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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시인님] 마음에 향기를 품자

[이규섭 시인님] 마음에 향기를 품자

by 이규섭 시인님 2021.04.30

자연이 책 속으로 들어왔다. 자연을 닮은 책들이다.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자연을 접할 기회가 줄어든 어린이들을 겨냥했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유튜브에 빠진 아이들에게 동영상 같은 움직이는 순간을 포착한 생생한 정지 화면이다.
날개가 넷 달린 날치가 물 위를 박차고 날아오르는 순간 포착 사진은 역동적이다. 세밀화로 그린 아메리카꾀꼬리는 살아 움직이는 듯 정밀하다. 투명한 피부를 통해 산소를 얻는 그물유리개구리 사진은 X레이 필름처럼 투명하다. 먹이 위치를 확인한 물총새가 입수하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은 물 그림자까지 담아 예술이다.
‘DK동물’(사이언스북스)은 동물의 형태와 기능을 중심으로 책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사자, 호랑이, 개구리 등 종별로 단순히 동물을 소개하고 사진을 붙이는 도감과는 다르다. 촉수, 외골격, 날개, 지느러미처럼 다양한 동물의 요소를 종을 넘나들며 설명한다.
‘풀꽃이 좋아하는 풀꽃 책’(궁리)은 90여 가지의 풀꽃을 도감 형태로 담았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을 수 있도록 사진과 함께 간결한 정보만 배치하여 야외에 나갈 때 참고하면 좋겠다. ‘별을 헤는 밤을 위한 안내서’(EBS)는 기존에 우리가 알았던 별자리 그림이 직관적이지 않음을 겨냥했다. ‘큰곰자리’를 보면 전혀 곰의 형체가 보이지 않지만 각각의 별들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연결하면 곰이 나타남을 비교하여 설명한다. 영상시대라지만 세부적인 정보는 종이책을 따를 수 없다.
지난 4월 23일은 유네스코가 1995년에 제정한 ‘세계 책의 날’이다. 공식 명칭은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World Book and Copyright Day)’. 독서와 출판을 장려하고 저작권제도를 통해 지적 소유권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유네스코는 스페인 카탈루나 지역에서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했던 세인트 조지의 날과, 1616년 세르반데스와 셰익스피어가 같은 날 사망한 것에서 착안했다. 세계적인 작가를 동시에 기리면서 책의 날을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디지털 매체 이용이 늘어나면서 독서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성인의 종이책 연간 독서율은 51.1%에 불과하다. 성인 10명 가운데 5명은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통계다. 독서율이 평균 80%를 웃도는 핀란드와 스웨덴에 비하면 부끄러운 수치다.
생활주변에 도서관이 많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독서를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우리 동네에도 근린공원에 위치한 서울시교육청이 운영하는 고척도서관, 지자체서 관리하는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 구립 오류도서관이 있다. 새마을 작은 도서관, 예향 작은 도서관, 로즈빌도서관 등도 스스럼없이 이용이 가능하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 겸 저술가 키케로는 ‘책은 청년에게는 음식이 되고, 노인에게는 오락이 된다. 부자일 때는 지식이 되고 고통스러울 때면 위안이 된다’고 갈파했다. 추사 김정희는 ‘좋은 책을 읽으면 기운이 솟고 문자에 향기가 난다’고 했다. 갇혀있는 시간이 많은 이때 독서로 마음에 향기를 품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