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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판권 교수님] 마음의 주름 지우기

[강판권 교수님] 마음의 주름 지우기

by 강판권 교수님 2021.05.10

주름은 삶의 흔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름을 반기지 않는다. 그래서 가능하면 주름을 지우려고 노력한다.
주름 중에는 쉽게 지울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마음의 주름은 결코 쉽게 지울 수 없다. 얼굴의 주름은 방치해도 목숨에는 지장이 없지만, 마음의 주름은 지우지 않고 오래 방치하면 목숨까지 위험할 수 있다. 왜냐하면 얼굴의 주름은 몸의 다른 곳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마음의 주름은 몸의 다른 곳에 심각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얼굴의 주름은 대부분 시간에 비례하지만, 마음의 주름은 시간과 크게 관계가 없다. 얼굴의 주름은 나이를 먹으면서 서서히 생기지만 마음의 주름은 나이와 관계없이 어떤 상황에서 갑자기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적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주름이 생겼다.
마음의 주름이 생기는 원인은 아주 다양하지만, 무엇보다도 균형의 붕괴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일상의 항상성(恒常性)을 순식간에 붕괴시켜 버렸다. 그래서 이 과정에서 코로나19에 취약한 사람들이 아주 짧은 시간에 마음의 주름이라는 상처를 입었다. 그런데 마음의 주름은 일상에서 생긴 주름과 달리 결코 짧은 시간에 치유할 수 없다. 더욱이 마음의 주름은 현대 과학으로 지우는 것조차 쉽지 않다.
현재 세계 각국의 정부에서는 나름대로 국민이 입은 마음의 주름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마음의 주름을 펴는 방법 중 하나는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다. 균형을 회복하는 방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가 치료다. 스스로 치료 방법을 찾아야만 재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균형을 회복하려면 우선 스스로 균형을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만 한다. 스스로 회복 능력이 있다는 믿음이야말로 가장 큰 힘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의심하면 그 어떤 처방도 무용하다. 자신을 믿는다는 것은 곧 실체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실체를 인정하고 나면 주름조차 인정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얼굴의 주름도 인정하면 아름다운 것처럼, 마음의 주름도 인정할 때 치유할 수 있다. 얼굴의 주름이 삶의 흔적이듯, 마음의 주름도 결국 삶의 흔적에 불과하다. 자기가 걸어온 삶의 흔적을 부정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행동도 없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는 아직도 콩과의 아까시나무를 아카시아로 부를 뿐 아니라 아까시나무의 존재를 부정한다. 일본이 한국의 소나무를 죽이기 위해 고의로 아까시나무를 심었다고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꿀이 아까시나무꿀이다. 한국인의 아까시나무에 대한 이중 감정은 마음의 주름을 낳는 주요 원인이다.
요즘 내가 사는 곳에 아까시나무의 꽃이 만개했다. 나이 든 아까시나무의 검은 줄기와 하얀 꽃의 조화는 정말 아름답다. 마음의 주름은 아까시나무처럼 한 존재의 아름다운 모습을 제대로 이해할 때 지울 수 있다. 마음의 주름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한 그루 나무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순간 훅 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