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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시인님] 여전히 설치는 ‘그 놈 목소리’

[이규섭 시인님] 여전히 설치는 ‘그 놈 목소리’

by 이규섭 시인님 2020.07.23

며칠 전, 아침 설거지를 끝낸 아내가 소파에 기대어 쉬려는데 유선전화벨이 울린다.
“00씨 어머님 되시지요?”
사투리를 쓰는 중년 남성의 목소리다.
“그런데 누구시죠?”
“아들이 크게 다쳤는데...”
순간 “엄마”하고 울먹이는 목소리가 아득하게 들린다.
아내는 아들의 목소리가 아님을 즉각 눈치채고 전화를 끊었다. 급히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쳤다는 아들은 멀쩡하게 일터에 있다.
겁이 많아 상환 판단이 느린데 올봄 이웃집 아주머니가 당한 학습효과 덕을 톡톡히 봤다. 그 아주머니는 아들이 사고를 당했다는 전화를 받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당황하다 보니 “엄마 살려달라”는 아들의 목소리를 분간할 여유조차 없었다. 전화를 끊으면 아들을 해친다는 협박에 은행 창구 앞까지 전화를 받으며 갔다. 이를 눈치챈 은행원의 재치로 일촉즉발 상황에서 위기를 모면했다. 보이스피싱의 고전적 수법인데도 전화를 받으면 당혹스럽다. 성별, 이름, 나이, 직업, 전화번호를 알고 있으니 찝찝하고 불쾌하다.
최근엔 긴급재난지원금과 관련된 ‘스미싱’사기가 급격히 늘었다는 보도다. 소상공인 금융 지원,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가장한 경우 등 올해 2분기 스미싱 신고 건수가 전년 동기 보다 92%가 늘어난 11만 661건이라니 기는 대책에 나는 수법이다. 스미싱은 SMS와 피싱(Phissing)의 합성어로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새로운 휴대폰 해킹 기법이다. 사용자 스마트폰에 악성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한 뒤 사기행각을 벌이는 ‘전화 가로채기 수법’도 등장했다.
경찰과 금감원은 시민들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보이스피싱 두 가지 유형을 공개했다. 경찰과 검찰 등을 사칭한 ‘정부기관 사칭형’의 경우 주로 사용하는 단어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 사기단 검거, 귀하 명의의 통장 발견, 자산보호조치 등이다. 고압적인 말투로 접근하는 게 특징이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개인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피해자를 안심시키는 한편, 자산규모를 확인한 후 수사관을 직접 만나 해당 금액을 확인해야 한다거나 경찰청 안전계좌로 금전 송금을 요구한다.
‘대출빙자형’ 사기는 정부정책자금, 대출 승인, 저금리, 채무한도 초과, 채무 상환, 당일 수령 등의 단어를 주로 사용한다. 자신을 금융사 직원으로 소개하고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고 접근한다. 피해자가 관심을 보이면 대출상담에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소득과 계좌 정보, 금융거래 현황 등 개인정보 탈취를 시도한다. 기존 대출을 상환할 때 즉시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서 예금 또는 대출을 받아 특정 계좌로 상환을 요구한다.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져 조금만 방심해도 속아 넘어가기 일쑤다.
가장 확실한 것은 어떤 이유이건 현금 인출이나 계좌이체를 요구하면 무조건 거절하는 게 현명하다. 또한 출처가 불분명한 앱이나 인터넷 링크(URA) 주소는 절대로 클릭하지 말아야 한다. 두 가지만 명심해도 보이스피싱의 절반은 예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