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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님] 무서운 노비촉

[한희철 목사님] 무서운 노비촉

by 한희철 목사님 2020.09.10

독극물 노비촉(Novichok)이 세상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노비촉이란 옛 소련과 러시아가 1971~93년 개발한 신경작용제로, 러시아어로 ‘새로운 사람’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노비촉은 생화학무기 중 가장 강력한 독극물 중의 하나로, 2017년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한 신경작용제 VX보다 8배나 독성이 강하다고 합니다.
노비촉은 호흡기나 피부를 통해 중독이 됩니다. 30초에서 2분 사이에 근육경련을 유발해 심장마비 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흡입을 통해 인체에 작용하며 피부와 점막을 통해서도 흡수되는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그런 이유로 노비촉으로 사망해도 심장마비에 따른 사망 사례와 구분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노비촉이 새삼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러시아의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에게서 노비촉이 검출됐기 때문입니다.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알려진 나발니는 톰스크공항 카페에서 홍차를 마시고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를 탔는데, 비행 중 기내에서 건강 이상을 호소해 시베리아 지역 옴스크에 비상 착륙을 하여 병원으로 후송을 한 뒤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독일의 한 시민단체는 나발니가 독일에서 더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서들러 항공편을 보냈고, 현재 나발니는 베를린 샤리테 병원에 도착해 치료를 받고 있는데, 나발니를 치료하며 면밀히 검사를 한 결과 혼수상태에 빠진 나발니는 노비촉에 공격을 당한 것이라고 독일 정부가 밝혔습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나발니는 살인미수의 희생자라며 “그의 침묵을 원한 누군가가 독극물을 사용했다”라고 밝히면서 “러시아 정부만이 답할 수 있고, 반드시 답해야 할 매우 심각한 질문이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의 반발에도 미국과 EU 회원국들은 러시아 압박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존 울리오트 미국 백악관 국가 안보회의 대변인은 “나발니 독살 시도는 전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라며 “미국은 국제사회와 협력해 러시아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악의적 활동을 위한 자금을 제한할 것”이라 했고,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화학무기는 어떤 상황에도 받아들일 수 없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을 했습니다.
노비촉은 이원화 화학무기입니다. 무해한 두 종의 화학물질을 별도 용기에 넣어 운반을 한 뒤 투여 직전 두 물질을 결합시키면 그 화학 반응으로 치명적인 신경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에 노비촉을 추적하는 일은 몹시 어렵다고 합니다.
노비촉 이야기를 들으며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사람을 단숨에 쓰러뜨리는 것은 노비촉과 같은 독극물질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잘못된 말 한마디, 사실과 다른 말 한마디 또한 얼마든지 누군가의 삶을 쓰러뜨리고 맙니다. 우리가 가볍게 하는 말이 실은 노비촉보다도 무서운 것임을 알 때, 그나마 우리는 우리 입술을 조심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