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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마지막 달의 잔심

[정운 스님] 마지막 달의 잔심

by 정운 스님 2020.12.15

정연복 님의 ‘12월’ 시를 먼저 읽어 보자.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다.
뒷맛이 개운해야
참으로 맛있는 음식이다
뒤끝이 깨끗한 만남은
오래오래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두툼했던 달력의
마지막 한 장이 걸려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보석같이 소중히 아끼자
이미 흘러간 시간에
아무런 미련 두지 말고
올해의 깔끔한 마무리에
최선을 다하자.
시작이 반이듯이
끝도 반이다!

필자는 몇 년간 종단 소임을 살았다. 내가 몸담고 있는 조계종을 관장하는 곳[총무원]에서 교육 담당을 맡았는데, 며칠 전에 사직했다. 스님들은 계약직도 아니고, 몇 년간 근무해야 하는 의무는 없다. 그곳을 사직하면서 아쉬움도 컸다. 일이 싫어서도 아니고, 주위 사람들과 불편해서도 아니다. 본래 하던 강의와 원고 쓰기를 위해 사직을 선택했다. 그곳을 그만 두기 전부터 늘 이런 생각을 품고 있었다. ‘사람들과 서로 서로 좋은 인연일 때, 그리고 서로에게 아쉬움이 남아 있을 때 그만두자.’ 좋은 마무리[廻向]를 꿈꿨었다.
인생으로 치면, 젊을 때 어떻게 살았든 간에 나이 들어서 멋지고 우아하게 늙는 것이 성공한 삶이라고 하듯이 말이다. 끝이 좋아야 모든 것이 다 좋다는 말이 있다.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
어쨌든 필자가 잠깐 몸담았던 곳을 정리하던 시기가 마침 12월이다. 1년의 삶을 정리하는 시점인 마지막 달을 보내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몇 달 전의 일을 잘 했었다면 지금은 좋았을 거라는 후회나 아쉬움은 없다. 인간은 늘 자신의 언저리를 되돌아보면서 살게 된다. 매일로, 1달 단위로, 혹은 1년 단위로, 몇 년 단위로 자신의 인생 정리를 하게 된다.
잔심殘心이라는 단어가 있다. 십여 년 전에 어느 책에서 이 단어를 대하고, 마음에 새겨 두었던 단어이다. 출처를 찾아보니, 불교 용어는 아니고 검도에서 사용하는 단어이다. 상대에게 타격을 가한 후 즉시 정상적인 자세로 되돌아와 다음에 일어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태세를 갖춘다는 뜻이다. 삶에 방심하지 않겠다는 자세이다. 무엇을 위한 삶이고, 최선의 삶이 어떤 길인가? 삶의 변화가 있는 즈음, 그리고 마지막 달 12월에 다음 새로운 길을 모색키 위해 마음을 추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