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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여자도 인격을 갖춘 사람이다

[정운 스님] 여자도 인격을 갖춘 사람이다

by 정운 스님 2021.06.08

며칠 전, 인도에서 한 여자의 불미스러운 일이 뉴스화되었다. 결혼을 앞둔 여자가 공중 화장실에 갔다가 여러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다. 피해자가 험한 일을 당한 뒤 의식을 잃고 피투성이가 되었는데, 전봇대에 나체로 묶어놓았다. 주민들이 병원으로 옮겼으나 의식불명 상태라고 한다.
수년 전에도 인도 뉴델리 시내버스 안에서 20대 여성이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이 사건으로 세계 사람들이 경악했고, 인도 여자들도 가해자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인도에서는 평균 15분 단위로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인도에서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한 뒤에 살해되거나 중태에 이르러야 사회적으로 이슈화되지, 보도되지 않은 사건도 많을 것이다. 혹 성폭행을 당하고도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않은 사건도 많을 거라고 본다.
한 달 전에도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에서 신부 납치로 여자가 살해되었다. 여자가 납치되어 결혼을 완강히 거부하자, 남자가 여자를 죽인 사건이다. 이 나라에서는 남자들이 여자를 납치해 강제 결혼을 하는데, 관습법처럼 내려오는 문화라고 한다. 이런 ‘신부 납치’가 비일비재한데다 여자 쪽 집에서 신고를 해도 경찰이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점이다. 그래서 키르기스스탄의 부부 가운데 다섯 쌍 중 한 쌍이 납치로 결혼한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옛날에 여자들의 발을 꽁꽁 묶어서 발이 커지지 않도록 했다. 이것을 전족이라고 하는데, 여자들의 발이 작아야 도망갈 수 없기 때문에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발을 묶는 것이다. 몇 십 년 전, 중국 시골 지역에서는 남자가 결혼을 못 하자, 돈을 주고 여자를 납치해 와서 결혼하는 일도 있었다. 하기야 우리나라도 조선시대에 과부나 아가씨를 보쌈하는 문화가 있었다.
옛날이야 그렇다 치고,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여자들이 납치를 당해 결혼해야 하고, 여자라는 것 때문에 성폭행을 당해야 하는가?! 한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다면, 그 피해자는 트라우마로 죽을 때까지 고통받는다. 이런 여성은 살아있어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죽음만도 못한 삶을 살면서 숨만 붙어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솔직히 글 쓰는 내내 피해자들의 삶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글 말미에 어떤 말로 문장을 끝내야 하는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불교 경전에 이런 내용이 있다. 수행자[비구]도 사람인지라 ‘여인을 멀리하라’고 하면서 이런 말씀을 하였다.
“혹 부득이해서 여인과 대화를 해야 한다면, 이런 생각을 하라. ‘나는 수행자가 되어서 이 세상이 아무리 혼탁할지라도 진흙 밭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청정하리라.’ 나이 많은 여인은 어머니라고 여기고, 나보다 연장자는 누님처럼 생각하며, 나이가 적은 여인은 여동생처럼 여기고, 어린아이는 딸처럼 생각해 (그들을) 제도하려는 마음을 낸다면, 나쁜 생각은 사라질 것이다.”
여자는 물건이 아니다. 남자와 똑같은 고귀한 존재요, 인격을 가진 사람이다. 혹 나쁜 마음이 일어날 때, 그 여자가 자신의 모친이요, 부인이요, 동생이요, 딸이라고 생각해 보라. 인간답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