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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박사님] 가을, 국화 그리고

[김민정 박사님] 가을, 국화 그리고

by 김민정 박사님 2020.09.28

삼동三冬을 숨죽이고 삼복三伏을 견뎌내며
오늘을 기다렸다 서리꽃 말간 아침
설움 괸 가슴을 열고 시린 마음 다독인다.

그리움 한 뭉텅이 꽃으로 피워내면
바람은 체를 처서 향기만 걸러내고
찻잔에 국화 한 송이 가을을 우려낸다.
- 이헌, 「가을, 국화 그리고」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추분이 지났다. 그래서인가 아침저녁 선선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리고 가을이란 계절답게 국화가 피고 있다. 그 꽃은 ‘삼동을 숨죽이고 삼복을 견뎌낸 인내의 꽃이다. 또한 서리 속에 피는 꽃이라 굽힘 없는 절개의 꽃이라 하여 오상고절이라고도 한다. 다른 꽃이 질 때쯤 조금은 쌀쌀한 공기 속에서 피는 꽃은 그래서 ‘설움 괸/가슴을 열고/ 시린 마음 다독’인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또한 서리꽃 말간 아침 그리움을 바람이 체로 처서 향기만 걸러내어, ‘찻잔에 국화 한 송이 가을을 우려내’고 있다. 국화 한 송이가 가을 감각을 잘 살리고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요즘 우리에게 펼쳐지고 있다. 높고 푸른 하늘, 따가운 햇살, 그리고 아침저녁의 서늘한 바람이 분다. 들판은 누렇게 가을로 접어들고, 온갖 과일이 나오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계절이다.
추석이 며칠 남지 않았다. 오곡백과가 익고 마음도 풍요로워지는 계절이다. 그러나 들판의 벼 이삭도, 감도, 대추도 힘들지 않고 이 가을을 맞으며 익은 것은 없을 것이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장석주, 「대추 한 알」 전문.
또한 들길가의 가냘픈 가을국화 한 송이도 쉽게 피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서정주, 「국화 옆에서」 부분.
가을날 꽃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해 봄부터 어려움을 극복하며 힘들게 살아온 것이고, 그 결과로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맞이하는 계절은 쉽게 돌아오지만, 따져보면 그렇게 많지도 않다. 백 살까지 살아야 만 백 번의 가을을 맞을 수 있다. 앞으로 우리는 몇 번의 가을을 더 만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다시 맞는 이 가을이 너무나 소중하여 진짜 값지고 보람 있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여름, 그 무더움 속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코로나19와 싸워야 했으며 게릴라성 폭우로 인한 피해와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거쳐 간 모든 시간을 견디면서 힘든 일들을 극복해 내야 했다. 아직 그 상처를 복구 못한 곳도 많아 지금도 열심히 복구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어제를 극복해 가며 건재하게 또 오늘을 살아내야 한다.
아름다운 가을이 지나면 코로나가 더 심해질지도 모르니 미리미리 독감 예방도 하고 몸도 마음도 건강하도록 자신을 돌보는 지혜를 가져야 하겠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해지고 마음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해진다. 우리 모두 건강한 가을이 되도록 스스로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