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섭 시인님] ‘미나리’ 같은 3월
[이규섭 시인님] ‘미나리’ 같은 3월
by 이규섭 시인님 2021.03.05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박목월 시인의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를 떠올리며 2월의 마지막 날 오후 길을 나선다. 근린공원 뒤쪽 야트막한 능골산 자락엔 어느새 봄이 와 머문다. 꽃망울을 터트린 산수유를 보고 “아니 벌써?” 화들짝 놀랐다. 병아리의 노란 부리 같은 꽃망울이 앙증맞다. 아기 웃음처럼 해맑고 예쁘다.
주변을 살펴보니 조팝나무줄기에도 초록빛 새움이 싹튼다. 바람결은 부드럽고 햇살은 싱그럽다. 3월 초순이면 남녘의 봄소식을 전하려 구례 산동면 상위마을 산수유와 광양의 매화축제를 찾아 달려갔던 기억이 세월의 강 너머로 새록새록 떠오른다.
코로나 영향으로 남도의 꽃축제가 지난해에 이어 줄줄이 취소돼 아쉬움이 크다. 구례군은 축제를 취소해도 찾아오는 상춘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방역과 교통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광양시는 다압면 매화마을 주차장을 폐쇄하고 방문 자제를 요청해 대조를 이룬다.
지리산 언저리에 위치한 산동면은 국내 최대 산수유 단지다. 살얼음이 채 녹기도 전인 2월 중순경 꽃이 피기 시작해 4월 초까지 노란 꽃구름을 이룬다. 산과 들, 돌담길과 계곡에 노란 물감을 뿌려놓은 듯하다. 중국 ‘산둥(山東)’의 처녀가 지리산으로 시집을 올 때 산수유나무를 가져다 심었다고 해서 마을 이름이 ‘산동(山洞)’이다.
매화마을로 향하는 섬진강에도 이맘때면 봄이 내려와 은물결로 반짝인다. 백운산 삼박재 기슭의 산등성이에서부터 강변까지 하얗게 물들인 매화꽃은 눈이 부시도록 화사하다. 하얀 속살을 드러낸 백매화, 발그레한 꽃잎이 수줍은 새색시 볼 같은 홍매화, 60년 노목도 뒤질세라 솜사탕만 한 꽃송이를 툭툭 터뜨렸다. 매화 향기에 꽃 어지럼증이 인다.
매화 밭을 일구느라 손 갈퀴가 된 청매실농원 안주인은 빈객을 맞느라 종종걸음을 친다. 농원 마당에 놓인 2,000여 개의 장독대에서는 그녀가 담근 매실된장과 매실장아찌가 깊은 맛으로 익어간다. 눈을 들어 강 쪽을 바라보면 섬진강 푸른 물과 하얀 모래사장, 녹색의 대나무 숲이 삼색 조화를 이룬다. 밤이면 매화나무 아래 곳곳에 조명등을 밝혀놓아 꽃무리가 몽환적이다. 추억 속으로 떠난 봄나들이다.
박목월은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고 했는데 3월의 첫날 영화 ‘미나리’가 제78회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했다는 낭보가 태평양을 건너왔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이어 2년 연속 쾌거다. 지난해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한 ‘기생충’이 아카데미에서 4관왕을 차지했듯 ‘미나리’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할머니 순자를 열연한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지명도 점쳐진다.
영화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감독 리 아이작 정(정이삭)감독이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농장을 일구는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았다. 미국 자본으로 만든 미국 영화지만 한국어 대사가 80%에 달한다고 한다. 코로나에 지친 모두가 강인한 생명력에 상큼하고 향긋한 미나리 같은 3월이 됐으면 좋겠다.
박목월 시인의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를 떠올리며 2월의 마지막 날 오후 길을 나선다. 근린공원 뒤쪽 야트막한 능골산 자락엔 어느새 봄이 와 머문다. 꽃망울을 터트린 산수유를 보고 “아니 벌써?” 화들짝 놀랐다. 병아리의 노란 부리 같은 꽃망울이 앙증맞다. 아기 웃음처럼 해맑고 예쁘다.
주변을 살펴보니 조팝나무줄기에도 초록빛 새움이 싹튼다. 바람결은 부드럽고 햇살은 싱그럽다. 3월 초순이면 남녘의 봄소식을 전하려 구례 산동면 상위마을 산수유와 광양의 매화축제를 찾아 달려갔던 기억이 세월의 강 너머로 새록새록 떠오른다.
코로나 영향으로 남도의 꽃축제가 지난해에 이어 줄줄이 취소돼 아쉬움이 크다. 구례군은 축제를 취소해도 찾아오는 상춘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방역과 교통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광양시는 다압면 매화마을 주차장을 폐쇄하고 방문 자제를 요청해 대조를 이룬다.
지리산 언저리에 위치한 산동면은 국내 최대 산수유 단지다. 살얼음이 채 녹기도 전인 2월 중순경 꽃이 피기 시작해 4월 초까지 노란 꽃구름을 이룬다. 산과 들, 돌담길과 계곡에 노란 물감을 뿌려놓은 듯하다. 중국 ‘산둥(山東)’의 처녀가 지리산으로 시집을 올 때 산수유나무를 가져다 심었다고 해서 마을 이름이 ‘산동(山洞)’이다.
매화마을로 향하는 섬진강에도 이맘때면 봄이 내려와 은물결로 반짝인다. 백운산 삼박재 기슭의 산등성이에서부터 강변까지 하얗게 물들인 매화꽃은 눈이 부시도록 화사하다. 하얀 속살을 드러낸 백매화, 발그레한 꽃잎이 수줍은 새색시 볼 같은 홍매화, 60년 노목도 뒤질세라 솜사탕만 한 꽃송이를 툭툭 터뜨렸다. 매화 향기에 꽃 어지럼증이 인다.
매화 밭을 일구느라 손 갈퀴가 된 청매실농원 안주인은 빈객을 맞느라 종종걸음을 친다. 농원 마당에 놓인 2,000여 개의 장독대에서는 그녀가 담근 매실된장과 매실장아찌가 깊은 맛으로 익어간다. 눈을 들어 강 쪽을 바라보면 섬진강 푸른 물과 하얀 모래사장, 녹색의 대나무 숲이 삼색 조화를 이룬다. 밤이면 매화나무 아래 곳곳에 조명등을 밝혀놓아 꽃무리가 몽환적이다. 추억 속으로 떠난 봄나들이다.
박목월은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고 했는데 3월의 첫날 영화 ‘미나리’가 제78회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했다는 낭보가 태평양을 건너왔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이어 2년 연속 쾌거다. 지난해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한 ‘기생충’이 아카데미에서 4관왕을 차지했듯 ‘미나리’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할머니 순자를 열연한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지명도 점쳐진다.
영화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감독 리 아이작 정(정이삭)감독이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농장을 일구는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았다. 미국 자본으로 만든 미국 영화지만 한국어 대사가 80%에 달한다고 한다. 코로나에 지친 모두가 강인한 생명력에 상큼하고 향긋한 미나리 같은 3월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