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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판권 교수님] 한옥: 융합 정신의 표상

[강판권 교수님] 한옥: 융합 정신의 표상

by 강판권 교수님 2021.04.12

한옥은 우리나라의 자연생태의 산물이다. 그래서 한옥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화이자 한민족의 정신을 담고 있다. 한옥의 중요한 특징은 나무, 돌, 흙이라는 자연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옥의 주요 재료인 나무는 한옥의 구조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다. 한옥에 사용하는 나무는 주로 소나뭇과의 늘푸른큰키나무 소나무다. 한옥을 소나무로 만드는 것은 우리나라에 소나무가 가장 많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하는데 가장 편리한 소나무로 집을 짓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소나무는 토양에 따라 크기가 다르지만, 강원도 일부와 경북 울진 소광리 지역에 주로 분포하는 금강송을 제외하면 30미터를 넘지 않는다.
특히 경상북도와 경상남도의 소나무 중 20미터를 넘는 나무도 드물다. 이 같은 소나무의 특징은 우리나라 한옥의 크기를 결정한다. 반면에 키가 40미터 이상 자라는 낙우송과의 금송이나 삼나무가 많은 일본의 목조 건물은 우리나라의 목조 건물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한옥에는 중요한 철학이 담겨 있다. 그중 하나는 허(虛)와 실(實)의 변증법이다. 한옥의 대문을 기준으로 대문의 밖은 허이고 대문의 안은 실이다. 대문 안의 마당과 안채를 기준으로 마당은 허이고, 안채는 실이다. 안채를 기준으로 마루는 허이고 방은 실이다. 이처럼 한옥은 허실의 변증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옥의 또 다른 철학은 ‘극과 극’이다. 안채의 마루와 방은 허와 실이면서 극과 극이다. 마루는 여름용이고 방은 겨울용이기 때문이다. 극과 극의 만남은 18세기에 이르러 완성되었다. 온돌과 마루의 만남은 우리나라의 기후대 때문에 생긴 구조다. 이는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을 한 공간에서 보내야 하는 우리나라 기후의 산물이다. 우리나라 기후가 다양한 것은 남북으로 길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토 면적은 넓지 않은데도 다양한 위도 덕분에 사계절이 분명한 한반도의 기후는 한민족의 정체성을 결정한 핵심 요소다.
한옥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이다. 한옥의 아름다움은 허실의 변증법과 극과 극이라는 특징 때문이다. 한옥의 이 같은 특징은 바로 융합 정신의 표상이다. 한옥은 서로 다른 온돌과 마루가 만나 탄생한 작품이다. 열림과 닫힘이 반복하는 한옥의 철학은 우주의 원리이자 삶의 철학이다.
서원의 경우, 공적인 공간인 강당의 기둥은 둥글고, 사적인 공간인 동재와 서재의 기둥은 네모나다. 둥근 것은 하늘이고, 네모난 것은 땅을 상징한다. 이러한 하늘과 땅의 상징은 중국과 한국의 전통시대 우주관인 ‘천원지방(天圓地方)’이다. 공적 공간인 지붕 중 서까래의 경우 둥근 것과 네모난 것도 천원지방을 뜻한다. 한옥의 토석담도 융합의 표상이다. 흙은 음이고, 돌은 양이다.
한옥은 우리 민족의 다양한 철학을 담고 있다. 한옥은 제4차 산업혁명의 융합 정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러나 요즘 한국이 관광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한옥의 철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거나 관심조차 없다. 한옥의 융합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전통을 제대로 계승할 수 없다. 한옥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전통 전부를 담고 있는 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