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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은 대표님] 빛과 그리고 그림자

[김재은 대표님] 빛과 그리고 그림자

by 김재은 대표님 2020.12.08

몇일전의 일이다. 아직 여명이 터 오르기 전, 산사에 108배를 하러 오르는 길이었다.
터벅터벅 걷고 있는 중에 포도의 그림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가로등 불빛에 비친 내 그림자였다. 어찌나 선명하던지 순간 멈추어 서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저 그림자가 나일까 하는 생각, 내 삶이 그림자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느낌도 들었다.
코로나에 쩔쩔매다가 어느새 한 해가 시나브로 저물어간다. 그동안 무얼 하며 살았는지 돌아보니 온통 어둔 그림자투성이다. 그래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니 그림자 사이로 군데군데 빛도 보인다. 그러면 그렇지 어찌 삶이 그림자 뿐이랴.
그러다 문득 오래전 패티 김의 노래 한 대목이 귓전을 스쳐 지나간다.
사랑은 나의 행복 사랑은 나의 불행
사랑하는 내 마음은 빛과 그리고 그림자
그대 눈동자 태양처럼 빛날 때
나는 그대의 어두운 그림자... (이하 생략)
사랑하는 마음에도 빛과 그림자가 있다 했으니 빛과 그림자는 분명 한 묶음이자 한 통속이렸다. 그러고 보니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심리적 어려움이 그림자라면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하고 연결된 존재임을 확인시켜준 것은 코로나가 준 빛이다. 그리고 좋은 날이 빛이라면 힘든 날은 그림자요 어둠이다. 때론 함께 오기도 하니 그 둘을 어찌 분리할 수 있으랴.
빛이 있기에 그림자가 있고 그림자가 있기에 빛은 확인된다. 우리의 존재는 빛이 오면 그림자로 확인되기에 그림자는 분명 빛이 가까이에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삶의 그림자로 인해 고통스럽다면 바로 옆의 빛에도 눈길을 줄 일이다. 그림자의 늪에 빠져 쩔쩔매는 대신 빛 또한 나의 삶의 일부요, 동행자라는 것에 깨어있어야 한다. 빛과 그림자는 하나의 공이라 굴러가다 보면 때로는 빛이 때로는 그림자가 다가올 뿐이다.
코로나 발생의 원인이 인간의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 위기에 있음은 진실에 가깝다. 빛이라 생각하는 인간의 탐욕의 산물인 인성파괴, 환경파괴는 그림자이다. 탐욕에만 눈이 어두워 인류를 절체절명의 위기로 몰아가는 그림자에는 소홀했던 것이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과연 이를 직시하고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을 성찰하고 지속가능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살다 보면 빛이 오기도 하고 그림자의 어둠이 오기도 한다. 빛만 계속 될 수 없고 그림자만 계속 될 수도 없다. 아침이 오는가 하면 저녁이 오는 것처럼.
빛과 그림자가 일시적으로 분리된다 하더라도 잠깐일 뿐이다. 호사다마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무언가를 얻으면 잃을 수도 있는 게 인생의 이치이다.
아무튼 우리네 삶에 빛이 오든 그림자가 오든 의연하게 맞을 일이다. 아니 무엇이 오든 함께 친구로 지낼 일이다. 왜냐면 빛도 그림자도 내 삶에 올 수밖에 없는 귀한 손님들이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새해에도 의연함과 여여함이 동행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