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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시인님] 단풍놀이 진행 “오∼매, 힘들어!”

[이규섭 시인님] 단풍놀이 진행 “오∼매, 힘들어!”

by 이규섭 시인님 2020.11.02

‘가을 문화역사탐방은 단풍 들어 고운 날 화담숲으로 갑니다.’ 퇴직기자 모임 단체의 회보에 게재된 안내문이다. 봄가을 나들이는 큰 행 사다. 준비서 결산까지 긴 여정이다. 단체관광 준비는 치밀하지 않으면 삐끗하기 십상이다. 코로나를 감안하여 ‘거리는 짧게, 식사는 푸짐하게’로 콘셉트를 정하고 단풍 고운 화담숲을 다녀왔다.
날짜와 장소가 결정되면 답사를 간다. 가장 신경 쓰이는 게 식당 예약이다. 곤지암의 대표 적 먹거리인 소머리국밥은 가볍고, 소고기는 예산이 부담스럽다. 절충점을 찾은 게 돼지갈비다. 메뉴가 정해지면 100여 명이 들어갈 식당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발품을 팔수밖에 없다.
화담숲 경내는 골프장, 스키장, 리조트가 들어서 무척 넓다. 코로나로 셔틀버스를 운행하지 않는다. 대형버스 주차장서 매표소까지는 800m 경사, 15분 넘게 걸린다. 80대 전후의 노인들에겐 부담스러운 거리다. 담당자와 협의 끝에 매표소까지 버스가 돌아서 내려올 수 있게 협조를 구했다.
화담숲 입장료는 일반 10,000원, 경로 우대 8,000원이다. 운영하는 재단에 전화를 걸어 단체 할인 문의를 했더니 “예외 규정을 없애 어렵다”라는 대답이다. 1,000원 더 할인할 수 있는 Tip은 인터넷 예약이란다. 그 또한 녹록지 않다. 65세 이하는 단 1명 여직원인데 에누리 없이 9,000원(인터넷 예약 1,000원 할인)을 받는다.
화담숲엔 모노레일이 설치돼 있으나 정상까지 4,000원, 전 구간 8000원이다. 할인 없이 현장구매만 가능하다. 버스 안에서 자비부담이라고 안내했는데도 절반 이상 이용하겠다고 신청한다. 현금을 걷고 구간을 구분하고 거스름돈을 내주는 게 녹록지 않다. 이용자는 편하고 진행자는 불편하다.
불편을 줄이기 위해 출발하기 전 탐방일정 타임스케줄과 예상 질문을 Q&A로 정리한 양면 컬러 유인물을 나눠 줬다. 따지기 좋아하고 묻는 게 습성이 된 기자들에 대한 배려다. 화담숲은 어떤 곳이고, 무슨 뜻인가? 탐방 코스와 소요시간은 얼마나 되나, 식사는 어디서 먹는가, 메뉴는 무엇이고 식당은 화담숲에서 얼마나 걸리는가. 경기도자박물관의 볼거리는 무엇인가, 저녁은 주는가? 시시콜콜 문답식으로 알려주며 질문의 예봉을 꺾는다.
“고속도로에 돼지 100마리와 기자 10명이 있다면 돼지를 몰고 갈 것인가? 기자를 인솔할 것인가” 묻는다면 “돼지 100마리를 몰고 가겠다고 대답한다."는 우스개가 있다. 기자 인솔은 그만큼 까다롭고 힘들다는 의미다.
출입구에서 마지막 입장 자를 확인한 뒤, 단풍 숲길을 마라톤 선수처럼 둘러보며 내려온다. 곱게 물든 오색찬란한 단풍은 빠르게 스치는 영화 장면 같다.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한 뒤 식당으로 이동한다. 붉게 익은 참숯에 국내산 돼지갈비는 절묘한 선택이어서 모두가 만족한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분들을 위해 소갈비탕을 별도로 준비했다.
경기도자박물관에선 개인적으로 둘러보거나 산책한 뒤 탑승시간만 알려줬다. 예정된 시간에 프레스센터 앞에 도착하니 긴장이 풀리며 피로가 밀물져 온다. “오∼매, 단풍들것네”가 아니라 “단풍놀이 진행, 오∼매 죽것네”가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