오래 지속되지 못하기 때문].
불자라면, 앞의 노부인들이 70ㆍ80세에 깨달은 것처럼 얼마든지 명상을 통해 새 인생을 만날 수 있다. 이는 필자 입장에서 말하는 것이고, 타인을 위한 봉사이든 개인적인 취미생활이든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노년의 삶, 영혼이 배고프지 않을 그 무언가의 인생 이모작에 도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