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섭 시인님] ‘나무와 두 여인’에 희망을 묻다
[이규섭 시인님] ‘나무와 두 여인’에 희망을 묻다
by 이규섭 시인님 2020.07.16
가던 날이 장날이다. 양구 백자박물관 도자역사문화실 개관식 참석 후 박수근미술관에 들러 ‘나무와 두 여인’을 만났다. 박수근 화백 작고 55주기추모 특별기획전 ‘나무와 두 여인:박수근·박완서·황종례’와의 만남은 삼종세트 이벤트에 당선된 듯한 행운이다. 세 사람은 1952년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울의 미군부대 PX에서 만나 동고동락하던 사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화가와 소설가, 도예가로 우뚝 선 인물들이다. 70년 만에 재회한 세 사람의 삶과 예술이 오롯이 만난 의미 있는 전시다.
‘이 작품, 꼭 사야 한다...1년 예산 올인한 시골 미술관’(조선일보 2020년 3월 30일자)이란 제목으로 크게 보도되어 “언젠가 봐야지”벼르던 그림이다. 유명 재계 컬렉터 집안이 소유한 이 그림이 42년 만에 경매시장에 나온 건 올봄이다.
작품을 본 박수근미술관장은 귀로·일상·정물 등 주제별 분류마다 대표작 한 점은 있어야 위상이 서는데 ‘나무와 두 여인’만 없다면서 이걸 넣어야 컬렉션의 퍼즐이 완성되는 상황이라고 양구군에 보고서를 올렸다. 군수와 공무원, 군 의원이 지역 발전을 위해 이 그림이 필요하다며 만장일치로 구입을 승인했다.
문제는 돈이다. 경매가 9억 2000만 원은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다. 미술관과 양구군의 구매 예산 8억 원을 몽땅 쏟아부어도 모자란다. 이 얘기를 들은 소장자가 1억 원 넘는 통 큰 할인을 해줬다. 시골 미술관이 손 바닥만 한(27×19.5㎝) 그림을 7억 8750만 원 주고 손에 넣었으니 화제가 될 만하다.
전시관 들머리엔 박완서(1931~2011) 작가의 장편소설 ‘나목(裸木)’의 1970년대 초판본을 비롯한 대표작들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황종례(1927~ ) 도예가는 백토를 귀얄로 칠해서 구운 귀얄문 도자기를 전시하여 발길을 잡았다. 미군부대 PX 초상화부에서 그림을 그리는 박수근과 황종례, 서울 창신동 시절 박수근의 모습이 담긴 사진도 작품 세계 이해에 도움이 된다.
국내 경매가 최고 기록을 깬 45억 2000만 원의 ‘빨래터’에는 여인들의 수다가 두런두런 들린다. 결혼 선물로 받은 3호 크기의 정밀화 ‘굴비’를 2만 5000원에 팔았다가 2억 5000만 원에 되사서 기증한 사연은 짭조름한 보리굴비 맛이다.
‘나무과 두 여인’ 중 한 여인은 헐벗은 겨울나무 곁을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시린 가슴을 두 손으로 감싼 채 걷는다. 또 다른 여인은 칭얼대는 아기를 업고 어르고 달래며 지나간다. 바구니를 이고 아이를 업은 세 여인이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귀로(歸路)’의 이미지와 오버랩 된다. 가난한 시절 소박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일상을 담은 풍경이어서 정감이 간다. 붉은 빛 화강암 색조에 따스함이 묻어난다.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박수근의 순수한 영혼이 작품 저변에 짙게 깔렸다.
‘나무과 두 여인’은 박완서의 데뷔작 ‘나목’의 영감이 된 작품이다. ‘나목에겐 아직 멀지만 봄에의 믿음이 있다’고 소설에 썼다. 코로나로 지치고 팍팍해진 삶에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와 같다. 계절이 종종걸음 칠수록 봄은 멀지 않다.
‘이 작품, 꼭 사야 한다...1년 예산 올인한 시골 미술관’(조선일보 2020년 3월 30일자)이란 제목으로 크게 보도되어 “언젠가 봐야지”벼르던 그림이다. 유명 재계 컬렉터 집안이 소유한 이 그림이 42년 만에 경매시장에 나온 건 올봄이다.
작품을 본 박수근미술관장은 귀로·일상·정물 등 주제별 분류마다 대표작 한 점은 있어야 위상이 서는데 ‘나무와 두 여인’만 없다면서 이걸 넣어야 컬렉션의 퍼즐이 완성되는 상황이라고 양구군에 보고서를 올렸다. 군수와 공무원, 군 의원이 지역 발전을 위해 이 그림이 필요하다며 만장일치로 구입을 승인했다.
문제는 돈이다. 경매가 9억 2000만 원은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다. 미술관과 양구군의 구매 예산 8억 원을 몽땅 쏟아부어도 모자란다. 이 얘기를 들은 소장자가 1억 원 넘는 통 큰 할인을 해줬다. 시골 미술관이 손 바닥만 한(27×19.5㎝) 그림을 7억 8750만 원 주고 손에 넣었으니 화제가 될 만하다.
전시관 들머리엔 박완서(1931~2011) 작가의 장편소설 ‘나목(裸木)’의 1970년대 초판본을 비롯한 대표작들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황종례(1927~ ) 도예가는 백토를 귀얄로 칠해서 구운 귀얄문 도자기를 전시하여 발길을 잡았다. 미군부대 PX 초상화부에서 그림을 그리는 박수근과 황종례, 서울 창신동 시절 박수근의 모습이 담긴 사진도 작품 세계 이해에 도움이 된다.
국내 경매가 최고 기록을 깬 45억 2000만 원의 ‘빨래터’에는 여인들의 수다가 두런두런 들린다. 결혼 선물로 받은 3호 크기의 정밀화 ‘굴비’를 2만 5000원에 팔았다가 2억 5000만 원에 되사서 기증한 사연은 짭조름한 보리굴비 맛이다.
‘나무과 두 여인’ 중 한 여인은 헐벗은 겨울나무 곁을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시린 가슴을 두 손으로 감싼 채 걷는다. 또 다른 여인은 칭얼대는 아기를 업고 어르고 달래며 지나간다. 바구니를 이고 아이를 업은 세 여인이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귀로(歸路)’의 이미지와 오버랩 된다. 가난한 시절 소박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일상을 담은 풍경이어서 정감이 간다. 붉은 빛 화강암 색조에 따스함이 묻어난다.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박수근의 순수한 영혼이 작품 저변에 짙게 깔렸다.
‘나무과 두 여인’은 박완서의 데뷔작 ‘나목’의 영감이 된 작품이다. ‘나목에겐 아직 멀지만 봄에의 믿음이 있다’고 소설에 썼다. 코로나로 지치고 팍팍해진 삶에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와 같다. 계절이 종종걸음 칠수록 봄은 멀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