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이미지

오피니언

오피니언

[한희철 목사님] 가장 오래 핀 꽃

[한희철 목사님] 가장 오래 핀 꽃

by 한희철 목사님 2021.01.06

이따금씩 과학과 관련된 소식을 접하면 반가운 마음이 앞섭니다. 평상시에는 알 수 없었던 신기하고 신비한 이야기를 접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 소식이 자연과 관련된 소식일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이런 면이 다 있었구나, 세상을 다시 한번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곤 합니다.
가장 오래 핀 꽃에 대한 소식도 그랬습니다. 열흘 가는 붉은 꽃 없다고, 꽃은 피었다가는 아쉽게 집니다. 실은 꽃이 아름다운 것은 꽃이 지기 때문입니다. 한 번 핀 꽃이 지지 않고 내내 피어있다면 우리는 이내 싫증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빛깔이나 모양 혹은 향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꽃을 사랑하는 진짜 이유는 꽃이 아쉽게 진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꽃이 피어있는 잠깐의 순간, 절정의 순간을 사랑하는 것이지요.
자그마치 1억 년간 피어 있는 꽃이 발견이 되었답니다. 1억 년간 핀 꽃이 있다니 그 사연이 궁금했는데, 역시 뜻밖의 사연이 담겨 있었습니다. 1억 년 전의 꽃이 노란색의 호박에 갇혀 있는 것이 발견된 것이었습니다. 소나무의 송진 따위가 땅속에 파묻혀서 수소, 탄소 등과 결합해 만들어진 아름다운 광물인 호박(琥珀) 말이지요. 바로 그 호박 속에 감히 생각하기 힘들 만큼 오래된 희귀한 꽃이 들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미국 오리건주립대학 연구진이 미얀마에서 발견한 호박 조각 안에는 백악기 후기에 해당하는 꽃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꽃의 크기는 아주 작아 약 2㎜에 불과했지만, 그 미세한 꽃을 살펴볼 만한 기구는 충분했겠지요. 살펴보니 꽃가루를 생산해내는 수꽃의 기관인 수술 약 50개가 나선형으로 촘촘하게 배치돼 있는 등 당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은 그 꽃의 종이 지금까지 알려진 적이 없는 신종이라고 판단하고, 새로운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생각하지 못한 꽃의 발견은 단지 몰랐던 고대 식물의 발견이라는 사실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고대 꽃의 발견은 놀랍게도 지질학계의 관심도 사로잡았는데, 대륙이동설의 시기와 정의를 정립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될 수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발견된 꽃은 1억 년 전 호주 지역에 주로 서식했는데, 먼 친척뻘에 해당하는 고대 식물이 아시아에 속하는 미얀마에서 발견된 것은 1억 년 전 당시 호주와 아시아 대륙이 하나였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가 있으니 말이지요. 대륙이동설에 따르면 고생대 말기부터 중생대까지 하나의 거대한 대륙이었던 아프리카, 호주, 인도반도 및 남극 대륙 등이 해체되면서 현재의 아시아 대륙과 호주 대륙으로 갈라지게 되었는데, 이번에 발견된 꽃이 그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본 것입니다.
생각하지 못한 꽃 하나가 전해준 놀라운 상상력과 과학적 근거에 다시 한번 감탄을 하게 됩니다. 1억 년을 핀 꽃처럼 우리의 존재가 오랫동안 기억된다면 어떤 일이 가능할까, 지금까지는 생각한 적 없었던 상상력의 날개를 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