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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님] 파리지옥의 꽃을 보듯이

[한희철 목사님] 파리지옥의 꽃을 보듯이

by 한희철 목사님 2020.07.21

찰스 다윈이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식물’이라 했다는 파리지옥에 관한 기사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파리지옥은 전 세계에 분포하는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식물 600여 종과는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식충식물의 대부분은 먹이를 함정에 빠뜨려 잡아먹는 수동적 방식을 취하는데, 파리지옥은 덫에 걸린 먹이를 적극적으로 포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리지옥이 어떻게 먹이를 잡는지는 200년 가까이 연구됐지만 아직도 논란거리입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방법은 이러합니다. 파리지옥이 입을 벌린 조개 형태로 잎을 벌리고 벌레들이 좋아할 만한 휘발성 화합물질을 분비합니다. 그러면 파리 개미 거미 등이 파리지옥을 찾게 되는데, 벌레가 조심스레 벌리고 있는 두 손과 같은 입 안쪽으로 들어오면 눈 깜짝할 사이에 잎이 닫힙니다. 1000분의 1초 사이에 닫힌다니, 파리지옥에 관한 놀라운 영상을 보면서,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식물인지 아니면 민첩한 곤충인지를 구분하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그렇다면 파리지옥은 벌리고 있는 자기 잎 속에 찾아온 것이 먹잇감인 곤충인지 먹이가 될 수 없는 나뭇잎인지를 어떻게 구별할까, 파리지옥에 대한 궁금증은 이어집니다. 최근의 연구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파리지옥 잎 양쪽에 각각 3개씩 나 있는 아주 예민한 감각모 6개 가운데 하나만 건드려서는 잎이 닫히지를 않는다는 것입니다. 2개 이상의 감각모를 30초 안에 건드릴 때에 잎이 닫힌다는 것이지요.
자연 속에는 그동안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신비한 세계가 존재합니다. 파리지옥도 그중의 하나였는데, 파리지옥에 대한 내용 중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파리지옥에 관한 몇 장의 사진 중에는 파리지옥이 피워 올린 꽃도 있었습니다. 마치 안테나를 세워 올린 듯 가느다랗고 긴 줄기 끝에 예쁜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조금은 흉측해 보이는 파리지옥의 모습과는 달리 줄기 끝에 피어난 꽃은 더없이 아름답고도 순박했습니다. 꽃만 보고는 설마 저 꽃이 파리지옥의 꽃이라는 걸 짐작하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파리지옥이 긴 줄기 위로 꽃을 피우는 것은 하나의 생존전략이었습니다. 먹잇감과 가루받이를 하러 온 곤충을 구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도움을 주려고 온 곤충을 잡아먹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었던 것입니다.
파리지옥이 피워 올린 꽃을 보며 마음이 숙연해졌던 것은 최근 우리 곁을 떠난 한 사람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던 사람이 스스로 생을 등졌습니다.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화살처럼 오고 갑니다. 그럴 리가 없다며 뜻밖의 선택에 공감하며 아파하는 이들도 있고, 이럴 수가 있느냐며 실감과 분노를 표출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것이 한 사람의 모습입니다. 서로 다른 두 모습이 한 사람입니다. 난폭한 마음이 있지만 그걸 이겨 선한 삶을 살았던 것이고, 선한 모습이지만 막상 안에는 다스려지지 않는 거친 마음이 있었던 것입니다. 한 사람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보내고 싶을 뿐입니다. 우리 안에도 여전히 피고 있는, 파리지옥 꽃을 보듯이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