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상 작가님] 사소한 일상의 소중함
[권영상 작가님] 사소한 일상의 소중함
by 권영상 작가님 2020.08.28
나이 들면 남자에게 흔히 찾아오는 질환이 있다. 내게도 어느 날 그게 슬며시 찾아왔다. 내일모레가 일요일이라 금요일인 오늘 오후 시간을 당겨 병원을 찾았다. 진료 후 처방전을 받아 병원 가까운 약국에 들러 약을 샀다. 돌아오는 길에 꽃집에 들렀다. 코로나19로 집에 와 있는 딸아이 생일을 위해 꽃 한 묶음을 샀다.
저녁엔 케이크에 불을 켜고 생일 노래를 불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코로나19로 멀리 흩어져 있던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산다. 딸아이가 외국에 나가 지낼 때의 불안감을 생각하면 함께 밥을 먹는다는 이 사소한 일상이 그렇게 소중할 수 없다. 촛불을 배경으로 웃는 사진을 찍고 또 찍고 케이크를 먹었다. 와인도 한 잔.
뭐 별것 아니어도 이런 게 사람 사는 행복 아닌가.
그러고 9시 반. 늘 하던 대로 동네 길을 걷기 위해 집을 나섰다. 이 일도 시작한 지 오래됐으니 내가 밥을 먹고, 글을 쓰고, 잠을 자는 일상만큼 빼놓을 수 없는 일과가 되었다. 늘 워드프로세서 앞에 앉아 하루를 보내는 내게 있어 걷는 일은 운동 이상의 행복한 쉬는 시간이다. 한 시간 동안 집을 떠나 불빛이 약한 어두운 길을 걷는 일은 여러모로 좋다. 나는 그 한 시간 코스를 부지런히 걸어 뿌듯한 마음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막 현관문을 열고 들어설 때다.
“아빠, 큰일 났어!”
딸아이가 내 앞을 막아섰다.
내가 오늘 들른 약국에 어제 오후 ‘코로나19’ 확진자가 들렀다는 거다. 그게 방금 코로나 안전 안내 문자로 날아왔단다.
“그래? 아빤 마스크 썼고 약사와도 적당한 거리를 두었으니까 뭐...”
나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과신하는 건 아니지만 내 건강 상태를 위태롭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샤워를 하려고 화장실 문을 열다가 돌아섰다. 손잡이를 돌리는 그 순간, 당당하던 내 마음이 바뀌고 있었다. 우선 그 정보가 사실인지 궁금했다. 방에 들어와 컴퓨터를 열고 구청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확진자 이동 경로를 살폈다.
사실이었다. 누군지 알 수 없는 그의 이동경로에 분명 오늘 오후 내가 들른 그 약국 이름이 들어있었다. 아! 나도 모르게 짧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이러면 어떻게 되는 거지?’
나는 화장실로 가 손을 씻고, 또 씻고 또 씻고 나왔다. 아까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던 아내와 딸아이가 내게서 멀리 떨어져 앉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와 대면하는 걸 피하려고 제 일에 골몰하는 척하는 듯도 했다. 아빤 코로나 같은 거 안 걸린다며 휴지에 소독약을 묻혀 방문과 현관문의 손잡이와 번호키까지 닦고 또 닦았다. 그러면서도 하필 오늘 병원에 갔는지 그 일로 머릿속이 자꾸 뒤숭숭해졌다.
몇 시간 전까지 오늘 하루가 행복했는데, 지금은 그 행복도 마지막인 것처럼 느껴졌다. 다시 방에 들어와 확진자가 후송되는 병원과 우리나라 코로나 감염자 사망률을 찾았다.
“너무 걱정 말아요. 내가 옆에 있잖우!”
아내가 나를 달랬다. 그 사소한 위로의 말이 그래도 내게 힘이 됐나 보다. 아내의 말처럼 확진자가 거쳐 간 약국인데도 오늘 문을 열었다면 무슨 조치가 있었을 것도 같았다. 숨죽이며 일주일이 지나가고 있다. 코로나에 한없이 약해지는 나를 본다.
저녁엔 케이크에 불을 켜고 생일 노래를 불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코로나19로 멀리 흩어져 있던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산다. 딸아이가 외국에 나가 지낼 때의 불안감을 생각하면 함께 밥을 먹는다는 이 사소한 일상이 그렇게 소중할 수 없다. 촛불을 배경으로 웃는 사진을 찍고 또 찍고 케이크를 먹었다. 와인도 한 잔.
뭐 별것 아니어도 이런 게 사람 사는 행복 아닌가.
그러고 9시 반. 늘 하던 대로 동네 길을 걷기 위해 집을 나섰다. 이 일도 시작한 지 오래됐으니 내가 밥을 먹고, 글을 쓰고, 잠을 자는 일상만큼 빼놓을 수 없는 일과가 되었다. 늘 워드프로세서 앞에 앉아 하루를 보내는 내게 있어 걷는 일은 운동 이상의 행복한 쉬는 시간이다. 한 시간 동안 집을 떠나 불빛이 약한 어두운 길을 걷는 일은 여러모로 좋다. 나는 그 한 시간 코스를 부지런히 걸어 뿌듯한 마음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막 현관문을 열고 들어설 때다.
“아빠, 큰일 났어!”
딸아이가 내 앞을 막아섰다.
내가 오늘 들른 약국에 어제 오후 ‘코로나19’ 확진자가 들렀다는 거다. 그게 방금 코로나 안전 안내 문자로 날아왔단다.
“그래? 아빤 마스크 썼고 약사와도 적당한 거리를 두었으니까 뭐...”
나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과신하는 건 아니지만 내 건강 상태를 위태롭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샤워를 하려고 화장실 문을 열다가 돌아섰다. 손잡이를 돌리는 그 순간, 당당하던 내 마음이 바뀌고 있었다. 우선 그 정보가 사실인지 궁금했다. 방에 들어와 컴퓨터를 열고 구청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확진자 이동 경로를 살폈다.
사실이었다. 누군지 알 수 없는 그의 이동경로에 분명 오늘 오후 내가 들른 그 약국 이름이 들어있었다. 아! 나도 모르게 짧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이러면 어떻게 되는 거지?’
나는 화장실로 가 손을 씻고, 또 씻고 또 씻고 나왔다. 아까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던 아내와 딸아이가 내게서 멀리 떨어져 앉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와 대면하는 걸 피하려고 제 일에 골몰하는 척하는 듯도 했다. 아빤 코로나 같은 거 안 걸린다며 휴지에 소독약을 묻혀 방문과 현관문의 손잡이와 번호키까지 닦고 또 닦았다. 그러면서도 하필 오늘 병원에 갔는지 그 일로 머릿속이 자꾸 뒤숭숭해졌다.
몇 시간 전까지 오늘 하루가 행복했는데, 지금은 그 행복도 마지막인 것처럼 느껴졌다. 다시 방에 들어와 확진자가 후송되는 병원과 우리나라 코로나 감염자 사망률을 찾았다.
“너무 걱정 말아요. 내가 옆에 있잖우!”
아내가 나를 달랬다. 그 사소한 위로의 말이 그래도 내게 힘이 됐나 보다. 아내의 말처럼 확진자가 거쳐 간 약국인데도 오늘 문을 열었다면 무슨 조치가 있었을 것도 같았다. 숨죽이며 일주일이 지나가고 있다. 코로나에 한없이 약해지는 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