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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시인님] 기후의 역습이 두렵다

[이규섭 시인님] 기후의 역습이 두렵다

by 이규섭 시인님 2020.10.12

필리핀해에서 발생한 태풍 14호 ‘찬홈’은 한반도를 비껴가 다행이다. 올해 우리나라를 연이어 강타한 태풍은 코로나로 지친 심신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54일간이라는 가장 긴 장마에 기록적인 강우로 농수산물 피해도 컸다. 장마철이 길어지고 비가 많이 내린 이유는 북극의 이상고온으로 빙하가 빠르게 녹으며 우리나라 주변에 찬 공기가 정체됐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우리나라 역대급 태풍은 849명의 인명을 앗아간 ‘사라호’다. 1959년 9월 17일 추석날 새벽 영남 지방을 휩쓸면서 38만 명의 이재민을 냈다. 수확을 앞둔 농토는 진흙으로 변했다. 하루아침에 집과 논이 쓸려 내려간 울진 수재민 66세대는 군 트럭을 타고 강원도 철원군 민통선 마을로 이주해 정착했다. 군용텐트에서 눈을 붙이고 군에서 제공하는 잡곡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땅을 일궜다. 지금은 비닐하우스로 철원을 대표하는 부농 마을로 탈바꿈했다.
가장 많은 재산 피해를 가져온 태풍은 2002년 8월 ‘루사’다. 피해액이 5조 원 넘는다. 이듬해 9월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매미’는 기상관측 사상 최대순간풍속 기록을 남겼다. 초속 60m의 강풍은 무게 천 톤이 넘는 크레인을 휘어놓았다.
태풍의 가장 큰 원인은 해수 온도의 변화와 지구의 온난화 때문이다. 특히 필리핀, 대만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30도 이상 올라가면서 발생한 태풍은 한반도에 오는 시간도 짧고 강해지면서 연이어 왔다. 기후변화로 갈수록 초강력 태풍이 더 잦아질 것이란 예측이다.
태풍 예보가 빗나가다 보니 ‘기상 망명족’이란 신조어가 생겼다. 기상청 예보 보다 해외 기상 앱에 의존하는 경향이 늘었다. 일부 언론은 한·미·일의 태풍 경로를 비교하며 어느 나라 예보가 가장 적중하는지 흥미 유발성 기사를 내보기도 했다.
이제 한반도의 겨울에 삼한사온은 없어졌고, 여름 날씨는 아열대로 변했다. 기상청과 환경부가 지난 7월에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보고서 2020’에 따르면 현제 추세로 저감 없이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경우엔 우리나라 생태계 변화와 종·재배작물에 상당한 변화를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기말엔 벼 생산량은 25% 감소하고, 사과 재배 적지는 사라진다. 감귤 재배는 강원도까지 북상한다. 강원도가 현재의 제주도 기온으로 변한다는 관측이다.
코로나 확산 등 바이러스 발생 또한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구온난화와 생물 다양성 감소, 환경파괴는 신종 코로나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의 주장이다. 또한 “거의 매년 지구상 어디에선가 국지적 유행병이 터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웬만한 선진국들은 2050년까지 탄소 제로를 선언했는데, 우리나라는 ‘그린 뉴딜’을 거창하게 벌이면서도 그 걸 담지 못해 안타깝다고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소소한 것이라도 지켜 기후의 역습을 막아야 한다. 일회용품 사용과 쓰레기 배출을 줄이고, 안 쓰는 플러그를 뽑는 것도 화석 줄이기의 작은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