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이미지

오피니언

오피니언

[강판권 교수님] 코로나19 시대, 차 한잔

[강판권 교수님] 코로나19 시대, 차 한잔

by 강판권 교수님 2021.01.18

차는 인류가 만든 최고의 식품이다. 차는 차 나무의 잎으로 만든 것을 의미한다. 감잎차, 국화차 등 차나무 잎 외의 것으로 만든 차는 모두 대용차(代用茶)다. 차는 고대부터 약으로 이용했지만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차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치유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차는 제다 방법에 따라 녹차, 반발효차, 발효차로 나뉜다. 중국에서는 발효 정도에 따라 녹차, 백차, 황차, 청차, 홍차, 흑차 등으로 나눈다. 차의 효능은 제다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녹차는 항암효과를 내는 폴리페놀을 비롯, 비타민 A, C, E, 베타카로틴 등 차 중에서 가장 많은 효능을 갖고 있다. 더욱이 차는 정신과 마음을 안정시키는 심리적 효능까지 지니고 있다.
차의 효능은 현대 과학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최초의 차 전문서인 『다경(茶經)』을 비롯하여 수많은 다서(茶書)에서도 차의 효능을 기록하고 있다. 다서에서 언급한 차의 효능은 모두 경험에 의한 것이지만, 현대 과학에서 입증한 효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한재(寒齋) 이목(李穆, 1471-1498)의 『다부(茶賦)』 와 일본 에이사이의 『끽다양생기(喫茶養生記)』에서도 중국의 영향을 받아 차의 효능을 수록했다. 『다경』 중 답답한 가슴과 관련한 내용은 [일지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만약 가슴이 답답할 경우…네다섯 모금만 마시면 제호나 감로를 마신 것과 견줄 만하다.
차의 효능 중에서 최고는 신선의 경험이다. 그래서 다서에는 신선에 대한 얘기가 아주 많다. 그만큼 차가 정신 수양에 탁월하다는 뜻이다. 차의 신선 효능을 가장 극적으로 표현한 것은 중국 당나라 노동(盧仝)의 이른바 ‘다가(茶歌)’이다.
여섯째 잔은 신령을 통하게 하며/六碗通仙靈
일곱째 잔은 마실 것도 없이/ 七碗喫不得
겨드랑이에 날개 돋아 솔솔 청풍이 일어나는 것을 느끼네./ 也唯覺兩腋習習淸風生
노동 ‘다가(茶歌)’의 원명은 「간의대부 맹간이 차를 보내준 것에 사례하다/謝孟諫議簡惠茶」이다. 이목은 『다부』에서 노동의 시를 참고했다.
차는 고대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 더욱이 차가 인류 문명사에 미친 영향은 실크로드처럼 크다. 그래서 나는 차의 문명 교류를 ‘티로드(Tea Road)’, 차의 문명 교류와 관련한 학문을 ‘티로드학’이라 부른다. 차 나무는 추운 겨울에도 새순을 만든다. 혹독한 겨울을 이기고 돋은 찻잎으로 만든 녹차 한 잔은 지친 어깨를 일으켜 세우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