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섭 시인님] 가슴마다 소금꽃을
[이규섭 시인님] 가슴마다 소금꽃을
by 이규섭 시인님 2021.01.15
‘수차로 퍼 올린 푸른 바다가/시퍼렇게 날 세운 소금이 되어/세상 밖으로 걸어 나온다.’
<졸시 ‘들풀의 노래 21’ ‘곰소만 염부’ 인용>
염전에 처음 가본 것은 28년 전 변산반도 곰소만이다. 수입 소금의 대량 반입으로 국내산 천일염 가격이 폭락하고 인력난까지 겹쳐 염전이 불황의 늪에 녹아내린다는 르포 기사를 썼다. 바람과 태양이 피워낸 소금꽃은 수정처럼 맑고 보석처럼 눈부셨으나 염부의 얼굴엔 수심의 골이 깊었다. 수차를 발로 돌리던 시절의 마지막 풍경을 담았던 게 인상에 남는다.
10여 년 전 KBS 다큐 ‘인간극장’의 ‘육형제 소금밭 이야기’는 소금 생산의 고달픈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염전에 지쳐 심신이 불편한 부모를 대신하여 형제애로 똘똘 뭉쳐 일궈낸 소금밭 성공 스토리는 감동적이었다. 대학을 포기하고 염전에 뛰어든 막내가 집으로 가는 여객선을 기다리며 목포 부두에서 셋째 형과 대화를 나누며 울먹이던 모습이 애잔하게 기억된다.
바다가 없는 라오스에서 소금 생산은 극한 직업이다. 수도 비엔티안에서 1시간 남짓 걸리는 콕싸앗 소금마을에 들렸을 땐 2월인데도 한낮의 햇살은 뜨겁고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황토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척박한 땅이다.
이곳은 오래전 바다였으나 지구의 지각변동으로 육지로 변했다. 200m 지하수를 끌어올려 소금을 만드는 자염(煮鹽)이다. 아궁이 위에 직사각형의 커다란 철판을 얹고 암염을 끓이면 수분은 증발되고 소금 결정체만 남는다. 펄펄 끓는 열기와 매캐한 연기를 마시며 화목을 넣은 염부의 등에 노동의 소금꽃이 피었다.
소금은 인류가 이용한 조미료 중 가장 오래됐다. 감미료와 산미료와는 달리 대체하기 어려운 맛의 결정체다. ‘하얀 황금’으로 불릴 정도로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다. 나라에서는 전매제를 실시하여 국가 재정에 보탬을 줬고, 소금을 통해 음식을 장기간 보관하는 삶의 지혜를 곰삭였다.
천일염은 바닷물을 염전으로 끌어와 가두어 놓고 바람과 햇볕으로 수분을 증발시켜 얻는 소금이다. 갯벌을 그대로 이용하여 수분을 증발시키는 방법으로 얻는 천일염을 토판염, 염전 바닥에 옹기로 된 타일을 깔아서 생산한 소금을 옹기타일염이라 한다.
소금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음식 속에 용해되어 깊은 맛을 낸다. 쓰임새도 다양하여 살균과 정화, 겨울철 미끄럼 방지용으로도 쓰인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라”는 예수의 산상수훈에 이르면 세상을 위한 소금 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세상엔 썩지 말아야 할 것은 썩고, 썩어야 할 것은 썩지 않고 현란한 독버섯으로 피어 현혹시킨다. 적패청산은 새로운 적패가 되어 악취를 풍긴다.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을 유식하게 표현한 아시타비(我是他非)는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며 가치관을 전도시킨다. 보편적 가치가 훼손되니 조롱이 판을 친다. ‘신내림’이란 말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며 세상을 희화화한다. 새해엔 시퍼렇게 날 세운 소금이 되어 세상이 썩지 않게 두 눈을 부릅뜨자.
<졸시 ‘들풀의 노래 21’ ‘곰소만 염부’ 인용>
염전에 처음 가본 것은 28년 전 변산반도 곰소만이다. 수입 소금의 대량 반입으로 국내산 천일염 가격이 폭락하고 인력난까지 겹쳐 염전이 불황의 늪에 녹아내린다는 르포 기사를 썼다. 바람과 태양이 피워낸 소금꽃은 수정처럼 맑고 보석처럼 눈부셨으나 염부의 얼굴엔 수심의 골이 깊었다. 수차를 발로 돌리던 시절의 마지막 풍경을 담았던 게 인상에 남는다.
10여 년 전 KBS 다큐 ‘인간극장’의 ‘육형제 소금밭 이야기’는 소금 생산의 고달픈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염전에 지쳐 심신이 불편한 부모를 대신하여 형제애로 똘똘 뭉쳐 일궈낸 소금밭 성공 스토리는 감동적이었다. 대학을 포기하고 염전에 뛰어든 막내가 집으로 가는 여객선을 기다리며 목포 부두에서 셋째 형과 대화를 나누며 울먹이던 모습이 애잔하게 기억된다.
바다가 없는 라오스에서 소금 생산은 극한 직업이다. 수도 비엔티안에서 1시간 남짓 걸리는 콕싸앗 소금마을에 들렸을 땐 2월인데도 한낮의 햇살은 뜨겁고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황토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척박한 땅이다.
이곳은 오래전 바다였으나 지구의 지각변동으로 육지로 변했다. 200m 지하수를 끌어올려 소금을 만드는 자염(煮鹽)이다. 아궁이 위에 직사각형의 커다란 철판을 얹고 암염을 끓이면 수분은 증발되고 소금 결정체만 남는다. 펄펄 끓는 열기와 매캐한 연기를 마시며 화목을 넣은 염부의 등에 노동의 소금꽃이 피었다.
소금은 인류가 이용한 조미료 중 가장 오래됐다. 감미료와 산미료와는 달리 대체하기 어려운 맛의 결정체다. ‘하얀 황금’으로 불릴 정도로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다. 나라에서는 전매제를 실시하여 국가 재정에 보탬을 줬고, 소금을 통해 음식을 장기간 보관하는 삶의 지혜를 곰삭였다.
천일염은 바닷물을 염전으로 끌어와 가두어 놓고 바람과 햇볕으로 수분을 증발시켜 얻는 소금이다. 갯벌을 그대로 이용하여 수분을 증발시키는 방법으로 얻는 천일염을 토판염, 염전 바닥에 옹기로 된 타일을 깔아서 생산한 소금을 옹기타일염이라 한다.
소금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음식 속에 용해되어 깊은 맛을 낸다. 쓰임새도 다양하여 살균과 정화, 겨울철 미끄럼 방지용으로도 쓰인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라”는 예수의 산상수훈에 이르면 세상을 위한 소금 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세상엔 썩지 말아야 할 것은 썩고, 썩어야 할 것은 썩지 않고 현란한 독버섯으로 피어 현혹시킨다. 적패청산은 새로운 적패가 되어 악취를 풍긴다.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을 유식하게 표현한 아시타비(我是他非)는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며 가치관을 전도시킨다. 보편적 가치가 훼손되니 조롱이 판을 친다. ‘신내림’이란 말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며 세상을 희화화한다. 새해엔 시퍼렇게 날 세운 소금이 되어 세상이 썩지 않게 두 눈을 부릅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