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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박사님] 나, 여기에

[김민정 박사님] 나, 여기에

by 김민정 박사님 2020.07.17

금빛 햇살 왁자하네, 칠월의 순천만에
하늘 있고, 바람 있고, 산 위에 구름 있고
갯벌엔 힘찬 생명력 한 세상을 이룬다.

한 결로 쓰러지다, 부둥켜 일어서다
갈맷빛 저 갈대밭 천둥 같은 흐느낌에
내, 너를 품어 안는다, 그 맥박 숨소리를.
- 김은자, 「나, 여기에」 전문

이 작품에서는 7월의 순천만 모습을 그리고 있다. 가을에만 갈대가 멋진 곳이 아니라 여름인 7월에도 그곳엔 갈대가 멋진가 보다. 순천만을 두세 번 가 보긴 했지만 언제나 갈대의 제 철인 가을에만 갔기에 순천만 하면 나에게는 가을 이미지가 먼저 와닿고, 갯벌과 갈대와 철새가 생각나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순천만에서 본 낙조는 무척 아름답고 선명한 이미지로 남기도 했고 철새가 날아오르던 모습은 너무나 인상 깊게 남아 있다.
이 작품의 화자는 7월의 순천만에서 ‘갯벌엔/ 힘찬 생명력/ 한 세상을 이룬다.’며 힘찬 생명력을 보이고 있는 순천만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바람에 나부끼며 쓰러지다가 서로 안아 부둥켜 일어서는 갈대들의 모습을 보며 ‘내, 너를/ 품어 안는다,/ 그 맥박 숨소리를.’이라며 순천만을 가슴으로 끌어안는 화자를 만난다. 이 작품을 읽으며 어쩌면 순천만보다 더 넓은 화자의 가슴을 발견한다. 아름다운 자연을 끌어안을 수 있는 마음, 그 자체가 아름답다.
순천만은 고흥반도와 여수반도의 사이에 있는 만으로, 남해안 지역에 발달한 대표적 연안습지다. 갯벌에 펼쳐지는 갈대밭과 칠면조 군락, S자형 수로 등이 어우러져 다양한 해안생태경관을 보여주는 경승지다. 2008년 순천만 일대가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41호로 지정되었다. 여자만(汝自灣)이라고도 부른다. 순천만에는 갈대가 고밀도로 단일 군락을 이루고 있다. 바다와 인접한 갯벌 주변에 약 5.4㎢ 달하는 갈대밭이 있는데 한국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이루는 동시에 잘 보전된 갈대 군락이다.
갈대 군락은 새들에게 은신처, 먹이를 제공하여 철새들이 많이 찾아온다. 국제보호종인 흑두루미, 검은 머리갈매기와 같은 조류 외에도 저어새, 황새, 민물도요 등이 서식하고 있다. 동절기에는 논병아리, 해오라기, 황로, 노랑부리백로, 쇠백로, 중백로, 왜가리, 쇠기러기, 큰 기러기,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고방오리, 흰쭉지, 댕기흰죽지 등 순천만에서 발견되는 철새는 총 230여 종으로 우리나라 전체 조류의 절반가량이나 된다고 한다. 이외에도 순천만은 농게, 칠게, 짱뚱어 등의 갯벌 생물들이 한데 어우러져 살고 있다.
또한 순천만의 S자형 수로는 대한민국 사진작가가 선정한 10대 낙조 중 하나이기도 하다. 또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일몰과 철새가 떼 지어 날아오르는 광경이 장관을 이루어 2006년에는 한국관광공사 최우수 경관 감상형지로 선정되는 등 경관적 가치가 뛰어나다. 2007년 7월에 남해안 관광벨트 개발계획 사업으로 자연 생태공원이 조성되어 운영되고 있다.
현재 순천만 주변의 하천의 직강화로 인해 유속이 빨라져 퇴적물들이 빨리 퇴적하여 갯벌이 확장되고 있다. 연안에는 조기 멸치 갈치 장어 문어 전어 등의 어업이 성하며, 김 꼬막 굴 양식도 행해진다. 하지만 순천만의 구하도 주변에 축사가 들어서고 오폐수의 유입으로 부영양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하여 안타깝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오래 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