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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님] 새 날 듯이 가는 길

[한희철 목사님] 새 날 듯이 가는 길

by 한희철 목사님 2020.10.07

자기가 정한 별로부터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은 듯, 그저 자석에 쇳가루 끌리듯이 가는 길이 있습니다. 그 길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는 듯, 그 길은 마음에 새겨진 길이어서 어긋날 수가 없다는 듯이 가는 길이 있습니다. 아무리 멀고 아무리 험해도 그것이 포기할 이유가 될 수 없는 길이 있습니다. 자연 속에는 우리가 쉬 헤아리기 힘든, 자기 길을 찾아가는 걸음들이 있습니다.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거나 돌아감’을 뜻하는 ‘회귀’라는 말은 ‘돌 회’(回)에 ‘돌아갈 귀’(歸)가 합해진 말입니다. 마땅히 돌아갈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지요. 자연 속에서 ‘회귀’를 대표하는 것은 아무래도 연어가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이 태어난 동해안 하천을 떠난 연어들은 멀리 알래스카와 베링해까지 갔다가 돌아오는데, 그 거리가 무려 4만여㎞나 된다고 합니다. 서울~부산 거리의 100배에 이르는 길이지요. 그 먼 길을 지도나 나침반도 없이 어떻게 되돌아오는 것인지, 틀림없이 다시 찾아오는 것인지, 그 어떤 과학적인 설명도 신비한 마음을 지우지 못합니다.
신비롭기는 뱀장어도 뒤지지 않습니다. 뱀장어는 강에서 태어나 바다로 나갔다가 자기가 태어난 곳을 찾아와 생을 마감하는 연어와는 다른 선택을 합니다. 뱀장어는 오히려 알을 낳을 때가 되면 바다로 나갑니다.
아직까지도 그곳이 어딘지를 분명히 알 수 없는 깊은 바다속 해저 산맥 어딘가에 알을 낳습니다. 세상의 위험으로 벗어난 저만의 자리를 뱀장어는 홀로 알고 있는 것이겠지요.
때가 되어 알에서 깨어난 새끼들은 마치 그것이 자신에게 정해진 길이라는 것을 잘 안다는 듯이 어미가 살던 강가를 찾아 길을 떠납니다. 그들이 가는 길은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길입니다. 대체 실처럼 가늘고 작은 새끼들이 어미가 살던 곳이 어딘지를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 것인지, 수수께끼도 그런 수수께끼가 없다 싶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어미가 살던 곳으로 돌아오던 새끼들이 태풍이나 폭풍을 만나는 경우입니다. 그러면 엄청난 거리를 해류에 떠밀리게 되는데,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떠밀렸음에도 새끼 뱀장어들은 다시 방향을 찾아 어미가 살던 곳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잃어버릴 수 없는 길이 각인되어 있었던 것일까요? 곧 태어날 새끼들을 위해 알을 낳고는 죽어 자신의 몸을 먹이로 내어주는 어미의 지극한 사랑이 새끼들의 몸속 지도처럼 지문처럼 남아 있기 때문일까, 하나하나의 신비함에 숙연해질 뿐입니다.
코로나19로 고향방문을 자제하는 드문 추석을 보냈지만, 그럴수록 우리의 마음일랑 연어처럼 뱀장어처럼 영혼에 새겨진 길을 따라 마음의 신 벗어들고 마음의 집을 향해 달려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