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이미지

오피니언

오피니언

[한희철 목사님] 돈도 소용없는 일

[한희철 목사님] 돈도 소용없는 일

by 한희철 목사님 2021.02.24

최근 미국 텍사스 주를 강타한 한파 소식은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사막과 초원으로 이루어진 텍사스 주는 겨울에도 영하권 온도를 보이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 않은 곳입니다. 그런 곳에 영하 18도의 혹한이 몰아닥쳤고 여러 날 물러가질 않았으니 당황스러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90년 만의 한파에 텍사스 주가 멈췄다는 짧은 한 마디가 실감 있게 다가왔습니다.
닥쳐온 것은 한파만이 아니었습니다. 한파 속에 내린 폭설은 그야말로 설상가상(雪上加霜)이었습니다. 눈 위에 서리가 내린다는 설상가상은 난처한 일이나 불행이 잇따라 일어남을 이르는 말이지만, 그 말은 사전 속에 담겨 있는 고사 성어만이 아니었던 것이지요. 한겨울에도 영하까지 떨어지는 일이 거의 없는 텍사스였기에 눈이 내리는 일도 드문 일이었고 내린다 해도 금방 녹고 말았는데, 강추위 속에 눈까지 내렸으니 그런 속수무책도 드물었겠다 짐작이 됩니다. 눈에 대비한 제설 장비나 염화칼슘 등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탓에 대부분의 차량은 멈춰 서고 말았습니다. 도로 곳곳에서 차량이 엉키고 인명사고가 잇따랐던 것은 피할 수 없는 결과였습니다.
각종 매체를 통해 전해진 모습들은 텍사스가 겪고 있는 실제 상황이 어떤지를 고스란히 보여주었습니다. 장난감 자동차에 밀가루 반죽을 쏟아부은 것처럼 온통 얼음에 뒤덮인 자동차, 따뜻한 바람을 기대했을 천장의 팬(fan)엔 눈 온 뒤의 처마처럼 고드름이 매달려 있고, 폭주하는 주문으로 재료가 다 떨어질 때까지 탈진할 때까지 일을 마친 피자집 직원들이 바닥에 주저앉아 있고, 남아 있는 물건을 찾아볼 수 없는 텅 빈 마트 진열대, 원유를 생산하는 곳이라 유난히 기름값이 쌌던 곳이 맞나 싶게 주유소에서조차 기름을 구할 수 없고, 모자라는 화장실 물을 마련하기 위해 눈을 녹이고,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서 언 발을 녹이고, 소방관들은 물이 없어 불에 타는 집을 망연히 바라보고, 피해를 보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어서 수천 마리의 거북이들이 체온 조절을 할 수 없어 살아 있긴 하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콜드스톤이라는 실신 상태에 빠지고, 모든 장면들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곤경에 빠진 그들을 더욱 어렵게 만든 것이 있었습니다. 텍사스 주민 수백만 명이 전기가 끊긴 상태에서 추위를 견뎌야 했습니다. 혹한 속에 전기마저 끊겼으니 집이 얼음장처럼 변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추위를 쫓기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태워야 했습니다. 태워서는 안 되는 것을 태우다 가스 질식으로 숨지는 이들도 있었고,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까지 태우며 울먹이는 부모도 있었습니다.
추위에 떨고 있는 어린 자식을 바라보며 했던 한 엄마의 말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자식들의 추위를 막기 위해서라면 돈이라도 태우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게 부모 마음이겠지만, 혹한을 막아낼 만큼 많은 돈을 가진 이가 어디 따로 있을까요? 돈으로도 막을 수 없는 혹한, 우리의 삶이 어디에 달려있는 것인지를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