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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박사님] 총알 배송

[김민정 박사님] 총알 배송

by 김민정 박사님 2021.04.05

굵직한 조기 하나 웹서핑을 달군다
추적추적 비가 오는 온라인 추모 댓글
아낀 별 마중 왔을까/ 하늘빛도 검붉다

과부하 걸린 다리 주저앉은 가장자리
반전의 구매 버튼 눌러야 설 수 있단다
목마른 땀범벅 생수 아이러니 앞에서

그가 남긴 풀지 못한 벼랑을 떠올린다
바람이 더해지면 경계는 깎여질까
더 오래 뚜렷하기를/ 헌시 몇 줄 거는 밤
- 최성아, 「총알 배송」 전문

이 작품은 총알 배송을 하던 기사의 죽음을 애도하는 작품이다. 수없이 많이 쏟아지는 주문으로 과부하가 걸리고 지쳐 쓰러져 끝내 목숨을 잃은 어느 기사의 삶을 애도하고 있다. ‘과부하 걸린 다리 주저앉은 가장자리/ 반전의 구매 버튼 눌러야 설 수 있단다/ 목마른 땀범벅 생수 아이러니 앞에서’에서의 표현에서 보듯이 땀을 뻘뻘 흘리며 생수 배달을 하면서 자신은 오히려 목이 말라도 생수 한 병 마실 수 없는 상황이다. 요즘의 세태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는 현실 고발적인 작품이다.
한국은 요즘 택배가 무척 발달되어 있다. 반찬 등의 주문은 밤에 시키면 이튿날 새벽에는 이미 집 문 앞에 배달되어 있다. 한국 사람들의 특징이 ‘빨리빨리’인데, 그 성격에 맞게 배달도 빨라서 택배 문화가 새롭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아파트 문 앞에 두어도 그것을 가져가지 않는 무척 양심적인 모습 때문에 외국인들의 놀라움과 칭찬이 많던 모습을 유튜브 등을 통해서 본 적이 있다.
특히 코로나가 유행하고 나서 배달 주문량은 더 많이 생겼고, 장마철 장대비 속에서도 배달을 해 주는 택배기사들과 음식점 기사들의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 적도 있다. 책임을 완수하려는 그들의 책임감이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문한 사람에게는 그러한 총알 배송이 좋을 것이다. 그러한 총알 배송 뒤에는 택배기사들의 눈물겨운 노역이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그들이 제시간에 맞춰 책임감 있게 배송하기 위해서 얼마나 바쁘고, 힘들게 움직였을까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수많은 물량을 처리하느라 힘들어하고 아파트 층층이 배송하며 또 때로는 주민들과 옥신각신하는 일까지 뉴스를 통해서 많이 보았다.
지연배달을 하게 되면 그만큼 손해배상도 있을 수 있으므로 서둘러 배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을 것이다. 바쁘게 배송하다 보면 잘못 배달할 수도 있고, 또다시 배송하느라 늦어질 수도 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조금씩은 여유를 가져야 할 것 같다.
배달주는 배달주 대로, 많은 배송을 하면 그만큼 소득이 커질 수 있어 배송을 빨리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 또 주문한 사람은 주문한 사람대로 물건을 빨리 받고 싶어 배송을 빨리해 달라고 조를 수 있다. 하지만 그 배송은 기계가 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하는 것이다.
서로가 조금씩만 양보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며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나의 행복만 너무 많이 누리려 하다 보면 누군가는 불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이웃이, 많은 사람이 행복해야 행복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더불어 행복할 수 있도록 조금씩은 양보하며 살아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