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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착각과 진실

[정운 스님] 착각과 진실

by 정운 스님 2020.09.29

한 남자가 높은 언덕 위에 서 있다. 그 남자를 보고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첫 번째 사람이 말했다. “저 사람은 길 잃은 양을 찾고 있는 것 같은데…”
두 번째 사람이 “아니야! 저 사람은 동료들과 길이 엇갈려 친구들을 찾고 있는 중이야. …”
세 번째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저 사람은 혼자 조용히 바람을 쐬고 있어.”
이렇게 세 사람이 각자 자기가 느낀 대로 말하며, ‘자기 말이 맞다’고 주장하였다. 세 사람의 논쟁이 끝나지 않자, 세 사람은 직접 언덕에 올라가 확인해보기로 했다.
첫 번째 사람이 말했다. “길 잃은 양을 찾고 있는 것 같은데, 양은 찾았습니까?”
“아니요. 저는 양을 잃어버리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사람이 말했다. “동료들을 찾고 있는 것 같은데, 찾았습니까?”
“아니요. 저는 동료들과 이곳에 같이 오지도 않았습니다.”
세 번째 사람이 말했다. “제 말이 맞네요. 당신은 스트레스를 받아 혼자 바람을 쐬고 있는 것이지요?”
“아닙니다. 바람을 쐬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세 사람이 동시에 말했다. “모두 아니라면, 대체 왜 이 언덕 위에 홀로 서 있는 겁니까?”
“나는 그저 서 있을 뿐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어떤 하나의 사건을 두고 사람들마다 각기 자기 방식대로 해석한다. 자신이 평소 경험하고 느낀 대로 생각하고 바라본다. 문제는 어떤 점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왜곡되게 해석하고 자신의 해석이 옳은 거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주장을 넘어 굳은 신념으로 확신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간혹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도중 상대가 지나치게 단언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그건 네 생각이고…!”라고 말한다. 굳이 서로 따질 필요도 없고, 상대에게 의견을 관철시킬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이렇게 자신의 의견에 빠져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다음 이야기를 하나 보자.
스리랑카에 아담스피크[해발 2200미터]라는 관광지가 있다. 그곳 정상에 ‘발자국’이 있는데, 스리파다(SriPada), ‘성스러운 발자국’이라는 뜻이다. 스리랑카 제일의 성지로 알려져 있는 이곳은 불교ㆍ기독교ㆍ힌두교ㆍ이슬람교도 모두의 성지이다. 불교도들은 부처님이 스리랑카에 왔다가 돌아가면서 남긴 발자국이라고 믿고 있고, 힌두교도들은 시바신의 발자국이라고 하며, 기독교와 이슬람교도들은 아담이 낙원에서 추방되었을 때 내려온 곳이라고 믿고 있다.
스리랑카는 불교 신자가 90%인데, 다른 종교인의 사고에 비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곧 스리랑카인들은 자기 종교 방식대로 해석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지도 않거니와 서로에게 틀렸다고 하지 않는다. 서로의 다른 생각을 쿨하게 인정하는 셈이다.
“정치ㆍ종교ㆍ스포츠를 주제로 논쟁하지 않아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이념이든 문제이든 간에 다투지 말자. 그저 내 생각만이 옳다는 주장은 편견에 치우친 것이요, 어리석은 일이다. 내 주장이 옳다는 확신만큼 상대 의견에 경청하는 자세를 갖는 것!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