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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님] 짧아도 충분한 말

[한희철 목사님] 짧아도 충분한 말

by 한희철 목사님 2021.05.06

무증상이었고 따로 불편할 것이 없는 시설에서 생활했지만, 열하루 격리된 시간을 보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가장 무겁고 어둡게 만들었던 것은 혹시라도 나로 인하여 다른 누군가가 감염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였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을 만난 셈이어서 걱정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는데, 단 한 사람의 감염자도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때 그때 느꼈던 홀가분함은 이런 마음을 언제 느껴보았을까 싶을 만큼 드문 홀가분함이었습니다.
격리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많은 위로와 격려를 받았습니다. 눈물이 앞을 가려 기도조차 드릴 수가 없다는 말이 오히려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전화를 걸고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주저하는 마음도 충분한 격려가 되었습니다. 필요한 것 있으면 알려달라고, 보내겠다는 이야기도 큰 격려가 되었지요.
그중 귀한 위로가 되었던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를 따라 여러 차례 영상 예배를 드리면서도 내가 영상으로 예배를 드린 적은 없었습니다. 영상 속에서도 설교를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격리의 시간을 보내면서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경험도 소중하다는 마음으로 영상 접속을 하고는 예배 시작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누군가가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급한 일인가 싶어 확인을 했더니 교회의 원로 권사님이었습니다. 매우 짧은 내용이었는데, 글을 대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솟았습니다. 문자의 내용은 ‘보고 싶은 얼굴’이 전부였습니다. 모두가 같은 마음이구나, 홀로 영상을 통해 눈물로 예배를 드렸습니다.
아는 이가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내가 머물고 있는 건물을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보다는 근처에 가서 짧게라도 기도하면 좋겠다 싶어 출근 시간을 앞당겼다는 것이었습니다. 서로 만날 수는 없었지만 그 마음이 전해져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짧지만 충분한 말들이 있습니다. “고마워” “사랑해” “당신이 곁에 있어서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 모든 게 잘 될 거야.” “내가 응원할게” “누가 뭐래도 나는 네 편이야” 등의 말이 그렇습니다. 매우 짧은 말들이지만, 그 말 안에는 말하는 이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말보다도 전해지는 따뜻한 마음에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지요.
보고 싶은 얼굴, 그 한 마디면 충분했고, 건물을 바라보며 기도하고 간다는 그 한 마디면 충분했습니다. 결코 많은 말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짧은 말이 오히려 더 큰 위로와 격려가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의 삶을 메마르게 만드는 것 중에는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쉽게 하고, 꼭 해야 할 말을 하지 않는 것에도 있습니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았습니다. 짧더라도 마음이 담긴 말을 나눔으로 우리의 삶이 더욱 따뜻해지고 넉넉해지는 5월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