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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판권 교수님] 생존전략: 유칼립투스 잎

[강판권 교수님] 생존전략: 유칼립투스 잎

by 강판권 교수님 2021.06.14

모든 생명체는 자기만의 생존전략을 갖고 있지만, 방법은 생명체마다 다르다. 나무의 생존전략을 결정하는 본부는 뿌리이지만, 모든 나무의 뿌리를 직접 보기 어렵다. 그래서 나무의 생존전략은 줄기나 잎 혹은 꽃과 열매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나는 최근 꽃집에서 유칼립투스를 만났다. 유칼립투스는 코알라의 주식이라서 방송을 통해 익히 듣던 나무 이름이지만, 그간 우리나라에서 유칼립투스를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이 나무는 오스트레일리아ㆍ열대지방에 분포하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화분을 이용한 유칼립투스 재배가 유행하고 있다. 특히 어린 유칼립투스의 가지는 꽃꽂이나 방향제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나는 꽃꽂이로 사용한 유칼립투스의 잎을 본 후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가지에 달린 잎이 한 칸씩 마주나면서도 한 칸마다 방향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는 대부분의 잎이 마주나거나 어긋나는 것과 다른 점이다. 유칼립투스가 이처럼 잎을 만드는 것은 당연히 빛을 많이 받기 위한 삶의 전략이다. 유칼립투스의 이 같은 전략은 잎자루가 아주 짧아서 선택한 것이다. 만약 같은 방향으로 잎을 만들면 서로 부딪히기 때문에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
유칼립투스의 생존전략을 보면 자신의 처지에 맞게 삶의 전략을 짜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인생 전략에서 다른 사람의 삶을 모델로 삼는 것은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대부분 다른 사람의 성공 인생을 모델로 삼는 데 익숙하다. 다른 사람의 성공 사례는 반드시 존중해야 하지만 반드시 모델로 삼을 필요는 없다. 만약 다른 사람의 삶을 모델로 삼으면 자신의 삶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식물을 자세히 살피면 자신만의 삶의 전략으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삶의 전략에서 모방은 피할 수 없지만, 모방은 어디까지나 개성을 찾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유칼립투스는 거의 유일하게 코알라에게만 자신의 잎을 허용했다. 다른 생명체들이 유칼립투스의 잎을 먹으면 강한 독성 때문에 살아남을 수가 없다. 코알라도 다른 식물을 먹지 않고 오로지 유칼립투스의 잎만 먹고 생존하는 전략을 세웠다. 유칼립투스와 코알라처럼 자신만의 생존전략으로 살면 모든 생명체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존재다. 생존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특별한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능력을 발휘하는 일이다.
유칼립투스 잎의 독성은 다른 생명체가 먹으면 위험하지만, 코알라에게는 절대 필요한 식품이다. 유칼립투스와 코알라의 만남처럼 자신만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만남이야말로 행복의 조건이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데 집중하지 않으면 행복의 조건을 갖출 수 없다. 살면서 만남이 엇갈리는 것은 운명이나 숙명이 아니라 타고난 능력을 발휘하는 생존전략을 잘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존전략을 세우는 방법은 결국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다. 유칼립투스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고 살아간다. 그래서 유칼립투스는 강한 독성을 가진 잎을 만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