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이미지

오피니언

오피니언 : 아름다운사회

[이규섭 시인님] “백신 맞으셨나요?”

[이규섭 시인님] “백신 맞으셨나요?”

by 이규섭 시인님 2021.06.18

“백신 맞으셨나요?” 요즘 인사다. 코로나에 발이 묶인 일상과 5개월 넘게 이어진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피로감을 불러일으킨다. 화이자 접종 대상으로 빠르면 4월 하순께 맞을 수 있다는 게 주민센터 담당자의 전언이었다. 기대가 잔뜩 부풀었는데 백신 보릿고개가 왔다. 1차 접종자들의 2차 접종을 위해 1차 접종 대상자는 후 순위로 밀리면서 찔끔찔끔 진행됐다. 지자체마다 접종률조차 달라 기준이 뭔지 헷갈렸다.
기다리던 접종 일이 확정됐다. 주민센터로 나와 접종장소로 함께 이동하겠느냐고 물어 “그렇게 하겠다”라고 응답했다. ‘국민비서’ 명칭으로 주민등록 지참 등 안내 문자도 받았다. 접종 당일 주민센터에 도착하니 대부분 일찍 나와 직원의 도움으로 예진표를 작성한다.
접종장소인 구민회관까지는 관광버스로 이동한다. 대상자 20명이 버스에 띄엄띄엄 앉았다. “마스크는 반드시 코까지 가리고 말씀은 삼가 달라”는 운전기사의 당부다. 접종장소엔 노인천국이다. 휠체어를 타고 자녀의 보호를 받으며 오거나 지팡이에 의지한 분들도 많다. 번호표를 받아 대기했다가 로비에 들어가니 예진표를 체크한다. 주민증을 내고 본인 확인 과정을 거쳐 들어간 곳은 공연장, 무대는 의학드라마 세트장 같다.
차례를 기다려 무대에 오른다. 예진표를 또 체크하며 “접종 후 3일 동안은 과격한 운동이나 음주를 삼가 달라”고 당부한다. 같은 말을 반복하기 녹록지 않아 활자로 적어 놓고 읽어보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드디어 내 차례다. 접종 장소 커튼을 제치고 들어선다. 약간 긴장된다. 가볍게 따금하다. 접종이 끝나자 “간호사 000입니다” 알려준다.
전산 등록을 마치고 관람석으로 내려와 이상반응 관찰 대기를 한다. 의자 앞에는 15분 타이머를 설치해 놓았다. 기다리는 동안 2차 접종 일시가 적힌 1차 접종 확인서를 나눠준다. 타이머가 꺼진 뒤 버튼을 누르고 밖으로 나온다. 이상반응이 없어 다행이다. 한결 홀가분하다. 절차가 바뀌는 곳마다 스태프진이 친절하게 안내해 불편함은 없다. A4 크기의 종이 접종 확인서가 불편하면 질병관리청 ‘COOV’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으면 된다. ‘코로나19 예방접종 증명서’ 1차 접종 내용이 뜬다.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다.
지난 2월 26일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 110일째 되는 6월 15일 1차 접종자가 1300만 명을 돌파했다. 전체 인구의 약 25.3%로 인구 4명 당 1명꼴이다. 상반기 접종 목표를 보름 앞당겨 달성했다. 마스크를 벗고 정상 활동에 접어든 이스라엘의 63.3%엔 훨씬 못 미친다.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는 것은 리스크보다는 효과가 훨씬 크다는 신뢰가 커지면서 예약률이 높았다. 당초 비판적이던 언론도 팔을 걷어붙였다. 미국이 지원한 얀센 100만 명분도 활력소가 됐다.
일상 회복도 속도를 낸다. 실외 경기장과 공연장의 인원 제한이 완화되고 영업시간제한도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단체여행도 들먹인다. 아직은 긴장해야 한다. 집단면역까지는 갈 길이 멀다. 아스트라 제네카도 물량 부족으로 이번 주 예약자 일부가 취소됐다. 백신의 원활한 도입만이 일상 복귀를 앞당기는 열쇠다.